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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다른 '비만약' 신드롬]'빅바이오텍' 일동제약의 유노비아, 경쟁력은 '경구용'⑥편의성·비용-효과성으로 차별화, 성장형 'R&D' 가장 빠른 성과 기대

차지현 기자공개 2024-02-27 08:51:36

[편집자주]

비만이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으로 정의되면서 약물치료의 새 지평이 열렸다. 의지력 부족 등 개인 문제가 아닌 약물 치료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빅파마는 물론 바이오텍들까지 앞다퉈 뛰어들었다. 기존 약물 효능과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GLP-1' 계열 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제약사가 시장 선점에 나선 상황에서 국내기업이 설 자리는 있을까. 더벨이 관련 시장 현황과 국내사들의 전략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6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동제약은 작년 연구개발(R&D) 조직 전체를 '물적분할'하는 결단을 내렸다. 신약개발 역량을 한데 모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빅바이오텍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국내 제약 기업으로선 첫 R&D 부문 스핀오프 사례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탄생한 R&D 자회사 유노비아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영역이 대사질환 치료제다. 기전은 역시나 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GLP-1 유사체. 그 중에서도 경구용 제제로 차별화를 꾀한 게 특징이다. 최근 본임상에 진입하고 세계 각국 특허를 취득하는 등 성과 창출을 위해 부쩍 힘을 쏟는 분위기다.

◇유노비아 출범 후 개발 탄력, ID110521156 본임상 돌입

일동제약은 꽤 오래전부터 대사질환 신약을 개발해 온 제약사로 꼽힌다. 2008년 제넥신과 GLP-1 융합단백질 공동개발을 시도했다. 양사 협업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종료됐지만 관련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은 이어졌다.

지난해 신약 R&D 자회사 유노비아를 공식적으로 출범한 이후 가장 빠른 상업화 성과를 예상하고 있는 파이프라인도 GLP-1 기반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이다. 올 초 신년사에서 그룹 지주사 대표가 해당 파이프라인을 직접 언급했을 정도로 큰 기대를 건 프로젝트다.

'ID110521156' 역사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탐색연구를 통해 정상 원숭이를 이용해 인슐린 분비 효능과 심장 부정맥 유발 가능성에 대한 안전역을 확보한 리드 물질 5종을 도출했다. 이어 1년여간 기전 연구와 스케일업 공정, 예비독성 평가, 동물실험 등을 거쳐 최종 후보물질을 선정했다.


작년 6월 열린 미국 당뇨병학회(ADA2023)에서 발표한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당뇨병 모델 원숭이에 ID110521156을 경구 투여해 혈장 포도당을 낮추고 인슐린 분비가 촉진되는 것을 확인했다. 하루 한 번 복용 시 용량의존적으로 체중도 감소했다.

유노비아로 R&D 역량이 일원화된 데 따라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 임상 1상을 개시했다. 앞서 일동제약은 유노비아 분사 전인 작년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ID110521156에 대한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허가받았다. 현재 해당 물질 개발은 유노비아가 주도하고 있다.

이번 임상 1상의 주된 목적은 안전성 확인이다. 1차 평가지표로 부작용 발생률 및 심각도 등을 설정했다. 2차 평가지표는 약물투여 후 최고혈중농도(Cmax) 등이다. 최고혈중농도는 치료 반응을 나타낼 정도로 전신순환에 충분히 흡수됐는지 알아보는 지표다. 향후 제2형 당뇨병, 비만 등을 겨냥한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유노비아 출범과 함께 '성과중심' R&D를 지향하겠다고 밝힌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여러 국가 특허 취득을 마친 데 이어 제약바이오 박람회나 콘퍼런스 등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면서 비즈니스 파트너링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상업화에 유리한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인도, 호주 등 주요 시장 국가에 대한 특허 취득을 완료한 상태"라며 "신약 물질에 대한 권리 확보 작업과 함께 라이선스 아웃, 오픈이노베이션 등 사업 제휴 전략도 병행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구용' 소분자 GLP-1 유사체로 틈새 공략, 관건은 '속도'

ID110521156의 경쟁력은 '경구용' GLP-1 유사체라는 점이다. ID110521156은 GLP-1 호르몬과 동일한 기능을 지닌 저분자 화합물이다. 펩타이드와 같은 생물학적 제제보다 상대적으로 물질이 안정적이며 상업화 측면에서 약물 디자인과 합성 등이 용이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환자 입장에서도 사용이 편리한 경구용 치료제를 더욱 선호한다.

현재 시판 중인 경구용 GLP-1 유사체 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유일하다. 리벨서스는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허가받았는데 비만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임상을 마치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다만 리벨서스의 한계도 분명하다. 기존 펩타이드 주사제 대비 복약 편의성 등을 개선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SGLT-2 저해제 등 경구용 소분자 제제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다. 일동제약은 경구용 소분자 GLP-1 유사체를 통해 이와 비슷한 효능을 내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틈새 시장을 파고드는 전략을 택했다.

특히 경구용 소분자 GLP-1 유사체 개발에 성공한다면 현재 비만 치료제 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되는 공급 부족 이슈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높은 체중감소 효과로 해당 비만 치료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공급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ID110521156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 치료제 중엔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점도 기대를 키우는 요소다. GLP-1 기전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곳엔 한미약품이 있다.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개발에 착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로 아직 본임상 진입 전이다. 바이오텍 중엔 'DD02S'를 개발하고 있는 디앤디파마텍이 눈에 띈다. 연내 임상 1상 돌입을 앞뒀다.

물론 탄탄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갖춘 글로벌 제약사(빅파마)도 경구용 비만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넘어야 할 관문이다. 이미 비만약 시장을 장악한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물론 새롭게 시장 진출에 나선 빅파마까지 경구제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 측은 "2019년 리벨서스 승인으로 복약 편의성이나 보관상 취급 주의 등 기존 펩타이드 주사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면서도 "여전히 비용적인 측면에서 엠파글리플로진 등 다른 저렴한 경구용 소분자 제제를 넘어서기엔 부족하다"고 했다.

이어 "하루 1~2회 경구용 소분자 GLP-1 신약을 개발한다면 기존 펩타이드 제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유지하면서도 비용-효과성으로 관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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