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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계열사 세대 교체]롯데쇼핑 이어 케미칼까지, 롯데의 새로운 간판은⑤롯데 3세 몸담은 바이오 사업 떠오를까

조은아 기자공개 2024-03-15 09:53:01

[편집자주]

시대의 흐름에 따라 그룹을 대표하는 간판 계열사 역시 달라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태동기 이른바 '중후장대' 산업들이 맨 앞에서 그룹의 성장을 홀로 이끌었다면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해진 뒤 국민 삶의 질과 국내 산업의 질 모두를 끌어올린 건 전자 사업이었다. 여전히 이들 사업이 주요 그룹의 주력이자 핵심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곳곳에선 형들을 단번에 뛰어넘는 슈퍼 루키들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더벨이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흐름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1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는 유통공룡으로 통한다. 1979년 서울 소공동에 첫 백화점을 세운 뒤 롯데그룹의 '소공동 시대'를 열었다. 이후 대형마트, 슈퍼, 홈쇼핑, 편의점 사업에도 진출하며 국내 유통회사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지금도 롯데백화점 점포는 70개로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기록들을 뒤로 하고 어느새 힘이 빠진 지 오래다. 경쟁사들에게 밀려 존재감이 약해진 건 물론 2010년대 중반 그룹 내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줬다. 2022년 1위를 되찾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데 따른 반짝 1위였기 때문이다. 과거 매출, 영업이익, 그룹 내 위상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회사가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롯데는 간판을 잃은 모양새다.

두 사업 모두 공통점이 있다. 기존 '잘되는 사업'에 취해있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은 업계 전반의 큰 흐름을 놓치면서 신흥 강자의 부상을 눈여겨보지 않았고 롯데케미칼 역시 '한우물'만 팠으나 우물이 말라버렸다.

◇유통공룡은 옛말…신흥 강자에게 왕좌 내준 롯데쇼핑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5084억원에 그쳤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 온라인 사업, 홈쇼핑, 롯데하이마트 실적까지 더한 수치다. 불과 9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해도 반토막났다.

롯데쇼핑의 부진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2010년대 이후 이미 국내 유통업의 무게중심이 온라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금과는 다소 사업 구조가 달랐지만 쿠팡이 처음 등장한 것도 2010년이다.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위기의식이 있었겠지만 사업구조 재편 등의 구체적 조치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 롯데그룹이 백화점과 마트, 홈쇼핑, 하이마트 등 롯데그룹 유통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온'을 처음 만든 건 2020년 4월로 채 4년이 되지 않았다. 급변하는 업계 분위기를 볼 때 늦어도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롯데온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과 매출 등 외형은 물론 내실 역시 좋지 않다. 온라인 쇼핑 시장 점유율은 3~5% 정도에 그친다.

그러는 사이 쿠팡은 온라인 시장의 절대 강자로 떠올랐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 31조8298억원, 영업이익 6174억원을 내며 창사 13년 만에 첫 연간 흑자를 냈다. 물류센터 투자로 적자가 누적되며 버틸 수 있을지 우려됐던 쿠팡은 '로켓배송'을 내세워 고객 잡기에 성공했다. 이제 유통공룡을 말할 때 쿠팡이 롯데나 신세계보다 앞서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다.


◇롯데케미칼, 2015년 롯데쇼핑 제치고 영업이익 1위 올랐으나

롯데케미칼로 대표되는 그룹의 화학 사업 역시 요즘엔 맥을 못추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한동안 조단위 흑자를 내온 회사다. 2015년 이미 롯데쇼핑 영업이익을 뛰어넘으며 당시 주춤하기 시작했던 롯데쇼핑을 대신해 그룹의 체면을 지켜왔다.

그러나 기초소재에 치중된 사업구조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롯데케미칼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영업손실 3332억원으로 전년(7626억원) 대비 줄었지만 적자가 지속됐다.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기초소재 부문은 과거엔 현금 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이 자국 내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며 직격탄을 맞았다.

롯데그룹 화학 사업의 부진은 지난해 이뤄진 인사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의 직급이 기존 부회장에서 사장으로 한 단계 낮아졌고 전체 승진자 수도 크게 줄었다. 특히 아버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처럼 오랜 기간 근무하며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됐던 오너 3세 신유열 전무가 입사 2년도 되지 않아 롯데지주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떠났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에서 경영수업을 받았고 이후로도 오랜 기간 근무했다. 이때 쌓은 인맥이 롯데그룹의 핵심으로 떠오르며 롯데그룹에서 두각을 보였다는 점을 볼 때 롯데케미칼 입장에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를 인수하며 배터리 사업 진출을 본격화했다. 가격이 무려 2조7000억원으로 2015년 삼성과 한화의 빅딜 이후 최대 규모였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시점과 가격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고오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신사업 진출이 필요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타이밍에 대해선 더 빠르게 결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오너 3세 몸담은 바이오 사업은

최근 롯데그룹 안팎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바이오 사업이다. 지난해 말 신유열 전무가 롯데바이오로직스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보통 경영 후계자들은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실적이 좋은 곳이나 성장성이 높은 곳 등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된다.

신 전무(사진)는 최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신 전무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등기임원은 미등기임원과 달리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참가하고 경영 활동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는 자리다.

롯데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4대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로 낙점해 육성하고 있다.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 전문 기업으로 출범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3월 말 인천 1공장을 착공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약 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공장 3개가 들어서는 메가 플랜트를 설립할 예정이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 전무가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한 신사업 성과를 쌓아가는 데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매출은 2000억원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출범 3년차인 만큼 실적을 논하기엔 이르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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