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0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10대 종합 식품기업 중에 1980년대 이후에 설립된 곳은 풀무원뿐입니다. 40살 밖에 안된 청년 기업입니다."최근 창립 40주년을 맞은 풀무원의 성장 전략과 재무 현황 등을 살펴보는 소기획을 진행했다. 분석 기사 작성을 위해 풀무원 측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스치듯 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멘트다. 보수적 경영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 식품 기업 중에서 눈에 띄게 변화와 도전을 추구하는 풀무원의 행보에 대한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풀무원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먹고사는 것이 질보다 양에 초점이 맞춰져있던 1980년대, 요즘 시대의 '유기농' 개념의 무공해 농산물을 팔기 시작한 곳이다.
이제는 K푸드의 주무대가 된 미국 시장도 일찍부터 진출했다. 1991년 해외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 생산 공장도 지었다. 설립된 지 10년도 되지 않았던 시기였다. 특히 당시는 미국인들이 두부를 먹지 않았고 접해본 경험조차 없었던 시절이다. 식품 업계가 보기에 두부 황무지로 향하는 풀무원의 도전은 다소 무모하게 느껴졌다.
역시나 쉽지 않았다. 적자가 계속 쌓였지만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사업을 더 키웠다. M&A를 통해 현지 기업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외형을 키우고 제품군 다양화를 추진했다.
'코로나19' 시기 미국 시장에서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큰 기회가 찾아왔다. 주력 제품인 두부와 아시안 누들의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현지 공장에서 생산량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동시에 생산 라인 증설을 통해 미래를 대비했다.
하지만 물류비 증가로 수백억원대 적자가 또 쌓였고 해외 시설 투자를 위해 자본 시장의 문을 두드리다 보니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해외법인 실적악화에 따른 재무 부담은 풀무원 크레딧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미국 두부 점유율 1위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나오지 않자 글로벌 전략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생겨났다.
오랜 뚝심은 최근 빛을 보기 시작했다. 미국 현지에 증설한 생산라인 가동을 시작하며 적자가 대폭 줄었다. 지난해 풀무원의 잉여현금흐름이 플러스(+)로 전환됐다. 약 7년 만이다. 연간 기준으로 아직 적자 상태지만 30년간 공들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풀무원의 성장사를 짚어보는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재무상태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였다. 대부분 해외사업 전략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3000억원 넘는 누적 적자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다행인 것은 올해 해외 사업에서 연간 기준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는 점이다. 1분기에 미국 법인에서 꽤 괜찮은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흑자 성적표를 받아 그동안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증명하길 바란다. 창립 40주년인 올해를 기점으로 재무가 불안한 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젊고 바른 기업 이미지를 더 굳힐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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