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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CFO 스토리]"모를수록 더 부정적" 큐로셀의 시장 소통법 '투명성'②박진경 상무, 바이오 신기술 진입장벽 허물고 가교 역할…제1금융권도 설득

정새임 기자공개 2024-02-14 11:07:43

[편집자주]

기업의 곳간지기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업권별로 그 역할과 무게가 다르다. 바이오텍 CFO는 단순히 재무·회계 등 숫자만 잘 알면 되는 정도가 아니다. 무르익지 않은 기술을 투자자들에게 선뵈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기술수출 현장을 직접 뛰며 사업 중심에 서기도 한다. 이 같은 바이오텍 CFO 역할은 투자 혹한기인 지금 시점에 그 중요성이 배가 된다. 기술이 바이오텍의 존재의 이유라면 CFO는 기술의 생존을 이끌어 내는 키맨이다.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텍의 CFO를 만나 혹한기 생존전략을 물었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08일 15:0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CAR-T 치료제 생산시설. 대전 둔곡지구에 위치한 큐로셀 공장이다. 약 600억원 중 350억원을 대출받아 마련했다.

비상장사인데다 적자를 내고 있던 큐로셀이 투자금이 아닌 은행 대출로 공장을 지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신용도와 이익 등 정량적 평가가 주를 이루는 상황에서 금융권을 설득했던 셈이다. 수백억원 대출을 이끌어내기까지 박진경 상무(최고재무책임자, 사진)의 역할이 컸다. 그가 시장과 소통할 때 무엇보다 강조하는 소신과 원칙을 더벨이 들어봤다.

◇가능성 희박했던 제1금융권 대출 이끌어낸 '소통의 힘'

큐로셀은 개발 중인 국내 첫 CAR-T 치료제 '안발셀' 상용화를 위해 2021년 대전 둔곡지구에 6317㎡ 규모의 상업용 GMP 공장 설립에 착수했다. 공장 건립에 투여된 비용은 600억원.

당시 받은 투자금만으로도 공장을 지을 수 있었지만 큐로셀은 350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기로 했다. 투자금은 안발셀 개발 목적으로 받은 돈이었기 때문에 투자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공장 설립에 투자금을 모두 투여하면 안발셀 개발 속도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고 개발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또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비상장사인데다 이익도 없는 큐로셀이 제1금융권에서 350억원의 막대한 비용을 대출받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한 정량적 평가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 큐로셀이 우리은행으로부터 대출 승인을 받아냈다. 기업의 담보력이 약할 경우 지점이 직접 본사를 설득하지 않으면 승인이 힘들다. 본부장이 본점을 설득하며 결국 승인이 이뤄졌다. 당시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대출 승인 건 때문에 직접 대전 큐로셀 사무실을 방문했을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박 상무는 "공장 건립을 위해 대출이 꼭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내부에서도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다행히 은행이 큐로셀의 기술과 가능성을 받아들여주면서 정성적 평가에서 점수를 잘 받아 승인이 이뤄졌다"고 회상했다.

◇"이해 못하면 부정적 인식" IR에서 드러난 큐로셀 소통법

큐로셀이 제1금융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건 CAR-T 치료제에 대한 이해와 가능성 그리고 비전을 충분히 납득시켰던 이유다. 은행 지점장과 본부장, 심사반까지 큐로셀의 기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한 소통을 했다.

박 상무의 IR 대원칙은 청중들이 온전히 회사의 핵심 기술과 비전을 이해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 이 같은 원칙은 '모르는 건 나쁘다고 인식하기 쉽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박 상무는 "사람은 자신이 잘 모르면 나쁘다는 인식을 갖기 쉽고 특히 모르는걸 부끄러워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이러한 인식이 더 크게 발현될 수 있다"며 "기업설명회를 할 때마다 청중들의 표정과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듣는 이들이 혹여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없게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LG생명과학(현 LG화학)에 12년간 몸 담았던 경험을 살려 연구 기업을 시장과 원활히 소통하도록 하는 가교 역할을 했다. 대표이사의 설명이 어렵게 느껴지는 지점을 발견하면 추가 보충 설명을 하면서 이해도를 높였다.

상장을 위한 주관사와의 소통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주관사가 기술을 온전히 이해해야 발행사와 한팀이 돼 목표를 빠르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투자자들을 움직이려면 원활한 소통에 신뢰가 더해져야 한다. 박 상무가 내부통제를 강조하는 이유다. 엄격한 내부통제와 자금 운영의 투명성으로 신뢰를 쌓는데 집중했다. 20여곳의 투자자들로부터 100% 동의를 받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엄격한 내부통제가 만들어낸 신뢰의 결실이다.

그는 상장을 추진하면서 신뢰와 진정성에 대한 무게를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했다. 상장 이후 시장과의 소통 대원칙을 강화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박 상무는 "IPO를 거치며 평가나 승인기관이 어떤 선입견을 갖고 보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축적된 역량과 기술적 가치, 향후 사업계획의 진실성에 깊은 관심이 있다는 걸 크게 느꼈다"며 "상장 후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해 내부통제를 고도화하고 진실성 있게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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