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분리 이슈 재점검]SK그룹 계열분리, 실익은 적지만 비용은 천문학적②분쟁·분리없이 세대교체, 재계 2위 도약…친족경영 유지에 무게
김위수 기자공개 2024-03-20 09:40:39
[편집자주]
형제경영, 사촌경영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대기업집단은 잠재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재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경영에 참여하는 친족들이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높고, 분쟁을 사전에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분리'였다. 효성그룹 오너가 3세들이 계열분리 준비를 시작하며 다른 대기업들의 분리 가능성에 재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모이고 있다. 더벨이 계열분리 가능성이 있는 그룹들의 현황을 다시 짚어보고 향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총수의 형제부터 사촌, 조카까지 경영진에 포진해 있는 SK그룹은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온 곳이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이미 SK케미칼을 중심으로 하는 SK디스커버리 그룹의 독립 기반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과거 SK네트웍스의 최신원 전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계열분리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지금도 오너가 최고경영자(CEO)들은 SK그룹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SK그룹의 계열분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SK그룹이라는 간판을 버리고 독립했을 때의 실익이 크지 않아 보인다. 분리보다는 SK그룹 안에서 독자경영을 이어가며 필요할 경우 힘을 모으는 현재의 친족경영 형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계열분리 없었더라면 달라졌을 재계 양상
SK그룹은 고(故) 최종건 창업주와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 이후 2세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분쟁이나 분리를 겪지 않았다. 최종현 선대회장이 갑작스런 타계한 이후 오너일가 합의로 최태원 회장이 후계자로 추대되며 잡음 없는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다. '왕자의 난'을 겪으며 쪼개진 현대그룹,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수차례 계열분리를 실시한 LG그룹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최 회장 체제에서 사세를 키운 SK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재계 순위에서 2위에 위치해 있다. 2022년 현대차그룹을 제치고 2위에 오른 뒤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 회장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활동이 SK그룹을 재계 2위로 올려놨다고 평가되곤 한다. 특히 2012년 실시된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는 '지금의 SK'를 있게한 결정적 장면이다. SK하이닉스 인수를 계기로 내수 중심의 SK그룹은 수출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할 수 있었다.
SK그룹의 성장세 자체가 눈부시기는 했지만 현대그룹, LG그룹 등의 계열분리가 없었더라면 재계 순위 양상은 지금과는 다르게 흘러갔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SK그룹의 공정자산은 327조원으로 3위인 현대차그룹(271조원)보다 56억원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HD현대그룹의 공정자산은 81조원, 현대백화점그룹은 21조원이다. 이 그룹들의 공정자산만 더해도 SK그룹을 넘어서는 규모가 된다.
LG그룹은 지난해 171조원의 공정자산으로 우리나라 재계 4위에 올라있다.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GS그룹(82조원), LS그룹(29조원), LX그룹(11조원) 등도 재계 50위 안에 포진해있다. 범 LG가 그룹들의 공정자산 합계는 약 293조원으로 SK그룹과의 자산규모 차이를 크게 좁히게 된다.
물론 계열분리가 없었더라면 분리된 각 그룹들이 현재 자산규모를 키운 것만큼 성장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각 그룹들이 자산규모 축소를 감안하고 계열분리를 선택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반대로 SK그룹이 계열분리 없이 회사를 키워온 점은 현재의 'SK' 이름값을 만드는데 일부나마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최재원·최성환, 그룹 경영 등판할까
SK디스커버리 그룹은 지분구조상 일찌감치 독립의 바탕을 만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계열분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최창원 의장으로서는 굳이 독립할 이유가 없다. SK그룹이라는 간판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해서 얻을 이익이 크지 않아 보인다.
최 의장 외에 계열분리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돼온 곳은 최신원 전 회장과 아들인 최성환 사장이 대를 이어 경영하는 SK네트웍스다. 특히 최 사장이 지주사인 SK㈜의 지분을 팔고 SK네트웍스의 지분을 매입해 이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 사장을 비롯한 직계가족들도 SK네트웍스의 주식을 사모으는 중이다.
단 SK㈜가 SK네트웍스 지분의 41.2%를 보유하고 있어 독립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SK네트웍스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회사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의 독립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마찬가지로 SK㈜의 지분 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과거 최태원 회장으로부터 166만주, 여동생인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으로부터 29만6668주를 증여받았지만 현재 최 수석부회장이 쥐고 있는 SK㈜ 주식은 26만7815주에 불과하다.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배터리 사업 중심 독립경영의 발판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총수일가 경영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룹내에서 영역을 구축하는 모습이다. SK디스커버리 외에는 계열분리를 위한 지분정리를 마치지 못했다. 앞으로도 이를 완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완벽한 지분정리를 위해 필요한 자금은 최소 수천억원, '조단위'가 필요할 수도 있다.
계열분리를 위한 비용과 계열분리로 인한 이익을 비교하면 차라리 독립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없는 현재로서는 독립으로 인한 이익이 더더욱 크지 않은 상황이다
SK그룹이라는 큰 틀에서 독자경영을 하는 현재의 형태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최 의장이 SK그룹의 최고 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수장으로 선임된 점은 주목되는 사안이다. 최 의장과 마찬가지로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성환 사장 역시 능력을 충분히 보여준다면 그룹 경영에 등판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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