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C형 VC 톺아보기]'바이오에 진심' 정성인, 백기 든 백신펀드 꿰찬 야심③‘전문성 강조’ 2016년 바이오 본부 신설…6월 1500억 2차 클로징 계획
이채원 기자공개 2024-04-08 16:08:03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07: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몇 년 전 주식시장 트렌드 세터는 이른바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로 불렸다. 이 가운데 프리미어파트너스가 특히 주력한 것은 바이오였다. 한철 트렌드에 올라타 재미를 보겠단 생각은 결코 아니었다. 프리미어파트너스 파운더인 정성인 회장은 바이오가 한국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있었다.프리미어파트너스는 2016년 조직개편을 통해 바이오 본부를 세웠고 바이오 전문가들을 전면 배치했다. 조직을 전면 개편해 본부 하나를 만드는 것은 당시 10년이 갓 넘은 프리미어파트너스에게 큰 도전이었다. 그만큼 바이오 투자에 대한 전문성을 키워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벤처캐피탈(VC) 스스로가 잘 알고 자신 있는 분야에 투자해야한다는 정성인 회장의 기조가 반영된 결과다.
당시 정 회장은 바이오 섹터의 경우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투자가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본부를 따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에서 바이오투자가 선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착안해 미국 바이오 전문 VC인 ARCH(아치) 벤처 파트너스와 8년째 전략적으로 협업 중이다.아치 벤처 파트너스와 함께 기술 트렌드와 투자 방향에 대해 토의하면서 투자한다.
◇바이오 투자 본부 신설, 고분자공학·헬스케어·생명과학 전문가 포진
프리미어파트너스는 2016년 바이오 전문 투자 조직을 신설했다. 바이오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심사역 3명을 영입해 팀을 꾸렸다. 당시 전체 심사역이 8명에 불과했던 프리미어파트너스의 인력 규모를 감안하면 바이오 전문 인력 3명을 영입하는 것은 야심찬 도전이었다.
바이오 본부를 이끌고 있는 인력은 모두 바이오 분야에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 문현식 전무는 2016년 바이오 본부가 생겨날 시기 프리미어파트너스에 합류했다. 바이오 및 소재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섬유고분자공학과(현 재료공학과 고분자전공)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고분자공학(Macromolecular Science and Engineering) 박사 과정을 거쳤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수료하고 삼성종합기술원에서 전문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약학대학에서 방문교수를 역임한 이력도 있다.
문 전무는 프리미어파트너스 바이오 펀드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다. 프리미어 글로벌 이노베이션 1호 투자조합, 프리미어 글로벌 이노베이션 2호 투자조합 등 주요 바이오 펀드 대표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력 변동을 거쳐 2018년과 2020년 새 인물들이 바이오 본부에 합류했다. 조현무 상무는 2018년 프리미어파트너스에 발을 들였다.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생명과학 분야 전문가다. 카이스트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이후 미국 MIT 슬로언 스쿨(Sloan School)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한미약품 해외 BD팀에서 신약 라이센싱 및 얼라이언스 업무 등을 담당했다.
2020년에는 홍정표, 오승준 수석팀장이 합류했다. 홍정표 수석팀장은 바이오 헬스케어, AI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연세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공인회계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 NH투자증권 IPO팀에서 상장업무를 담당했으며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오승준 수석팀장은 바이오 제약 분야를 다루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미약품과 종근당에서 항암제 신약임상개발 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했다.
◇바이오 투자 꾸준히 늘려…1500억 백신펀드 조성 앞둬
바이오 본부가 설립되고 1년 후인 2017년, 프리미어파트너스는 750억원 규모 프리미어 글로벌 이노베이션 1호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프리미어 글로벌 이노베이션 1호 투자조합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바이오 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투자했다. 면역세포치료제 개발기업 '바이젠셀', 첨단 신제형 의약품과 화장품을 연구·개발·생산하는 기업 ‘아이큐어’ 등을 발굴했다.
해외 유한책임출자자(LP)를 확보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전해진다. 한국벤처투자가 300억원을 출자했으며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군인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셀트리온, 대원제약 등이 참여했다. 해외 바이오 전문 투자자들도 LP로 참여했다.
바이오 펀드이지만 펀드 명에 ‘바이오’가 들어가지 않는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또 후기 바이오 벤처기업이 아닌 초기 바이오 벤처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로, 타 바이오 펀드와 차별성을 드러냈다. AUM(운용자산) 규모가 큰 하우스들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이오 섹터의 후기 투자를 진행하곤 한다.
바이오 본부는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바이오 초기기업과 새로운 기술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단계별 투자를 진행해나갔다.
첫 바이오 펀드를 만들고 회사는 3년 뒤인 2020년 900억원 규모 프리미어 글로벌 이노베이션 2호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1차 클로징으로 750억원을 결성하고 한 달 만에 150억원을 증액했다. 1호 펀드보다 규모를 늘리고자 하는 하우스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앵커 유한책임출자자인 모태펀드와 함께 신한, 하나, 농협, IBK 등 다수 은행이 출자자로 참여했다. 1호 펀드와 마찬가지로 셀트리온과 대원제약도 출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는 펀드 규모를 한층 더 늘렸다. 지난해 말 1000억원이 넘는 바이오 벤처펀드를 결성하는데 성공했다. 2호 펀드 결성 이후 3년 만이다. 프리미어 IBK KDB K-바이오 백신 투자조합 결성은 하우스가 향후 수년간 바이오 투자를 위한 드라이파우더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K-바이오 백신 펀드는 앞서 정시출자에서 GP로 선정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미래에셋캐피탈이 GP 자리를 내어 놓으면서 프리미어파트너스가 그 공백을 메웠다. 미래에셋벤처투자와 미래에셋캐피탈은 전체 펀드 결성액인 2500억원 중 30%를 모집하지 못해 출자사업에 백기를 들었다고 알려진다. 이후 한국벤처투자는 공백이 생긴 2500억원을 쪼개서 수시 출자 공고를 냈고 프리미어파트너스가 1500억원 규모의 바이오 백신 펀드 펀드레이징을 맡게 됐다.
지난해 프리미어파트너스는 확고한 바이오 펀드 결성 의지를 내보였다. 하우스는 2023년 상반기 한국성장금융이 주관하는 혁신산업펀드 출자사업 일반소형 분야에 지원했지만 탈락 고배를 마셨다. 지원사 중 유일하게 1200억원 모두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 결성을 제안해 2차 심사(PT)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혁신산업펀드 측에서는 특정 섹터에만 편중해서 투자하겠다는 하우스의 기조에 부담을 느꼈다고 알려진다.
프리미어 IBK KDB K-바이오 백신 투자조합은 혁신 제약 기술 플랫폼, 국내기업의 글로벌 진출, M&A 등 혁신 제약?바이오헬스 기업에 투자한다. 보건복지부는 신약 개발 투자를 강화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톱6에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바탕으로 이 펀드를 조성했다.
프리미어파트너스 관계자는 "현재 농협중앙회 100억원, 군인공제회 100억원 출자확약(LOC)을 받은 상태로 나머지 200억원은 기관들에게 제안하고 있다"며 "내부에서는 6월 말까지 1500억원 클로징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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