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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R&D 거점 남양연구소, '전동화 100%' 전략 산실 [르포]배터리 해체·분석, 내재화 모색…중동 재현한 첨단 테스트까지

임한솔 기자공개 2024-04-01 09:17:58

이 기사는 2024년 03월 3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연기관차로 세계 시장을 석권한 현대차그룹. 이제는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로 새롭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목표는 과감하다. 2035년 유럽 판매 차량의 100%, 2040년 주요 시장 판매 차량의 100%를 전동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빠르게 늘려가는 추세다.

경쟁력 있는 차량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분야도 전동화 색채로 물들었다. 현대차그룹 R&D시설인 남양기술연구소가 전동화 차량 개발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배터리 성능 분석부터 전기차 테스트까지 다종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며 신차 및 신기술 개발에 앞장서는 남양연구소를 27일 방문했다.

◇배터리 직접 뜯어본다…내재화 향한 의지

먼저 찾은 곳은 남양연구소 배터리 분석실이다. 배터리 분석실은 배터리 셀을 구성하는 소재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셀의 성능, 내구성, 안정성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언뜻 보기엔 자동차기업보다는 반도체기업의 시설에 가까웠다. 먼지 한 톨 보이지 않게 깔끔한 가운데 곳곳에 각종 분석장비가 놓였다. 눈 닿는 곳마다 붙은 계기판은 현재 온도와 습도를 나타냈다. 신뢰성 있는 분석 결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조건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평소에는 영하 60도에서 이슬이 맺히는 조건을 갖추고 실험을 한다.

배터리 분석은 배터리 셀 해체실, 전처리실, 메인 분석실을 거쳐 진행된다. 셀 해체실은 말 그대로 배터리를 해체해 시료를 얻는 곳이다. 세라믹 가위 같은 도구로 배터리 셀을 자른다. 당연히 화재 발생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했다. 벽을 스테인리스강으로 덮고 소화 장비를 설치했다. 다행히 아직 불이 난 적은 없다고.

남양연구소 배터리 분석실 내부. (출처=현대차그룹)

확보한 시료는 전처리실에서 정밀 분석을 위한 샘플로 만들어진다. 이후 메인 분석실로 이동해 여러 분석기기에 장입돼 분석이 이뤄진다. 이름조차 낯선 라만분광분석기의 경우 시료 표면에 레이저를 쬐어 나온 신호를 기반으로 물질 특성을 분석한다.

현대차그룹이 직접 배터리를 뜯어보는 것은 배터리 내재화 노하우를 얻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배터리 원료를 직접 확보하고 자체 배터리를 개발하는 등 배터리 내재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내재화를 통해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타파하고 전기차 성능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상용차도 전동화…중동 환경 재현해 테스트

남양연구소에서는 개발된 자동차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된다. 배터리 분석실에 이어 방문한 상용내구시험동, 상용환경풍동실 등은 상용차의 테스트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순수 전기차(BEV), 수소전기차(FCEV)를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 역량을 강화했다.

상용내구시험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상용차의 내구성을 시험한다. 실제 차량을 직접 시험하는 것보다는 차량에 탑재된 시스템과 부품 단위의 시험이 주다. 차량이 워낙 크고 무겁다 보니 실차로 시험할 경우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엄격한 테스트를 치른다. 널찍한 공장 같은 공간에서 자동화한 설비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24시간 작동시킨다.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동되는 육중한 로봇이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서스펜션을 흔들어 충격을 준다. 로봇 팔이 반복해서 차량 문을 여닫거나 변속기를 계속 조작해 마모도를 살펴보기도 한다. 누적 주행거리 100만km를 훌쩍 넘는 상용차에 걸맞은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남양연구소 상용환경풍동실 내부.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현대차그룹)

상용환경풍동실의 경우 상용차가 온도, 바람, 햇빛 등의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의 넉넉한 공간이다.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가 바닥에 설치된 롤러 형태 다이나모(주행 재현 설비) 위에 얹혀 주행하고 있었다.

엑시언트 정면에선 3.3m 크기 대형 팬이 일으키는 바람이 불어온다. 바람에는 뿌연 가스가 실려 공기의 흐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바람으로 인해 예상 이상의 진동이 발생할 경우 차량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바로 확인 가능하다.

내부는 후덥지근했다. 온도를 영하 40도~영상 60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는데 이날은 중동 지역 테스트 기준 온도인 45도에 맞춰져 있었다. 천장 조명들도 쨍쨍한 햇빛을 재현했다. 중동에 직접 상용차를 가져가서 시험하는 대신 현지 환경을 그대로 본떠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이다.

BEV, FCEV 테스트에 알맞은 전기·수소 충전설비도 갖춰졌다. 수소를 다루다 보니 앞서 방문한 배터리 분석실과 마찬가지로 안전에 신경을 썼다. 내부 시설물을 모두 방폭 사양으로 조성했다. 첨단 시설과 안전을 동시에 챙기느라 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보람도 크다. 실차를 시험하는 시험실 중 처음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가연구 안전관리본부에서 인증하는 ‘안전관리 우수연구실’ 자격을 획득했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는 판매량이 적지만 엄연히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의 일익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중동, 남미 등 신흥 시장에서 BEV, FCEV 상용차에 대한 요구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등과 협력해 현지에서 수소 상용차 시장 개척을 추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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