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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부동산신탁은 지금]빅배스 단행한 성채현 체제, '전화위복' 노렸나②금융당국 리스크 관리 주문…대손충당금 대거 적립, 환입시 실적 반등

김지원 기자공개 2024-03-11 08:00:28

[편집자주]

KB부동산신탁은 부동산 호황 바람을 타고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웠다. 하지만 업황 침체로 사업장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실적 악화와 재무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위기 속에서 14개 부동산신탁사 중 유일하게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며 변화의 기로에 섰다. 더벨이 KB부동산신탁의 당면 리스크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7일 13: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부동산신탁이 지난해 대규모 영업 적자를 낸 데는 최근 금융당국의 리스크 관리 주문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금감원이 부동산신탁사들에게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을 것을 당부함에 따라 KB부동산신탁은 평소보다 보수적으로 자산건전성 평가를 진행하며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다만 올해부로 KB부동산신탁의 새 수장을 맡은 성채현 대표이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부담 없이 손실을 털어낼 수 있는 기회로 작용했다. 향후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경우 충당금 환입으로 실적 반등을 노려볼 수도 있다.

◇금감원, 신탁사에 충당금 적립 실태 점검 예고

금융당국은 지난달 초 부동산신탁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모아 재무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에 힘쓸 것을 주문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커지며 부동산신탁사의 리스크가 시장 전반에 전이되는 것을 우려한 데 따른 조치다. 지난 1월부로 KB부동산신탁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성 대표(사진)도 해당 간담회에 참여했다.

금융감독원은 차입형 토지신탁의 경우 사업성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 예상손실을 100% 인식해 신속하게 매각하고, 책임준공형 관리신탁에 대해서는 사업장별 공정관리에 힘쓰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KB부동산신탁은 평소보다 보수적으로 자산건전성 평가를 진행했다. 지난달 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를 통해 1월 가결산 시 토지신탁 관련 채권에 대한 자산건전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총 3건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부실채권 규모는 약 1034억원이다. 구체적인 사업장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해당 사업장에는 최근 주요 신탁사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책임준공 관리신탁 방식으로 진행된 사업장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사업장이 늘어나며 지난해 KB부동산신탁의 대손상각비는 전년 대비 10배가량 증가한 1331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2022년 593억원이던 전체 영업비용이 2450억원으로 급증해 결국 영업적자로 이어졌다. 부동산신탁사의 수익성 지표로 통하는 ROA(총자산수익률)도 -12.2%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시장 상황 개선 시 부실채권 환입 가능성

KB부동산신탁이 영업적자를 낸 건 2004년 이후 약 20년 만이다. 2008년 KB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직후 손실 리스크가 거의 없는 담보신탁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에 전임 대표이사들은 지난해와 같은 영업적자 우려에서 자유로웠다.

이후 부동산 호황기를 틈타 2017년을 기점으로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수주를 진행했다. 이에 힘입어 단기간에 사세를 키울 수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하자 부실 사업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영업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실채권의 상당 부분도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해당 모델이 시장에 등장한 지 7~8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이로 인한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도 사실상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는 KB부동산신탁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성 대표다. 그는 1965년생으로 전북대학교 회계학과 졸업 후 KB국민은행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 소비자브랜드전략그룹 전무, 개인고객그룹 부행장,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차례로 거쳤다.

지난해 말 KB금융그룹 인사에 따라 올해 1월부로 KB부동산신탁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게 됐다. 14개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올해 초 수장을 교체한 곳은 KB부동산신탁 뿐이다. KB금융그룹은 성 대표가 그간 은행에서 쌓은 고객 관리 능력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 평가해 KB부동산신탁의 위기를 타개할 적임자로 낙점했다.

부임하자마자 지난해의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들며 실적 개선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가지 큰 과제를 떠안았다. 다만 성 대표 입장에서는 현재 상황을 전화위복으로 삼고 향후 반등을 노려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신탁사를 향한 금융당국의 빅배스와 시기가 맞아떨어지며 부담 없이 충당금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 경기 악화로 중소형 시공사들의 부도 위험이 커진 데다 공정률과 분양률이 부진한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어 대손비용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KB부동산신탁은 1월 성 대표 부임 이후 각 사업장에 대한 충당금을 추가로 쌓았다. 이 과정에서 공시 의무가 발생하는 '직전 분기 말 자기자본의 100분의 10에 상당하는 금액을 초과하는 부실채권'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다.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을 과감히 정리하라고 주문한 데 이어 각 사별 충당금 적립 실태를 일제 점검하겠다고 밝힌 만큼, 성 대표는 당분간 기존 사업장 관리에 집중하며 손실을 털어내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의 대출채권 관련 대손충당금은 1509억원이다. 전년 말(292억원) 대비 5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각 신탁사마다 충당금을 쌓는 기준은 조금씩 상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KB부동산신탁의 경우 지난해 타사 대비 보수적으로 자산건전성 평가를 진행했기 때문에 대손충당금 증가 폭도 컸다.

특히 업계에서도 상당히 엄격한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동산신탁업계 한 임원은 "금감원의 충당금 적립 주문이 있었던 만큼 신임 대표 입장에서는 충당금을 쌓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특히 KB부동산신탁의 경우 상당히 보수적인 기준으로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향후 환입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부동산신탁은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할인분양, 매각 및 임대차 계약 등을 통해 채권 회수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이 경우 해당 금액은 장부상 '대출채권 관련 이익-대손충당금환입' 계정으로 잡히기 때문에 성 대표 입장에서는 실적 반등을 노려볼 수 있다. 성 대표의 임기는 내년 12월 만료된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감독 당국의 지침과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을 고려해 지난해 충당금을 평소보다 보수적으로 쌓았다"며 "향후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경우 환입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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