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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시장의 세번째 여름을 기다리며 [thebell note]

노윤주 기자공개 2024-02-26 07:32:40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2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수(雨水)가 막 지났다. 봄을 상징하는 절기 중 하나인 우수는 눈 대신 비가 내리는 시기를 묘사해 만든 단어다. 선조들의 말을 빌리면 이 시기에는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고 한다. 입춘과 우수 그리고 경칩까지 지나면 비로소 겨울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완연한 봄이 시작된다.

가상자산 시장도 초봄을 맞이하는 것 같은 모양이다. 긴 시간 침체기를 겪던 투자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7200만원을 넘겼다. 불과 5개월 전 1조원대에 불과하던 업비트 하루 거래대금은 4조원대로 불어났다. 3000억원대에서 좀처럼 올라오지 못하던 빗썸도 1조원대 거래량을 연일 기록 중이다.

해외에서는 올해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후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됐다. 국내서도 올해 첫 업권법인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상자산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는 시기가 왔다.

업황은 계절과 같아 여름이 지나면 추운 겨울이 오고 겨울을 견뎌내면 다시 해가 쨍쨍한 여름이 온다. 가상자산 시장은 지금까지 두 번의 여름과 겨울을 겪었다. 2017년 비트코인 붐 이후 2020년까지가 첫번째, 2021년부터 2023년까지가 두번째 계절 사이클이었다.

이번 봄 이후에는 세번째 여름을 맞이한다. 요즘 업계 취재원들을 만나면 "비트코인 시즌2 종료 후 시즌3 출시까지 2년이나 걸렸네요"라는 장난 반 진심 반의 우스갯소리가 오간다.

그러나 누구나 여름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월동에 성공한 자만이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여름에 싱그러운 잎사귀를 길러낼 수 있다. 현상 유지에 만족하지 않고 하락장이지만 무엇이라도 해보기 위해 발버둥친 기업들이 있다. 상승장이 올 것에 대비해 투자를 계속하고 신사업을 고민한 곳들만 언 땅을 뚫고 싹을 틔울 체력을 길렀다.

수수료 무료 정책을 진행했던 빗썸의 점유율은 9%에서 30%까지 높아졌다. 가상자산 지갑, 탈중앙화앱(DApp) 개발에 공을 들이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도 적절한 시기에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긴 겨울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여름에 보여줄 초록 잎사귀는 이 전 두번의 여름보다 더욱 푸르르지 않을까. 다가올 상승장에서 국내 가상자산 기업이 보여줄 질적 성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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