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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빠졌다" 반쪽 밸류업에 운용업계 '실망감' 당국 "신사업 등 자본배치 고려,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조영진 기자공개 2024-03-04 08:32:27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3: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발표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을 두고 운용업계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저평가 기업의 밸류업을 위해 일찍이 움직여왔던 자산운용사들은 이번 지원방안에서 주주환원의 핵심인 자사주 매입·소각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점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유관기관과 합동해 '한국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예상대로 기업가치 제고의 강제성이 없는 권고 형식이었는데, 세부항목들을 보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유관기관과 합동해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주식시장의 저평가 요인으로 ROE(자기자본이익률)와 배당성향을 꼽았다. 지난 10년간 한국 주식시장 ROE(8.0%)가 미국(14.9%), 선진국(11.6%)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며 배당성향(10년 평균 26.0%)도 일본(36.0%) 등에 뒤처진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선 기업들이 위 주요지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권고안의 핵심이다. 하지만 밸류업 캠페인을 일찍이 전개해 온 운용업계는 금융당국이 주주환원의 가장 핵심요소인 '자사주 소각'에 대해선 정작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미흡한 주주환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다는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을 지원방안에 게시해놓고, 정작 주주환원의 핵심인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일본의 10년 평균 배당성향이 36.0%로 집계됐다고 하지만, 여기에 자사주 매입·소각을 합산하면 주주환원율은 60%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상장사들은 즉각적인 주주환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자사주 소각 대신 자사주 매입·보유에 그치고 있는 모습이다.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내 352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자사주를 보유한 기업 66.5%(234개사)중에서 소각에 나선 상장사는 최근 1년간 13.7%(32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장사들의 주주환원정책이 자사주 매입에 그칠 경우, 해당 주식이 언제든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잠재 오버행 이슈'가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 공시가 매입 공시 대비 두 배 높은 효과를 보인다는 분석도 존재한다"며 "자사주를 아예 소각해버리면 주당 가치가 상승해 PBR, ROE 등의 지표도 자연스레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주환원 개념에 대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제외하고 배당성향 확대만 강조해서는 반쪽짜리 밸류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이번 밸류업 지원방안이 권고에 불과한 탓에 법적 구속력이 없고, 정부 차원의 꼼꼼한 지도를 기대했던 업계로서는 실망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다소 시각차가 있음을 인정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주주환원 개념에 있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아예 제외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부분들은 단기적인 정책이 될 수 있기 때문에 R&D 및 신사업 투자 등에 자본배치가 될 수 있도록 중장기적 정책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자사주 문제를 주주환원에서 배제했다기 보다는 신사업 마련, 기존사업의 발전 계획 창출 등을 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방향으로 권고안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는 권고안 마련 당시 상장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상장기업들과도 논의가 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중장기 사업계획 발표 이후 당초 기재한 수치만큼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JP모간 컨퍼런스에 참석한 외국계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지원방안을 발표하는지에 집중하고 있었다"며 "기업이 자사주 매입·소각 대신 향후 5년내 얼마를 투자하겠다고 공시하는 것에 그친다면, 모든 투자를 마칠 때까지 밸류업에 대한 의심이 계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밸류업에 대한 밑그림이 잡힌 만큼 의미 있는 대목도 존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원방안은 '이사회가 실질적인 기업 경영 관리의 최고 결정 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에 명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미국이 이사회의 '충실 의무'라는 더욱 강도 높은 표현을, 10년간 밸류업을 준비해온 일본은 '책임'이라는 표현을 사용 중인 것을 감안하면 글로벌 스탠다드에 준하는 무게감을 기업 이사회에 권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이번 지원방안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이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점은 상당히 아쉽지만 기획재정부가 올해 상반기 내 또다른 방안을 도출해내겠다고 한 점이 다행"이라며 "자사주 매입·소각시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는 방안이 상장사들의 변화를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관련 제도들이 더욱 촘촘히 구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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