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C형 VC 톺아보기]K2인베, PE 진출 '원년'…프리미어파트너스 길 걷나?②유한책임회사형 AUM 2위 굳히기…사모펀드 도전 '양날의 검' 우려도
이기정 기자공개 2024-03-22 07:01:48
[편집자주]
2005년 LLC(Limited Liability Company·유한책임회사)형 벤처캐피탈(VC)의 등장은 변곡점이었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이 없어도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수많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독립을 꿈꾸는 계기가 됐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를 시작으로 LLC형 하우스가 생겨났고, 2016년 모태펀드에서 마이크로 VC 계정을 신설하며 그 수가 크게 증가했다. 곳간이 넉넉하지 않는 LLC 특성상 필연적으로 펀딩에 어려움을 겪지만 내공을 쌓으며 수천억원 규모까지 AUM(운용자산)을 불린 곳들도 있다. 더벨은 업력 5년 이상, AUM 1000억원 이상의 LLC형 VC의 성장 과정을 짚어보고 미래 방향성과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2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K2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벤처투자를 위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한 가운데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PEF(사모펀드) 펀드레이징에 나설 계획이다. 그간 PE 성격의 딜을 진행하며 충분한 경험치를 쌓은 만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설립 후 14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변곡점도 여럿 있었다. 설립 4년차까지 잇따라 펀드 결성에 성공했지만 앞선 펀드가 청산 실적을 내기까지 다른 주목적의 추가 펀드를 만들지 않았다. 이후 펀드 청산으로 우수한 성적표를 쓰면서 다른 주목적의 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다. 회사는 딥테크 투자 전문성을 내세워 1000억원 이상의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성 있는 투자와 꾸준하게 LP풀을 늘려왔다는 점에서 PE 진출을 통한 AUM(운용자산) 1조 달성이 마냥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펀드 조성을 위한 GP커밋 마련은 회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LLC형 VC는 수십억원 이상의 자본이 있어야 설립이 가능한 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금융회사와 달리 자본금이 없어도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조달 과정에서 약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파른 초기 성장세…청산 성과 뒷받침에 중형 하우스 진입 '성공'
K2인베스트먼트가 처음으로 결성한 펀드는 신한캐피탈과 함께 2012년 5월 만든 '신한케이투세컨더리투자조합(465억원)'이다. 또 2013년과 2014년 각각 'KDB케이투바이오스타투자조합(86억원)'과 '케이투유동화전문투자조합(830억원)'을 각각 결성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설립 3년만에 AUM 1000억원 이상의 하우스로 도약에 성공했다.
다른 LLC형 VC와 비교하면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다. 2005년 설립된 프리미어파트너스는 같은해 500억원 규모의 첫 펀드를 결성했지만 후속 펀드 조성까지 3년이 걸렸다. AUM 1000억원이 넘어선 것은 설립 5년차였던 2010년이었다. 2019년 설립된 위벤처스 정도가 K2인베스트먼트보다 AUM 1000억원 달성이 빨랐다. 위벤처스는 설립 2년차인 2020년 AUM 1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초반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지만 3번째 펀드 결성 이후 한동안 새로운 조합을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 설립 초기 결성했던 펀드들의 청산이 시작됐다. 당시 K2인베스트먼트는 세컨더리 펀드를 내부수익률 18.6%, 바이오스타투자조합을 IRR 35.8%로 성공적으로 청산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우수한 트랙레코드를 내세워 2017년말부터 매년 꾸준하게 1개 이상의 펀드를 만들었고 2022년 AUM 3639억원까지 몸집을 불렸다. 이어 지난해 1440억원 규모의 '케이투 엑스페이도 3호 투자조합'을 포함해 5개의 펀드를 만들며 6421억원까지 AUM을 확대했다.
이는 다른 LLC형 VC와 비교해 상당히 큰 규모다. 실제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LLC형 VC는 총 44곳인데 이중 AUM 1000억원 이상(벤처펀드 기준)의 하우스는 총 17곳이다. 이중 AUM이 5000억원을 넘는 곳은 프리미어파트너스와 K2인베스트먼트가 유일하다. AUM이 3000억원을 넘는 곳 역시 3곳(위벤처스, 뮤렉스파트너스, 케이넷투자파트너스)에 불과하다.
K2인베스트먼트 관계자는 "회사 성장 과정에서 터닝포인트는 3번이 있었다"며 "먼저 2017년 초기 결성했던 펀드의 청산을 통해 입지를 구축했고 2021년 유동화 펀드를 청산해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지난해 2700억원 규모의 펀딩에 성공해 대형사 도약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고 설명했다.
◇경험치 충분, PE 영토 확장 '원년'…GP커밋 마련은 '숙제'
K2인베스트먼트가 꾸준한 성장을 해올 수 있었던 배경은 세컨더리와 지분유동화 투자 전문성이 큰 역할을 했지만 내부적으로 바라보면 딥테크 기업에 투자한다는 명확한 철학이 숨어 있다. 실제 회사는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에서 이윤을 내거나 낼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꾸준하게 투자를 해왔다.
회사는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대형 하우스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PE 영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PE 본부를 신설하고 ST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에서 바이아웃 투자를 담당했던 김세민 상무를 PE 본부장으로 모셔왔다. 현재도 PE 부문에서 활발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우 K2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벤처펀드만으로는 AUM을 성장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PE 경쟁력을 키우면 외형 확대뿐 아니라 다양한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여러 부문에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PE 성격의 딜을 진행하며 경험을 쌓아왔기에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프리미어파트너스 역시 PE로 영역을 확장하며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회사는 2016년 2000억원 규모의 '프리미어 성장 전략 M&A 펀드'를 결성하며 AUM 5000억원 고지를 밟았다. 이후 꾸준하게 PE 규모를 키워 지난해 기준 1조3000억원 규모의 PEF를 운용하고 있다.
AUM 확대를 위한 최대 과제는 GP커밋 확보다. LLC형 VC는 창투사나 신기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자본 확보가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통상 LLC형 VC가 GP커밋을 위해 자본을 마련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먼저 지분을 보유한 파트너들이 출자금을 모으는 방법이 있다. 통상 설립 초기 조성되는 펀드가 이같은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두번째로 앞서 결성한 펀드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일부 GP커밋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인건비 등이 포함된 운용자금 내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활용하기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마지막 방법은 외부에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 경우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 유한책임회사의 특성 상 특정 기업 등에게서 지분 투자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자본이 필요할 경우 주식회사로 전환 후 지분 투자를 받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캡스톤파트너스가 이를 위해 2018년 LLC형 VC에서 창투사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한 LLC형 VC 대표는 "통상 상장 VC의 GP커밋 비율이 10% 수준이라면 LLC형 VC는 1~5%에서 출자를 한다"며 "5년차까지는 운용자금이 빡빡하기 때문에 파트너들이 자금을 대는 경우가 많고 이후에는 각사의 전략에 따라 GP커밋을 마련한다"고 설명했다.
K2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이미 상당한 AUM을 굴리고 있기 때문에 자체적인 수익으로 GP커밋을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선 VC 대표는 "K2인베스트먼트는 업력도 길지만 대형 펀드들이 많아 다른 LLC형 VC보다는 자금 조달이 용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인건비 등 회사 운용비로 얼마나 많은 자금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프리미어파트너스와 같이 조단위 이상의 하우스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리부터 자금을 조달할 방법을 마련해놓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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