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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人 제약바이오]보수적 동화약품의 변신, 달라진 인사 과감해진 M&A성경수 동화약품 상무 "M&A 이후 후속관리가 더 중요, 추가 투자 여력 충분"

한태희 기자공개 2024-03-15 09:20:48

[편집자주]

국내 제약바이오의 성장전략은 결국 '사람(人)'이 핵심이다.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영업, 마케팅, 재무, 투자(M&A)까지 다양한 현장에 위치한 키맨의 역할이 막중하다. 기업마다 필요한 인재를 영입하고 육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더벨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7년의 업력, 원리원칙에 따른 정도 경영. 오랜 무차입 기조로 변화와 거리가 멀었던 동화약품이 혁신에 나선 건 2019년부터다. 오너 4세 윤인호 부사장이 사내이사에 오르며 경영권 승계를 준비했고 미래 먹거리 탐색을 본격화했다.

이러한 변곡점에 서 있던 인물은 바로 성경수 미래전략실 상무(사진)다. 미래전략실의 상위 조직인 경영전략본부를 이끄는 이인덕 부사장과 함께 성 상무는 메디쎄이, 베트남 중선파마, 셀트리온 OTC 브랜드 등 굵직한 딜을 이끌었다. 올해는 앞서 펼쳐둔 사업을 안정화하고 투자 후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이다.

◇'무차입 경영' 동화약품의 변신, 오너 4세 의중 반영

1897년 설립된 동화약품은 선대 회장 때부터 무차입 경영을 '제1원칙'으로 내세웠다. 최근까지 연결 기준으로 매년 1000억원대 순현금을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일반의약품(OTC)과 내수 매출 기반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는 오너 4세 윤 부사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미래 전략을 위해 영입된 인력은 이 부사장과 성 상무다. 특히 M&A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성 상무는 삼성정밀화학, LG생활건강을 거쳐 2018년 동화약품에 합류했다. 2020년 창사 첫 M&A로 의료기기 전문 기업 메디쎄이를 인수하는 데 기여했다.

성 상무는 "메디쎄이는 매출이 주로 해외에서 발생한다는 점과 지속가능한 수익성이 매력적이었다"며 "메디쎄이가 가진 글로벌 역량을 토대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도 만들 수 있겠다고 봤다"고 운을 뗐다.


기존 전통 제약사가 후보물질을 도입(L/I)하거나 기술력 있는 R&D 기반 바이오텍을 인수하는 전략과는 차별화된 행보였다. OTC 역량이 뛰어난 동화약품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을 준비했다.

성 상무는 “동화약품은 R&D 투자가 비교적 활발히 이뤄지지 않고 일반의약품 비중이 높은 편"이라면서 "전문의약품을 새롭게 시작하는 건 어렵고 기존 OTC 포트폴리오를 활용한 성장 방향을 모색했다"고 인수 배경을 돌아봤다.

메디쎄이는 2006년 터키를 시작으로 2022년 말 기준 글로벌 29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해외 매출 비중은 약 56.5%로 국내보다 규모가 크다. 글로벌 진출에 관심을 두던 동화약품에게 최적의 선택지였다.

◇OTC 기반 확장 전략, 베트남 진출과 브랜드 인수

잠시 식었던 M&A 열기가 재점화된 건 작년 8월이다. 베트남 약국체인 중선파마 주식 51%를 약 391억원에 인수하며 동남아 시장 진출을 꾀했다. 약국체인 인수는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동화약품과 합이 맞는 카드였다.

성 상무는 "해외 진출에 있어 플랫폼의 중요성을 생각했다"며 "동화약품의 OTC 제품을 해외 소비자들에게 가장 빠르게 접촉시킬 수 있는 게 약국체인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최근 셀트리온의 아시아태평양지역(AP) OTC 4종 판권 인수를 결정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동화약품의 OTC 역량을 글로벌로 펼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성 상무는 종합감기약 '화이투벤'과 구내염 치료제 '알보칠' 등 OTC 브랜드의 잠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고 밝혔다.

성 상무는 "까스활명수, 판콜 등에서 확인했듯이 제약업에서 브랜드 가치의 연속성은 대단하다"면서 "우리는 OTC에 강점이 있고 영업력도 뛰어나 좋은 브랜드만 확보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봤다"고 언급했다.

딜이 클로징 되는대로 감기약 제품의 제형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신신제약과 계약 종료 후에는 자체 유통망을 통한 판매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셀트리온이 맺은 공급계약에 따라 내년 초까지는 신신제약이 화이투벤, 알보칠 등의 영업과 마케팅을 대행한다.

◇M&A로 다진 신사업 초석, 다음 과제는 '투자 후 관리'

성 상무가 합류한 건 2018년으로 6년간 여러 투자를 통해 동화약품의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지금까지 씨를 뿌리는 단계였다면 이제 싹을 틔우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투자처 관리와 기존 사업 간 융화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성 상무는 “올해 핵심은 투자에 대한 관리로 크게 세 가지다”라며 “셀트리온에서 인수한 OTC는 딜이 끝나는대로 새로운 제품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중선파마의 장기적 성장을 위한 기반도 마련한다. 유통 체제를 구축하고 현지 공장 매입도 고려 중이다. 성 상무는 "인수 과정에서 구주보다 신주 매입에 들어간 비용이 많아 2026년까지 자체 자금으로 운용할 여력이 된다"며 "PMI 절차를 마무리하고 자체 일반의약품도 빠르게 론칭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성 상무는 메디쎄이 사내이사 복귀 후 경영 정상화와 코스닥 이전상장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메디쎄이는 오는 25일 주주총회에서 성 상무를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룬다. 그는 "한종현 대표가 사임한 메디쎄이의 경영을 다시 안정화하고 이전상장 계획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한편 R&D에서는 재생치료제와 CNS(중추신경계) 관련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앞서 전략적투자로 지분을 인수한 바이오벤처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각각 2021년과 2022년에 오가노이드 기업 '오가노이드 사이언스'와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사업 등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도 검토하고 있다. 작년에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핏펫'에 50억원 규모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다만 간접 투자를 통한 신사업 역량 강화 목적으로 직접적 사업부 확장과는 거리가 있다.

성 상무는 "펫 사업을 예로 들면 하고 싶다고 무작정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전략적투자 후 사외이사를 파견보내는 등 여러 기회를 확인해 보고 확신이 설 때 자체적인 팀을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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