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석 일진 부회장의 승부수]몸 멀어지면 마음도? '마곡사옥·마포빌딩'의 역학관계③이노센터 신축·소유, 독자경영 발판…일진디앤코, 본사 보유·금전 창구 역할
김경태 기자공개 2024-02-21 07:27:13
[편집자주]
일진그룹은 최근 재계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대기업집단으로 꼽힌다. 허진규 회장의 차남이 보유하던 핵심 계열사가 지분 매각으로 그룹 경영과 멀어지는 격변이 있었다. 반면 허 회장인 장남인 허정석 부회장은 일찌감치 부친, 남매와 동떨어진 독자적 지배구조를 형성하며 홀로서기를 준비해왔다. 허 부회장의 핵심 회사인 일진전기는 최근 해외 전력망 수요를 기반으로 한 호실적과 대규모 유증 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수소사업을 하는 일진하이솔루스 등은 경영상 어려움도 엿보인다.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한 시험대에 서 있는 허 부회장과 그의 회사 현황 및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14일 15: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이 독자적인 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데는 일찌감치 정비된 지분구조 외에 물리적 사무공간이 분리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그가 이끄는 주력 계열사들은 2022년 서울 마곡에 마련한 신사옥 '이노센터'에 둥지를 틀었다. 반면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이끄는 곳들은 기존의 서울 마포 일진빌딩을 활용해 허 부회장 계열사와 거리감이 형성됐다.
◇일진전기 비롯 3사, 마곡 이노센터 공유…독자 행보 탄력 배경
허 부회장이 이끄는 일진홀딩스, 일진전기, 일진다이아몬드,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 등은 서울 마곡에 위치한 이노센터를 본사로 활용하고 있다. 허 회장이 경영하는 일진디스플레이 등은 서울 마포에 있는 일진빌딩을 지속 사용 중이다. 다만 허 부회장은 보유한 계열사를 통해 마포 일진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허 부회장과 허 회장이 각각 경영을 주도하는 계열사가 물리적으로 격리될 조짐을 보인 시점은 2016년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로부터 분양받은 마곡지구 필지 매각에 나섰다. 일진그룹 계열사로 이뤄진 컨소시엄은 D9블록을 116억원에 매입하기로 했다.
그 후 건물을 신축했다. 연면적은 2만 744㎡로 지하 3층~지상 8층 규모로 만들었다. 건물을 신축한 뒤 2022년 10월 허 부회장 계열사들이 이노센터에 입주했다.
이노센터의 소유권도 허 부회장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지분구조에 이어 사무공간에 관해서도 독립적인 체제를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이노센터 지분은 일진전기가 40%, 일진다이아몬드와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 30%씩 갖고 있다.
일진전기를 비롯한 3사는 부동산을 담보로 부동산을 활용하고 있다. 일진전기와 일진다이아몬드는 산업은행에 이노센터를 담보로 제공했다.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은 산업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에 이노센터를 담보로 잡히고 자금을 융통받았다.
◇허 부회장 지배 일진디앤코, 마포 일진빌딩 소유…금전거래 활발
일진그룹에 밝은 관계자에 따르면 허 부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계열사들이 있는 마곡 이노센터로 출근한다. 그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일진홀딩스뿐 아니라 이노센터에 입주한 다른 계열사들의 경영을 매일 면밀하게 체크한다는 전언이다.
그가 기존에 그룹 사옥이던 마포 일진빌딩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허 부회장이 자신이 경영하지 않는 마포 일진빌딩을 활용하는 다른 계열사들에 일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일진빌딩은 ㈜일진이 1987년 매매로 취득했다. 2003년 합병으로 일진전기가 소유자가 됐다. 그 후 2008년 회사분할으로 일진디앤코가 부동산을 소유하기 시작했다. 일진디앤코는 허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일진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일진디앤코는 계열사들에 빌딩을 임대해주는 사업을 통해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2022년 매출은 74억원, 영업이익은 23억원이다.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통해 마련한 현금으로 허 부회장과 자금거래를 활발히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허 부회장은 2017년부터 일진디앤코에서 금전을 융통받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53억원을 빌렸다. 2018년부터 2021년말까지는 43억원으로 유지됐다.
그러다 2022년에 변화가 있었다. 6억 3000만원을 더 빌렸다가 29억 3000만원을 갚아 2022년말에는 20억원을 나타냈다. 일진디앤코의 감사보고서에는 해당 거래의 이자율이 공개되지 않았다.
이 거래에 관해 일진홀딩스 관계자는 "계속 상환하는 중"이라며 "차입금 용도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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