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C형 VC 톺아보기]'세컨더리 명가' K2인베, AUM '1조클럽' 노린다①첫 펀드 IRR 18.6%로 청산, 준수한 성적…2000억 대형펀드도 도전
이기정 기자공개 2024-03-21 08:27:16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9일 16: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 캐피탈을 설립하고 첫 펀드가 가지는 의미와 상징성은 상당하다. 하우스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시장에 가장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K2인베스트먼트)의 첫 펀드는 465억원 규모의 '신한케이투세컨더리투자조합'이다. 펀드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세컨더리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다.K2인베스트먼트는 2011년 7월 설립됐다. 첫 펀드를 선보인건 이듬해 5월이다. 약 1년여 시간동안 LP(출자자)들에게 출자를 설득하는 지난한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에 내놓은 펀드가 왜 세컨더리였을까. 세컨더리펀드는유망 창업벤처기업 등 피투자기업에 직접 투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존 발행되어 있는 출자지분 등(구주 등)을 인수하기 위해 조성된 펀드다. 틈새시장을 노리면서 차별화를 꾀했다.
첫 펀드는 5년 후인 2017년 5월 18.6%에 달하는 IRR(내부 수익률)을 기록하며 청산했다. K2인베스트먼트가 세컨더리 투자 명문으로서 자리를 잡는 신호탄이었다. 현재까지 K2인베스트먼트는 총 5개(지분유동화펀드 포함)의 세컨더리펀드를 결성했다. 추후 2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세컨더리펀드 결성도 목표로 하고 있다.
K2인베스트먼트는 국내 LLC(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 중에서는 1세대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굴리는 하우스다. 지난해말 기준 AUM은 6000억원을 돌파했다. 톱티어 VC로서 상징성을 갖는 AUM 1조클럽 가입도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상황이다. K2인베스트먼트는 세컨더리 강자 타이틀에 만족하지 않고 종합 대형 하우스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세컨더리' 강점 확실…지분유동화는 첫 펀드 결성 후 '실종'
LLC형 VC는 유독 설립 초기 특정 섹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자본금이 적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빠르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특정 섹터 전문 하우스로 영역을 굳히거나 다른 분야로 도전에 나서는 것으로 선택지가 갈렸다.
LLC형 VC 대부분이 이같이 설립 초기부터 자신들만의 색을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1세대 LLC형 VC 프리미어파트너스와 이노폴리스파트너스, 캡스톤파트너스 등이 IT 투자 전문성을 내세웠다. 또 설립은 다소 늦었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위벤처스가 초기 투자 강점을 강조했다. 이외에 가이아벤처파트너스 등이 문화 섹터 투자 전문 VC로 이미지를 구축했다.
K2인베스트먼트는 국내 세컨더리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보자는 목표로 출발했다. 공동 창업자인 김봉수 대표와 김지훈 전 대표는 모두 SBI인베스트먼트(당시 한국기술투자) 출신이다. 이들은 2010년대 초 VC업계에 세컨더리 펀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고 새로운 기회를 열 수 있다는 판단으로 창업을 결심했다.
K2인베스트먼트는 실제 설립 이듬해 465억원 규모의 '신한케이투세컨더리투자조합'을 결성했다. LLC형 VC가 조성한 첫 펀드 규모치고는 큰 규모였다. 이어 회사는 2014년에는 '케이투유동화전문투자조합(830억원)'을 결성하며 AUM(운용자산) 1000억원을 달성했다.
세컨더리와 지분유동화 투자 모두 상대적으로 후기 라운드에 투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에는 두 섹터 모두 이제 막 태동한 단계로 투자 난도가 높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특히 지분유동화펀드의 경우 K2인베스트먼트가 결성한 조합이 업계 최초의 사례였다. K2인베스트먼트는 과감하게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K2인베스트먼트는 책임운용을 위해 원펀드 전략으로 두 펀드를 운용했다. 이어 2017년과 2021년 각각 세컨더리펀드와 지분유동화펀드를 IRR(내부수익률) 18.6%, 13.2%로 성공적으로 청산해 주요 트랙레코드를 추가했다. 이는 후에 K2인베스트먼트가 다른 주목적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이후에도 세컨더리펀드 결성은 꾸준하게 이어졌다. '케이투 케이아이에스 2021 세컨더리 투자조합(195억원)', '케이투 케이아이에스 2022 세컨더리 투자조합(124억원)', '케이디비씨-케이투 2023 세컨더리 투자조합(55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초반 목표로 했던 회사의 정체성을 꾸준하게 이어온 셈이다.
다만 지분유동화펀드 결성은 2014년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먼저 초기 멤버 중 일인이었던 김준민 메타인베스트먼트 대표가 2010년대 후반 LP 지분유동화 전문 VC를 꿈꾸며 독립에 나섰다. K2인베스트먼트는 이후 2022년 모태펀드 2차 정시출자 LP지분유동화펀드 분야 GP(위탁운용사)로 선정돼 다시 한번 펀드 조성에 나섰지만 결국 LP(출자자)를 확보하는데 실패하며 GP 지위를 내려놨다.
VC업계 관계자는 "LLC형 VC는 자본금이 적어 GP커밋 여유가 없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서의 장점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며 "어느정도 성장을 한 후에는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하겠지만 특정 섹터에 전문성을 두고 정체성을 유지하는 곳도 다수다"라고 설명했다.
◇PE 진출로 조단위 하우스 도약 목표
K2인베스트먼트를 대표하는 또 다른 수식어는 '딥테크' 명가다. 세컨더리와 지분유동화펀드에서 보여준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수의 블라인드 펀드를 만들어 딥테크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작점은 2018년 결성한 '케이투 레페리오 투자조합(684억원)'이었다. 해당 펀드는 내년 청산을 앞두고 있다. 예상 IRR은 18% 수준으로 또 한번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추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에는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는 블라인드 펀드를 결성했다. 1358억원 규모의 '케이투 엑스페디오 투자조합'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또 2022년 995억원의 '케이투 엑스페디오 2호 투자조합', 지난해 1480억원 규모로 '케이투 엑스페디오 3호 투자조합'을 잇달아 결성했다. 이외에도 프로젝트펀드를 다수 결성해 운용자산(AUM)을 불려왔다.
지난해 AUM 6000억원 고지를 넘은 K2인베스트먼트의 향후 목표는 PE 분야로의 진출이다. 수년전부터 PE 성격의 딜을 진행하면서 경험치를 쌓았고 지난해에는 본격적으로 관련 시니어급 인력을 영입했다. 이를 통해 AUM 1조를 넘어서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기존 강점에 소홀하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세컨더리 투자 전문성도 이어나가기 위해 내년 2000억원 이상의 세컨더리 펀딩에 나설 계획이다.
김상우 K2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올해에는 벤처펀드 결성을 쉬어가고 PEF 펀드레이징에 집중할 생각"이라며 "내년에는 그간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던 세컨더리펀드를 2000억원 규모로 추가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하우스들이 가져가고 있는 국내 PE 딜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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