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지형도 매핑]'슈퍼 루키' 쿠팡플레이, 왜 스포츠에 올인할까⑤넷플릭스 취약 고리, 저렴한 락인 효과…들쑥날쑥한 일간 이용자수 약점
고진영 기자공개 2024-02-23 11:51:29
[편집자주]
OTT 서비스의 확산은 지상파와 유료방송을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로 밀어낸지 오래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철통같은 독주. 추격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파이 다툼은 끝없는 출혈 경쟁을 낳았다. 생존하려면 투자를 해야 하는데, 부담이 지나쳐 수익이 나질 않는다. 고전하던 토종 OTT 사업자들은 손 잡고 덩치를 키워 대응에 나섰다. 게임체인저 넷플릭스가 등장한 이후 OTT 시장은 어떻게 변화했고 전망은 어떨까. 더벨이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16: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넷플릭스가 2010년대 미디어 시장을 압도하기 시작했을 때 기존 방송사업자들은 수년간 손 쓸 방도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쯤 직접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어 반격을 시작했는데, 가장 회심의 카드로 꼽히는 게 라이브 스포츠 스트리밍이다.실시간 스포츠는 레거시 미디어의 마지막 보루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이제 OTT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콘텐츠 전쟁의 연료가 되고 있다. 스포츠 중계에 열을 올리는 쿠팡플레이의 전략 역시 이런 흐름에서 나왔다.
◇치열한 '중계권 전쟁' 배경은
실시간 스포츠 중계는 넷플릭스의 오랜 취약점으로 꼽힌다. NBC유니버설(NBCU), CBS같은 경쟁자들은 이 빈틈을 적극 파고 들었다. NFL(미식축구리그)이나 MLB(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실시간 생중계를 독점 또는 OTT 병행으로 내보내면서 시청자를 당겨왔다. 아마존프라임과 애플TV플러스도 같은 전략을 펼쳤다.
특히 공격적인 곳이 아마존 프라임이다. 2021년 아마존 프라임은 해마다 약 10억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목요일 밤 NFL 게임에 대한 독점중계권을 사들였다. CNBC에 따르면 최근엔 다음 시즌 NFL 플레이오프 경기를 독점 스트리밍할 권리까지 따낸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유럽 챔피언스리그,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과 이탈리아 챔피언스리그 등 축구 관련 스트리밍권을 쓸어담았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지난해 아마존 프라임에서 목요일 밤 NFL 게임의 평균 시청률은 2022년 대비 24% 증가한 1186만명을 기록했다. 가입자 수의 경우 넷플릭스가 작년 말 글로벌 기준으로 약 2억6000만명,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지만 2억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올 초 넷플릭스가 세계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 WWE(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와 독점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WWE의 주간 라이브이벤트인 ‘WWE RAW’ 중계권을 단독으로 가져오기 위해 약 50억달러를 줬다. 무려 10년 장기계약이다. 그간 스포츠 중계권 경쟁에 소극적이었으나 아마존프라임의 공습을 두고만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쿠팡플레이의 벤치마킹
최근 몇 년 쿠팡플레이의 가파른 성장은 아마존 프라임과 비슷한 전략에 기반해 있다. 가입 방식부터 유사하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한 고객에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쿠팡플레이도 와우 멤버십(월 4990원) 가입자라면 별도의 비용없이 시청할 수 있다.
쿠팡플레이가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 자체가 와우멤버십의 증가와 유지이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멤버십 가입자가 증가하고, 쿠팡을 통한 구매도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쿠팡은 스포츠팀을 따로 조직하고 스포츠플랫폼으로서 입지를 공격적으로 넓혔는데, 2021년 3월 풀럼 FC 경기를 시작으로 토트넘 홋스퍼 FC 경기를 중계했다. 그 뒤 K리그를 비롯해 프랑스 리그앙,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등의 중계권을 줄줄이 사들였다.
올 들어선 카타르 아시안컵,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뿐 아니라 미국 NFL 시즌 결승진인 '제58회 슈퍼볼(Super Bowl LVIII)'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국내 OTT 가운데 가장 온라인 중계권을 많이 가지고 있다.
특히 축구 중계권은 쿠팡플레이의 상징이자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8월 티빙을 제치고 국내 OTT 1위에 등극한 것도 스포츠 중계의 덕분이 크다. 올 1월 말 기준으로 모바일인덱스가 집계한 월간 활성이용자(MAU) 수는 넷플릭스가 1282만명, 쿠팡이 779만명, 티빙이 656만명이다.
특히 아시안컵 조별리그 한국 경기가 치러진 지난달 15일과 20일, 25일에 쿠팡플레이의 DAU(일간 활성이용자 수)는 각각 150만1320명, 165만5526명, 155만751명으로 평소 대비 1.5배가량 높았다.
가격 대비 효율이 높다는 데도 스포츠 중계의 장점이 있다. 경기 시즌이 길지만 중계권료는 100억~200억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보통 오리지널 시리즈 하나를 제작하는 데 이 정도 돈이 들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청자들을 묶어두는 ‘락인(Lock in)’ 효과를 훨씬 싼 값에 확실히 누릴 수 있다.
다만 경기 유무에 따라 일간 이용자수가 크게 등락한다는 부분은 약점으로 지목된다. 티빙 역시 최근 연 400억원을 KBO(한국프로야구) 리그 중계권에 베팅하면서 추격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MAU는 한 달에 한 번만 접속해도 집계되기 때문에 쿠팡플레이가 티빙보다 많지만, 일간 기준인 DAU로 따지면 보통은 티빙이 쿠팡플레이를 앞선다”며 “경기가 있을 때만 접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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