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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달 급한 CJ CGV, '유동화' 제안하는 IB 지난해 콜옵션 행사 후 자금 수요 지속…기존 방식 영구채보다 낮은 금리 가능

이정완 기자공개 2024-02-08 10:12:10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5일 16: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 CGV가 코로나19 이후 줄곧 자본시장을 핵심 조달 창구로 활용하면서 투자은행(IB)업계에서도 묘수를 구상하고 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도 불구하고 순손실이 지속돼 조달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IB업계에선 CJ CGV가 그동안 주로 활용하던 신종자본증권을 유동화하는 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신용 보강을 통해 유동화된다면 금리 조건을 지금보다 낮출 수 있다. CJ CGV의 선택이 주목된다.

◇증권사 신용보강 통해 ABCP 발행 가능성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가 CJ CGV에 유동화 방식을 활용한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CJ CGV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20년 10월 30년 만기로 800억원을 조달한 것을 시작으로 같은 해 하반기 CJ로부터 2000억원을 신종자본차입으로 빌렸다. 이 해 7500억원 넘는 순손실이 발생해 차입을 이어가다 보니 자본으로 인정 받는 신종자본증권 발행 유인이 높아졌다.

다만 신종자본증권은 투자자와 약속한 시점이 도래하면 콜옵션을 행사해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만기는 30년이지만 2~5년이 지나면 조기 상환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CJ CGV는 2021년 발행한 1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했다. 만약 행사하지 않았다면 금리가 기존 연 5.5%에서 7.5% 이상으로 상승하는 조건이었다.

IB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투자자와 신뢰가 깨져 다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스텝업 조항과 무관하게 콜옵션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CJ CGV의 현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3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6800억원이었다. CJ CGV는 지난해 6월 57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뒤 같은 해 말 2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KDB산업은행으로부터 1000억원의 지원을 받는 조건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종자본증권 조달에 대한 고민도 지속되고 있다. 다만 금리가 문제다. 신종자본증권은 회사채보다 변제 순위가 후순위고 명목 만기도 길어 더 높은 금리로 발행된다. IB업계에서 예상하는 신종자본증권 금리도 연 8% 수준이다.

하지만 유동화를 활용하면 금리를 낮출 수 있다. 신규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을 기초자산으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콜옵션 행사 시점까지 차환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대형 증권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하면 연 4~5%대로 금리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영구 CB 미매각에 '조심스러운' IB도

모든 IB가 CJ CGV를 활발히 공략하는 것은 아니다.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영구 전환사채(CB) 미매각을 기억하는 곳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CJ CGV는 2022년 7월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4000억원 규모 영구 CB 발행에 나섰다. 표면이자율은 연 0.5%였는데 5년 뒤 3% 금리로 중도상환하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구주 대상 청약에서 145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일반 청약에서도 166억원의 수요만 확보했다. CB인 만큼 전환가액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당시 주가가 전환가액(2만2000원)보다 낮은 2만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2023년 3분기 미래에셋증권 IR 자료 중 발췌

결국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한 인수단이 남은 물량을 모두 책임져야 했다.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이 인수회사였다. 미래에셋증권의 인수비율은 미매각 물량의 62.5%였고 NH투자증권은 22.5%, KB증권은 12.5%, 유진투자증권은 2.5%였다. 가장 많은 물량을 인수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CJ CGV CB에 대한 평가손실을 반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시 손실이 발생한 IB는 CJ CGV 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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