[삼성 M&A 이펙트]빅딜 최대 변수,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⑦방산 매각·하만 인수까지, 정치적 격변 후 '올스톱'…내달 1심 선고 주목
김경태 기자공개 2024-01-26 07:43:47
[편집자주]
삼성전자 경영진은 2022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시사했다. 작년 CES에서도 빅딜 추진을 언급했다. 올해 CES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작 아직 가시적인 결과물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때가 무르익었다'는 시장의 판단이 최근 고개를 들고 있다. 반도체의 위기를 비롯해 AI와 바이오 등 다른 쪽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어려운 시기 때마다 대형 M&A를 통해 경쟁력 강화 전략을 펼쳐오기도 했다. 삼성이 2010년대부터 추진한 주요 M&A로 인한 성과, 인력과 조직 등을 살펴보고 향후 M&A 방향을 가늠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1월 24일 16: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집단 경영에서는 총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지닌다. 특히 단기 성적이 중요한 전문경영인이 대규모 자금 지출을 필요로하는 대형 인수합병(M&A)을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삼성의 '대형 인수합병(M&A)'이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멈춰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한 뒤 크게 두 가지 소송을 겪었다. 한때 법정구속되까지 했다.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된 사법 리스크는 빅딜과 같은 대규모 투자의 집행 결정에 걸림돌이 됐다.
향후 삼성이 빅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최대 변수는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다. 이 회장은 다음달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소송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삼성이 대형 M&A를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려면 해당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사법리스크 시작, 2017년부터 '빅딜' 중단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2014년 5월 와병한 시점부터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끈 건 이재용 회장이다. 이 회장이 전면에 나선 뒤 눈에 띄는 변화를 보여줬던 부분이 바로 과감한 '빅딜'이다.
2014년 11월 한화그룹에 방산·화학 계열사를 넘기는 빅딜을 추진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한화그룹에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4개 기업을 1조9000억원에 매각했다. 이 회장이 그룹을 이끌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내린 결정이었다는 점이 주목을 받았다.
인수 건으로 보면 하만이 대표적이다. 무려 80억달러를 들여 2016년 11월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인수 대금은 약 9조3400억원에 달한다. 국내 기업의 해외 M&A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공교롭게도 하만 인수를 추진한 직후 삼성은 정치적 격변에 휘말렸다. 최순실 게이트가 재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이 회장은 2017년 1월 12일 특검에 피의자로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 같은 달 16일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은 19일 기각했다. 하지만 특검은 곧이어 다음달 재차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 회장은 2017년 2월 17일 법정구속됐다.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삼성전자는 이듬해 3월 거래를 완료했다. 삼성 M&A 담당자들과 자문사들의 역량이 빛난 순간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위해 금융자문사로 글로벌 투자은행(IB) 에버코어, 법률자문사로 국내 1위 로펌 김·장법률사무소(김앤장)와 미국 로펌 폴 헤이스팅스(Paul Hastings)를 선임했다. 회계자문은 딜로이트 안진이 담당했다.
하만 딜은 완료됐지만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진행형'이었다. 이 회장은 하만 인수 직후 1년 가까이 법정구속 상태에 있었다. 2018년 2월 5일 서울고법이 1심의 판단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면서 구속 이후 353일 만에 석방됐다.
2021년 1월 18일에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다시 법정구속됐다. 당시 재계 등에서 사면 건의가 지속됐고 같은 해 8월 법무부는 이 회장의 가석방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같은 달 13일 출소했다. 해당 소송에 관해서는 2022년 8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1심 선고 2월 5일, 대형 M&A 추진 분수령
하지만 이 회장은 당장 대형 M&A 결정을 내리기에 만만찮은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아직 종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시작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소송이 현재 진행형이다. 이 회장은 100번 넘게 진행된 공판에 96번 출석했다. 공판 일정이 있던 때는 해외 출장 등 글로벌 행보가 위축됐다. 이달 26일 나올 예정이었던 소송의 1심 선고가 다음 달 5일로 변경됐다.
삼성 안팎에서는 1심 선고가 나오면 검찰에서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2심 이후 3심까지 진행된다면 최소 수년간 사법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최악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다. 최근 투자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법정구속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이 경우 삼성의 빅딜 추진은 올스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악의 경우만 피한다면 정반대 상황이 기대된다. 삼성의 대형 M&A 기대감은 고조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사실상 매주 공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법정구속 상태가 아니던 시점에는 국내외에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대규모 투자 건을 챙겼다. 합작 상대방이 보유한 지분 인수, 중형 M&A 역시 마찬가지다.
이 회장이 법정구속 상태가 아니었던 2022년 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50%-1주(1034만 1852주)를 2조765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는 같은 해 4월 완료됐다.
삼성SDS는 작년 3월 엠로 인수 계약 체결 후 같은 해 5월 거래를 마무리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5월 이매진을 2억1800만달러(약 29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완료(딜클로징)은 같은 해 10월에 이뤄졌다. 이 회장이 법정구속 상태가 아닐 때 이뤄진 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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