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아토리서치, 컴퓨터 아키텍트 스케일 아시아로 확대"정재웅 대표, 전북·대구 데이터센터 컴퓨터 최적화 설계…장애 복구 기술로 일본 진출
이채원 기자공개 2024-03-15 08:29:49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 지역 곳곳에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스마트폰처럼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꿈이다. 많은 부분이 IT기술의 혁신으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기술과 노력이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쓰이길 바란다.”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아토리서치 본사에서 더벨과 만난 정재웅 대표(사진)는 광역시 단위의 데이터 건립을 넘어 아시아권으로 지역 범위를 넓히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목표로 성공적인 상장을 최우선으로 꼽을 만큼 상장 준비에도 여념이 없었다.
아토리서치는 이달 중 기술성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7월 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청구에 도전할 계획이다. 회사는 앞서 키움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아토리서치는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스트럭처(Software Defined Infrastructure) 전문 기업이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등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다양한 고객에게 최적화된 인프라를 제공한다.
◇"도시 맞춤형 컴퓨터를 만든다"…부천시 데이터센터 ‘대표작’
정 대표는 아토리서치가 하는 일을 스마트폰에 비유해 설명했다. 그는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안드로이드와 같은 것인데 예전에는 개인 컴퓨터 따로 있고 전화를 하기 위한 휴대폰이 있고 음악을 듣기 위한 MP3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것을 한곳에 모은 스마트폰이 있다”며 “다운로드 받은 어플리케이션(앱)에 따라서 맞춤형 스마트폰이 되듯이 우리도 규모가 큰 맞춤형 컴퓨터를 만드는데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아토리서치는 기업들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삼성전자, 하나금융그룹 등의 기업에서 쓸 수 있는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으며 파주시청, 충북교육청 등 주요 기관에서도 SDN기반 정보통신망을 구축했다.
세종특별자치시의 행정시스템은 아토리서치의 기술로 돌아가고 있다. 아토리서치는 네이버클라우드 함께 세종시 클라우드 활용사업에 참여했다. 세종시는 클라우드앤을 활용해 관내 하이브리드 형태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성하게 됐다.
무엇보다 부천시에서 선보인 데이터 시스템은 아토리서치의 대표작으로 불린다. 부천시와의 데이터센터 설립은 지역을 스마트폰처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 대표는 “미세먼지용 앱, 교통 앱, 지역화폐 앱들을 따로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인프라 위에서 소프트웨어만 올리면 다 같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고 소프트웨어를 변경하며 새로운 서비스가 빨리 올라올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더해서 도시차원에서 관리하는 교통 CCTV, 방범 CCTV, 미세먼지 센서를 도시 네트워크에 보내고 데이터 건물에서 관리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CCTV 영상에서 차를 찾아내거나 움직임을 분석해 교통량을 파악하는 AI기술을 만들어 적용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이를 스마트폰의 앱과 같다고 설명했다.
향후 정 대표는 이러한 앱을 만드는데 주력하는 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가진다. 그는 “자회사 개념보다는 인프라를 우리가 지원하고 킬러 애플리케이션만 개발하는 팀을 꾸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현재는 의사들을 위해 환자(개인정보를 지운)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는 앱 하나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대구·전북·전남 데이터 센터 건립…파트너사 통한 일본 진출도
아토리서치는 올해 대구광역시와 전라북도 데이터센터 건립에 한창이다. 기업에서 도시로, 그리고 광역시 단위 더 큰 도시로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안주하지 않고 시도를 멈추지 않은 정 대표의 도전 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사업을 하다 보니 제안이 들어오기도 하고 먼저 제안하기도 하면서 규모를 키워나갔다”며 “예를 들어 은행과 같은 기업 내에서 통용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더니 부천시에서 도시 단위로 몇 백만 인구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하는 등 계속해서 스케일이 점점 커졌다”고 말했다.
이번 데이터센터는 컴퓨터에 최적화된 건물 설계로 지어진다는 점에서 기존 데이터센터와 차별성을 가진다. 정 대표는 “이전에는 있는 건물에 컴퓨터를 넣어서 데이터센터로 썼다면 이번에는 오로지 컴퓨터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진다”며 “대량의 컴퓨터를 감당할 수 있는 하중, 공간, 층수로 설계했고 냉각 등을 염두에 두고 많은 전력을 감당할 수 있게 했으며 그로 인해 AI와 같은 워크로드에 최적화된 공간을 쓸 수도 있게 됐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립은 통상 3년가량 소요된다.
데이터센터가 지어지기까지 8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토리서치는 대기업과 협업해 이 사업을 진행한다. 대구에서는 SK와, 전라북도에서는 카카오와 손을 잡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대구 수성 알파시티에 지어지는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AI 인프라를 활용한 기업 데이터를 수용해 저장, 분석, 연계까지 고도화된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토리서치는 대구광역시의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각종 서비스를 연구할 예정이다.
전라북도에서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과 더불어 아토리서치 지사를 세울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전주시,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15개 기관·기업과 금융중심지 지정을 위한 전북국제복합금융센터를 개발하고 디지털혁신센터 사업을 발굴하게 된다. 아토리서치는 디지털 인재양성 및 고용을 담당하며 전라북도의 교육 및 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포부를 가진다.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일본에 있는 데이터센터 기업들과 우리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가지고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며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했다가 장애가 날 때 빨리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컴퓨터 만드는 일’은 천직…아시아 지역에서 효율성 높은 데이터센터 구축하고파
정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전기공학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전자공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삼성 중앙 연구소 주임 연구원으로 일한 이력이 있으며 AMD 리서치 랩(Research Lab) 시니어 디자인 엔지니어, 인텔 랩(Intel Lab) 시니어 리서치 사이언티스트 경험이 있다. 현재는 카이스트 전산학부 정보보호대학원 겸직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자신을 ‘컴퓨터 만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정 대표는 “건물 지을 때 건물 설계사 하는 사람을 아키텍트라고 부르는데 컴퓨터 아키텍트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나 컴퓨터 시스템을 어떻게 쓸까를 설계하고 이해하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며 “창업할 때도 나만의 컴퓨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어릴 적부터 만들기를 좋아하던 학생이었다. 과학 상자로 불리던 투박한 형태의 레고상자로 원하는 모양을 만들었을 때 큰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따라서 컴퓨터를 만드는 일은 그의 천직과 다름이 없었다.
아시아 스케일의 컴퓨터를 만드는 것은 그의 멀지 않은 꿈이다. 정 대표는 “머릿속으로 아토리서치의 데이터 센터가 아시아 전역에 펼쳐져 있고 그를 연결하는 해저 광케이블들이 데이터센터를 연결하고 있는 그림을 그리곤 한다”며 “이제는 IT를 빼놓을 수 없는 환경에서 아시아 지역에서는 여러 파트너들과 손을 잡고 연동 잘되고 효율성 높은 데이터센터를 잘 구축해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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