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 시계]구글도 현대차도 풀지 못한 숙제 '재무'③자산총계 1000억 감소…현금성자산 줄어들었을 가능성
이호준 기자공개 2024-03-26 07:19:26
[편집자주]
상장 시계가 돌아가게 된 건 한 문장 때문이다. '4년 이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상장되지 않으면 풋옵션 행사 가능'. 현대차와 소프트뱅크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인수 계약은 현대차의 로봇업 진출의 서막으로도 유명하지만, 시장은 비전보다는 역시나 이런 계약 내용에 훨씬 주목한다. 이제 보상을 약속한 시점까지 1년여를 앞둔 상황,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둘러싼 상황은 무엇을 보여주고 있을까. 더벨이 시장과 현대차 모두의 화두가 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현황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2일 09: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어떻게 보면 현대차그룹은 구글과 소프트뱅크그룹의 숙제를 넘겨받았다. 이들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먼저 인수한 이후 각각 2족 보행 로봇 '아틀라스'와 로봇 개 '스폿' 등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지만 끝내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한 채 손을 털고 나갔다.현대차그룹도 마찬가지다. 걷거나 뛰는 보행 로봇을 넘어 자율주행차와 물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로 사업 범위를 넓히기 위해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 수익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대규모 손실로 인해 자산총계만 홀쭉해지고 있는 상태다.
◇대규모 손실 발생…현금성자산 줄어들었을 가능성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지난해 자산총계는 약 2945억원이다. 전년(3921억원)에 비해 약 1000억원(25%↓)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이 2021년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에 최종 인수할 당시 확인된 자산총계 3785억원보다도 몸집이 홀쭉해졌다.
몸집이 줄어든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다만 추측은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대규모 '손실액'에 따른 자산 감소로 관측된다. 실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당기순손실로만 3348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품에 안긴 이후 낸 최악의 순손실이다.
회사의 현금성자산이 크게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돈을 벌지 못했으니 곳간에 쌓아 둔 돈으로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데 나섰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기간 부채가 280억원밖에 늘지 않았다는 점도 가진 돈을 썼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로봇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려면 많은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에 자산 축소나 순손실, 심지어는 현금 보유량에 꼭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는 적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매해 빠짐없이 출자하며 벌써 수천억원을 지원했다.
올해도 적자 폭이 심화한다면 언제일지 모를 상업적인 성공을 위해 다시 돈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 나름 로봇산업의 선발주자로서 시장 내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연구개발(R&D) 비용과 생산설비 증설에 관한 투자에 계속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숫자는 아닐 듯…'시너지'에 건 기대 지속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1992년 미 메사추세스 공과대학(MIT) 학내 기업이었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하기 전까지 29년째 적자를 내왔다. 이전 주인인 구글(2013년)과 소프트뱅크그룹(2018년)이 '투자'만 지속했던 배경이다.
물론 이들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용화 가능성을 아예 접고 도중에 손을 털고 나간 경우다. 현대차그룹 역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상장, 상장 전 매각 등의 행보에 나선다면 투자금보다 많은 돈을 챙기긴 하겠지만 아직 이러한 움직임은 전무한 상황이다.
믿음이 지속된다면 배경엔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당시 자율주행차와 물류,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비롯한 미래 모빌리티에 관한 구상을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지난 수십 년간 상당한 발전을 이룬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을 자사의 미래 먹거리로 활용하겠다는 얘기다.
포부가 컸던 만큼 들였던 공도 남다르다. 현대차그룹은 재작년 보스턴다이내믹스 AI연구소(BD AI Institute)를 설립한 바 있다. AI 로봇에 대한 기초 연구는 연구소가, 개발과 상업화는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책임지는 체계로 개편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됐다.
눈길을 끄는 건 주주 구성이다. AI 연구소 설립을 위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 회사가 총 4억2400만달러(약 5520억원)를 출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소수 지분을 쥔 것으로 관측된다. 상당한 베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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