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1: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쿠팡이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지만 여전히 신사업(Developing Offerings)은 손실 상태다. 쿠팡이츠, 쿠팡플레이 등 고객 멤버십과 연계된 사업에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다. 적자를 계획했던 쿠팡은 신사업 투자 역시도 미래의 더 큰 현금을 창출하기 위한 '큰 그림'으로 보고 있다.

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쿠팡의 신사업 투자가 얼마나 빠르게 고객의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건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쿠팡은 다음 단계로 글로벌 명품 이커머스 '파페치'를 선택했다. 쿠팡은 5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파페치가 또 다른 기회임을 강조하고 있다.

◇쿠팡이츠·쿠팡플레이 '록인 효과'로 외형 확대

28일 쿠팡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신사업 에비타(EBITDA) 손실은 6083억원(4억6600만달러)로 전년(2901억원) 대비 107% 늘어났다.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린 데에 따른 결과다.

고무적인 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쿠팡이츠 성장과 대만 로켓배송 사업에 힘입어 외형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쿠팡 신사업 매출은 1조299억원(7억8900만달러)로 1조원을 넘어섰다. 전년(8113억원) 대비 27% 늘어난 수치다.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는 와우 멤버십의 록인(Lock-in) 효과를 강화하는 형태다. 매달 와우 멤버십을 지불하는 고객에게 쿠팡 내에서의 소비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 쿠팡은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에 꾸준히 투자할 수밖에 없다.


로켓 배송만 사용하던 고객이 쿠팡이츠를 사용해 배달을 시키고 쿠팡플레이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실제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은 쿠팡이 제공하는 혜택으로 지출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와우 멤버십의 혜택인 쿠팡이츠 할인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쿠팡이츠 주문량은 2배 늘어났다. 쿠팡이츠를 자주 사용하는 고객이 이후 더 높은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쿠팡플레이 자체만으로 쿠팡 멤버십 회원을 늘릴 수도 있다. 쿠팡플레이가 소비자 공략을 위해 선택한 건 축구였다. 쿠팡플레이는 2022년 손흥민 선수가 뛰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을 초청해 내한 경기를 독점 주관했다.

쿠팡 와우 멤버십이 있어야만 해당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쿠팡플레이 사용자가 크게 늘어났다.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국내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꼽혔다. 쿠팡은 축구에 이어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정규 시즌 개막 2연전 등을 독점 제공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파페치는 최고의 인수" 자체 자금 조달 기대

그간 보수적인 M&A(인수합병) 기조를 유지했던 쿠팡이 명품 플랫폼 파페치에 총 5억 달러(6535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쿠팡이 파페치를 신사업으로 점찍은 건 명품 시장의 온라인 침투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격 자체가 높은 명품으로 수익성을 꾀하겠다는 시도다.

파페치는 명품 부티크나 백화점 등을 소비자와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19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해 샤넬, 에르메스 등 명품 브랜드 400개 이상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세계 1위 명품 플랫폼 기업으로 지난 2018년 미국 증시에 상장했다.

문제는 쿠팡의 손실이 내년까지 파페치 인수 금액을 제외하고서라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거랍 아난드 쿠팡 CFO는 컨퍼런스 콜에서 "파페치와 관한 손실을 제외하고 2024년엔 성장 사업 부문에서 약 6억5000만달러의 조정 에비타 손실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쿠팡은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꾸준한 신사업 성장세와 함께 파페치를 최고의 인수 기회라고 평가했다. 특히 파페치만으로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추가적인 투자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김범수 쿠팡 창업자는 "5억 달러를 투자해 40억 달러에 달하는 거래액(GMV)을 가진 업계 최고 서비스를 인수할 드문 기회"라면서 "몇 년 후 쿠팡이 파페치로 어떻게 고객의 명품 패션 경험을 변화시키고 전략적 가치를 담았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