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 Profile/에스오에스랩]정지성 대표 "롤모델 잡스, 라이다업계 애플 꿈꾼다"투트랙 사업전략 기반 투자자 '러브콜', 이달말 예심청구 '국내 첫 라이다 상장사' 기대감
구혜린 기자공개 2023-10-23 08:24:20
[편집자주]
이상적인 창업 생태계에서는'창업→투자→성장→엑시트→재창업'의 선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진다. 창업의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핵심은 사람, 바로 파운더(founder)다. 더벨은 스타트업 파운더의 설립 스토리와 터닝 포인트, 향후 미래 전략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유니콘·예비유니콘 △시리즈B 이상 유치 △단일 라운드 기준 200억 이상 유치 △매출 300억 이상 △연쇄 창업가 혹은 엑시트 경험자 △AUM 5000억 이상 VC 투자 유치 △팔로우온 투자 유치 △해외 VC 투자 유치 등의 기준에서 최소 3개 이상 부합하는 스타트업 파운더의 창업 스토리를 심도있게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9일 08: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첫 라이다(LiDAR) 상장기업'을 예약해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이 있다. 자율주행 차량용 라이다 전문기업 '에스오에스랩(SOSLAB)'이다. 창업 7년차인 에스오에스랩은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기술 시상식을 휩쓸며 보유 라이다 기술의 수와 질을 모두 인정받은 곳이다. 이달 말 거래소 예비심사청구를 신청하면서 제2의 사업 전환점을 맞을 예정이다.예비 투자자들에겐 기술력뿐만 아니라 실적으로도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창업주 정지성 대표(사진)는 해외 라이다 기술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스러져가는 것을 보며 '투트랙 전략'을 실행했다. 주력 사업인 자율주행 시장이 개화하기 전까지 충분한 매출을 낼 수 있도록 로봇, 산업안전장치 등 여러 먹거리를 발굴해놓은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24억원의 매출을 올린 에스오에스랩은 올해 70억원 이상의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창업 스토리 : '지스트 유망주'에서 '사업 피봇팅'까지
에스오에스랩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센서 앤 액츄에이터' 연구실 박사과정 네 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회사다. 당초 창업을 희망해 박사과정에 진학한 정 대표는 교내 창조경제혁신센터 진입, 지스트 캠퍼스 창업 모의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다만 그때까지는 '지스트의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 불과했으며 어떤 사업을 하게 될지는 미지수였다고 한다.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교에서 받은 트레이닝은 창업 의지를 더욱 북돋았다. 정 대표는 "미국의 공학 박사과정 학생이나 공학 교수들이 창업하기 전에 받는 트레이닝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고객이 진짜 그게 가려울까?, 그렇다면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너한테 있어? 그러면 창업을 해'라고 하더라"면서 "이에 대해 자문하면서 막연하지만 라이다라고 하는 기술에 어떤 포텐셜이 있다는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6년 6월 창업 후 약 1년은 헤매던 시절이었다. 창업 동지들의 전공은 동일하나, 세부 전공은 각기 다르다보니 '나노미터부터 수십미터 스케일까지 레이저로 측정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 만들 수 있는 곳'이 에스오에스랩의 초기 콘셉트였다. 정 대표는 "아이들 코딩 교육도 하고 강아지 키우는 유튜브 영상, 언박싱 영상도 올리고 한의사의 주문을 받아 3D 프린터로 멀티 부황기도 만들고 한 1년 간은 뭐든 다 했다"고 회상했다.
첫 투자사를 만나면서 사업 아이템을 뚜렷하게 벼를 수 있게 됐다. 선배 창업가인 빈준길 뉴로핏 대표의 소개로 만난 퓨처플레이가 피봇팅의 기회를 만들어줬다. 퓨쳐플레이는 당시 1000억원의 투자를 받은 해외 라이다 기업처럼 에스오에스랩이 사업을 꾸릴 수 있단 걸 확인받고 싶어했고 그 결과 2억원의 씨드머니를 투자했다. 이전까지 라이다는 에스오에스랩의 여러 아이템 중 하나였으나, 투자 직후 라이다 전문기업으로 변모했다.
그는 "투자 검토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본질은 급성장하는 시장이 있어야 되고, 대기업이 뛰어들 정도로 그 시장이 큰다고 했을 때 우리가 엣지 있는 기술을 가지고 뛰어들어야 한다는걸 배웠다"며 "라이다를 할 수 있는 박사 4명이 모여있다는 것만 보고 퓨쳐플레이는 투자를 했고 투자 직후 방향을 잘 유도해줬다"고 말했다.
◇성장 터닝포인트 : 꿈의 기술력 입증한 'CES 혁신상'
독특하게도 에스오에스랩의 터닝포인트는 모두 '수상'이다. 에스오에스랩은 창업 후 기술력과 특허로 의미있는 상을 여럿 수상했다. 자율주행 차량 수급이 저조한 상태에서 자율주행 라이다 솔루션 개발 및 제조 기업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건 기술력을 입증할 수 있는 레퍼런스뿐이다. 다양한 어워즈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결과 에스오에스랩은 시리즈A부터 최근 진행한 프리IPO까지 500억원 이상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최초의 수상은 에스오에스랩 이름을 국내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창업 2년차인 2017년 에스오에스랩은 한국전자전이 주관한 'KES 이노베이션 어워즈'에서 '베스트 뉴 프로덕트' 상을 수상했다. 퓨처플레이 투자 유치에 이어 수상까지 겹경사가 일어나면서 정 대표는 시장의 반응이 완전히 달라졌단 걸 느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CES(세계가전전시회) 출품에도 도전할 마음을 먹게 된다.
정 대표는 "3~4개월 동안 밤을 새워 제품을 개발하고 2018년 CES에 출품했다"며 "거기서 루미나, 이노비즈 등과 비교해보고 우리가 상위 30% 안에는 들어가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에게 100억만 있으면 이들을 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면서 다른 고민은 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에스오에스랩은 최다, 최고 라이다 특허를 입증받기도 했다. 2020년 8월 특허청이 주관한 특허기술상에서 1위 상인 '세종대왕상'을 수상했다. 이는 특허청이 반기 중 가장 좋은 특허를 등록한 기업에게 주는 상이다. 당시 2위 수상자는 SK하이닉스였다. 정 대표는 "한국에서 라이다 특허가 가장 많고 가장 질이 높다는 것을 특허청이 인증해준 것"이라며 "투자자를 설득할 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CES는 에스오에스랩의 핵심 제품 성능을 세계 무대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에스오에스랩은 기술 스타트업 중에서도 매년 CES에 성실히 출품한 곳이다. 특히 네 번째 출품 시인 2022년엔 CES 혁신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입증했다. CES의 경우 제품을 출품하는 것 자체에는 스팩 허들이 없지만, 수상을 하려면 주최측이 만든 카테고리별 스팩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당시 에스오에스랩은 '3D 풀리 솔리드스테이트(fully solid-state) 라이다'의 성능 입증이 간절한 상황이었다. 기존 라이다가 모터 방식의 기계식 라이다라면 이 제품은 반도체 칩 형태의 움직이는 구조로 라이다 업계의 이상적 꿈의 기술이다. 에스오에스랩은 해당 기술을 '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 게임에 적용, 2022 CES 부스에서 체험 부스를 운영해 관람객과 관계사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해 에스오에스랩은 그간 진행한 라운드 중 최고액인 200억원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한다. 정 대표는 "시리즈A 투자를 받아 그 자금으로 하이파워가 나오는 레이저칩을 만든 이후 점점 돈이 떨어져가던 상황이었다"라며 "3D 풀리 솔리드스테이트 라이다가 실제로 장거리가 찍히는지, 제대로 워킹하는지 확인하는 게 큰 일이었는데 CES 수상 결과가 나왔을 때 쾌재를 불렀다"고 말했다.
◇영감을 받는 인물 : 스티브잡스와 일론머스크
정 대표가 창업에 영감을 받은 인물은 애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테슬라 창업주인 일론 머스크다. 정 대표는 "고인인 스티브 잡스가 시장을 바꾼 과정을 디테일하게 봤더니 그는 스마트폰을 통해 스마트하지 않았던 것들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며 "라이다 데이터 기반 UX(사용자경험)를 디자인 할 수 있으면 생활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다를 절대 안 쓴다던 일론 머스크에 대해선 악감정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는 30년짜리 계획을 세울 정도로 스케일이 크고 물리의 기본적 원리를 기반으로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파악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인물"이라며 "5년에서 10년짜리 사업 계획은 모빌아이라는 회사를 보고 공부하고 10년에서 20년은 스티브 잡스, 30년은 일론 머스크의 아이디어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민 : 매출 만들기 본격화
기술 개발 및 투자 유치 난제를 해결한 정 대표의 현재 숙제는 '돈'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 일은 기술적 부분을 포커싱해서 투자를 받고 제품 개발을 완성하는 것이었고 이젠 그걸로 사업화를 본격화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기술을 가지고 고객사의 실제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스오에스랩은 지난해 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대부분 반도체 공정 중 웨이퍼를 이송하는 로봇에 라이다 센서를 공급해 벌어들인 수입이다. 에스오에스랩은 주요 사업목적대로라면 자율주행차에 3D 솔리드스테이트 라이다를 공급해서 매출을 발생시켜야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자율주행차 시장은 개화 전 단계다. 에스오에스랩과 유사한 기술력을 지닌 해외 5개 업체 중 3곳이 사업을 접은 이유다.
에스오에스랩은 자율주행 시장 개화만을 넋 놓고 바라본 스타트업이 아니다. 이 회사의 매출은 모빌리티 부문과 인프라 부문으로 나뉜다. 모리리티 부문엔 자동차와 로봇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이, 인프라 부문엔 산업안전보안과 스마티시티 매출이 반영된다. 즉 차량용 라이다 공급 매출이 미미한 단계에서도 여러 먹거리를 발굴해놓은 셈이다. 에스오에스랩은 이를 기반으로 매년 200% 성장이 가능하단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웨이퍼 이송로봇 및 보안경계시스템 매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 대표는 "반도체 웨이퍼 이송로봇의 경우 확장 영업에 나설 것"이라며 "양산을 앞둔 다양한 로봇 회사들과도 접촉 중이며 시장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법이 실행된 이후 많은 기업들이 사고 예방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CCTV를 현장에 설치하려면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해서 어렵기 때문에 라이다 센서를 찾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 : '국내 첫 라이다 상장사'로 우뚝
에스오에스랩은 코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달 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트랙을 밟는다. 이르면 내년 초 시장 거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최초의 라이다 상장사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진행한 프리IPO에서 30억원 모집을 계획했으나, 예상 외로 신규 투자자가 몰리면서 176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해 상장 전까지 몸집을 만들 여윳돈을 쥐기도 했다.
상장 후 1년 만에 폭발적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오에스랩은 이미 국내 유수의 전장업체들에게 제품을 공급해 성능을 인정받았는데, 이들이 자율주행 차량을 본격적으로 생산하면서 라이다 대량 주문을 넣을 시점은 2025년으로 추정된다. 물론 현재 진행하고 있는 투트랙 전략으로 상장 첫 해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음을 투자자들에게 설득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국내 첫 라이다 상장사가 될 수 있단 데 대해 책임감과 부담감이 크다"라며 "미국 라이다 상장사가 주가와 실적면에서 상장 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에스오에스랩은 터프한 투자 상황 속에서 매출을 만들면서 혁신성도 잡은 곳"이라며 "한국형 라이다 스타트업은 다르단 걸 글로벌 시장에서 증명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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