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폴리오 제2의 도약]헤지펀드 '맏형', 해외서 성장엔진 재가동①국내 성장세 둔화…글로벌 현지 롱숏 돌파구 모색
윤종학 기자공개 2024-03-05 08:09:58
[편집자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올해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글로벌 롱숏 시장에서 트랙레코드를 쌓아온 싱가포르법인을 활용해 해외 자금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더벨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타임폴리오운용 싱가포르법인의 전략과 현황을 자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15: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을 넘어 글로벌 공략에 나선다. 일찌감치 설립한 싱가포르법인을 교두보 삼아 해외로 투자 영토를 넓힌다. 상장주식 롱숏을 핵심으로 한 멀티전략 펀드를 해외에서 직접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앞서 한국형 헤지펀드에서 공모펀드, ETF 등으로 투자 비히클을 확대하며 성장동력을 키워왔다면 이번에는 활동반경을 넓혀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로의 성장엔진을 돌린다.
최근 NH헤지자산운용, GVA자산운용 등 사모운용업계에서도 해외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다수 나오고 있어 이례적인 행보로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해외 진출은 인바운드가 아닌 아웃바운드 투자를 타깃으로 최근 업계 행보와는 전혀 다른 행보라는 점에서 그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영토 확장 타임폴리오운용, 해외투자 정조준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운용하는 하우스다. 수많은 운용사들이 부침을 겪는 상황 속에서도 업계를 선도할 수 있었던 요인 중에는 시장 흐름에 대응해 끊임없이 변화해왔기 때문이다. 올해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것도 또한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과거 행보를 돌아보면 투자환경 변곡점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투자영역에 진출하고 이를 통해 하우스 밸류업을 지속하고 있다.
2008년 투자자문사로 출발한 타임폴리오운용은 2016년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 요건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시기에 사모운용사로 전환했다. 당시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로 타임폴리오자산운용도 1년만에 1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저력을 보였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다음 스텝은 공모펀드 시장이었다. 2018년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시장이 위축되자 공모운용사 전환을 준비했다. 사모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재간접 공모펀드인 '타임폴리오위드타임증권자투자신탁'을 선보여 불과 2년여만에 공모펀드 AUM을 9000억원까지 불렸다. 이후 VIP자산운용, DS자산운용, 더제이자산운용, 머스트자산운용 등도 공모펀드 시장에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의 무게추가 뮤추얼펀드에서 상장지수연계펀드(ETF)로 기울면서 2021년 업계 최초로 ETF 시장까지 진출하게 된다. 헤지펀드 운용능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액티브ETF 하우스로 변화하면서 현재까지 9개 상품을 출시했다.
이처럼 사모에서 공모, 공모에서 ETF로 영토 확장 이어가고 있는 점이 다음 행보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이번 도전은 해외 진출이다. 앞서 해외투자자의 자금을 유치해 국내에 투자한 운용사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해외투자금 유치 자체가 국내 운용능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국내 포트폴리오를 일부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선택된 것이라면 글로벌 수준의 운용사로 인정받았다고 보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있다.
반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이번 행보는 인바운드(국내 투자)가 아닌 아웃바운드(해외 투자)를 타깃하고 있어 성격이 다르다. 국내 투자를 위해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을 선택하는 투자자가 아닌 글로벌 현지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헤지펀드가 통할지 점쳐볼 수 있는 기회다.
◇해외진출 선택 아닌 필수…"롱숏 기회 모색"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올해 해외진출에 방점을 찍은 배경으로는 국내 투자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사모펀드 사태 이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데 더해 공매도 금지 등 정부정책 변화에 따른 운용전략에 제약이 생기자 성장 기회를 해외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2015년 3조원에서 출발해 매년 설정 규모를 키워왔다. 라임 사태가 발생한 2019년과 2020년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2022년 40조원을 돌파하고, 2023년에는 44조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다만 같은 기간 성장의 폭은 과거에 비해 조금씩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9년 이후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은 부동산, 공모주 등 대체투자 영역이 성장세를 이끈 만큼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부합하는 영역의 성장 둔화세는 더욱 가파를 수 밖에 없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연기금 등 공적자금의 참여가 이뤄져야 하지만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기는 요원하다는 것이 업계 공통된 분석이다.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의 자금유입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운용사단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실제 지난해부터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외에도 GVA자산운용, NH헤지자산운용 등 굵직한 하우스들의 해외진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롱숏전략을 활용하는 하우스들은 국내 시장에서 운용의 묘를 발휘하기 쉽지 않은 환경까지 더해져 해외 진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에 공매도 금지를 선언했다.
롱숏펀드는 롱(매수) 포지션과 숏(매도) 포지션을 동시에 취하는 전략인 롱숏전략을 활용하는 펀드다. 통상 롱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이고 숏은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리는 차입 공매도를 활용한다. 일시적으로 공매도 대신 롱 포지션을 늘리거나 선물거래 등을 대체할 수는 있지만 제약이 걸린 상태에서 운용을 해나가야하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반면 해외진출의 이점은 명확하다. 해외투자자라는 신규 투자처를 발굴할 수 있고 롱숏 전략을 자유롭게 사용해 운용의 묘를 보이는 것이 가능하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국내 환경의 변화보다는 해외 주식시장에서 롱숏운용의 기회를 신규 발굴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상장 종목 외에 미국, 일본 등 해외 상장 종목에서 롱숏 전략으로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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