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28일 07시2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흔히 기업이 경영전략을 수립할 때는 '새의 시각'과 '벌레의 시각'이 두루 필요하다고 한다. 전자는 하늘을 나는 새가 세상을 내려다보듯 커다란 경영 청사진을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후자는 땅을 기는 벌레가 장애물을 에둘러 가듯 경영상 발생하는 시행착오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이다.최근 국내 게임사 '더블유게임즈'는 신사업을 발표했다가 낭패를 봤다. 야심차게 케이팝(K-POP)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주가가 되레 고꾸라졌다. 신사업 발표 당일 주가는 11% 넘게 빠졌다. 하루 만에 1200억원 가까운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올해 자사주 매입부터 소각, 무상증자, 현금배당까지 갖가지 주주환원정책을 구사하며 주가 반등에 매진했던 만큼 상처는 더 쓰라렸다.
더블유게임즈로서는 억울할 법도 했다. 본업인 소셜카지노와는 무관한 이종산업에 진출하는 만큼 철저한 리스크 대비를 했다.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단계별 사업 성과에 따라 계단식으로 투자하겠다고 했다. 신사업 성과가 발생하지 않으면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다. 누적 투자금은 최대 100억원으로 한정했다. 벌레의 시각에 입각해 신사업 실패 리스크를 최소화한 셈이다.
문제는 새의 시각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블유게임즈는 신사업을 발표하며 향후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하지만 더블유게임즈가 내세운 케이팝 사업은 자력으로 해외 진출이 어려운 아이돌의 일본 공연을 중개하는 일이다. 거창한 타이틀에 비하면 무게감이 떨어졌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변화하겠다는 포부에 "어떻게"라는 반문이 붙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더블유게임즈 행보는 경쟁사인 '미투젠'과 비교된다. 미투젠 역시 지난해 소셜카지노 게임사를 넘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같은 방향이었지만 방식은 달랐다. 미투젠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고스트스튜디오를 인수하며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업의 핵심인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역시 단숨에 확보했다. 나아가 사명마저 미투젠에서 고스트스튜디오로 바꿨다.
올해는 어쩌면 더블유게임즈 역사에서 가장 중차대한 순간으로 남을 수 있다. 국내 최고의 소셜카지노 게임사에서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발돋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성장과 쇠퇴 갈림길에 섰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더블유게임즈를 향한 불확실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주주들이 기대하는 것은 '깜짝수' 같은 신사업 발표보다는 뚜렷한 청사진과 경영철학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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