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04일 0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더화랑의 오너 2세 갤러리스트들과 인터뷰하면서 공통적으로 들은 말은 "우리에겐 소속 작가 생계를 책임질 의무가 있다"는 얘기였다. 한 갤러리스트는 소속 작가가 다른 걱정 없이 작품활동을 하는 수준을 손익분기로 잡고 있다고 했다. 갤러리 제반 비용을 제하고 남는 이익이 작가를 책임질 정도만 되면 더이상은 필요치 않다고 하기도 했다.미술산업 내에서는 마더화랑을 통해 특정 작가 작품의 첫 거래가 이뤄지는 곳을 1차시장이라고 통칭한다. 이렇게 거래된 작품이 한번 더 거래되는 시장을 2차시장이라고 부르며 옥션회사를 비롯해 수많은 2차 재판매 갤러리들이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1차 시장을 기반으로 2차 비즈니스들이 파생되는 식이다.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마더화랑의 역할이 없다면 2차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 미술시장은 아티스트들의 수고한 결과물이 컬렉터, 투자자, 관람객들을 통해 소비되는 시장이다. 작가가 없다면 미술시장 자체가 생겨날 수 없는 것처럼, 작가들을 발굴하고 내세워 시장에 선보이는 갤러리스트가 없다면 시장의 존립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미술 비즈니스의 기반을 조성하는 한국의 1세대 마더화랑들은 지금 2세대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서있다. 가업을 물려받아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2세들은 여러방면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 물려받은 화랑 브랜드의 정통성은 있지만 그 색을 고수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동시대 흐름에 발맞춘 미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생 갤러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고 대안공간이라는 이름의 '힙한' 경쟁자들도 등장하고 있다. 1세대 갤러리가 주는 오랜 명성은 있으나 이는 동시에 '올드한' 이미지의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경영 전면에 나선 2세 갤러리스트들의 나이대는 30~40대로 젊은 반면 해당 갤러리 브랜드 자체는 젊은 느낌을 전하기 쉽지 않다.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2세들은 나름의 무기를 개발하는 중이다. 네트워킹, 정보 공유로 발빠르게 트렌드를 찾아가거나 작가들의 해외 교류를 고안해 글로벌 무대를 겨냥하기도 한다. 전문적인 작가 매니지먼트를 내세우는 이도 있다. 새로 갤러리를 만들어 도전적인 분야를 시도하며 차별화를 꾀하기도 한다. 모두 1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2세 갤러리스트들에게는 분명 신생갤러리들은 갖추기 어려운 안목이 있다. 지금은 거장이 된 한국의 주요 단색화 작가들은 2세 갤러리스트들의 어린시절 이름없는 젊은 작가, 부모님과 친한 삼촌 중 한명이었다고 한다. 거장의 그림과 함께 뒹굴며 자라온 시절은 값을 매기기 어려운 자산이다.
현재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미술은 '단색화'로 대변되는 흐름의 후속작을 아직은 찾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한국 실험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가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모호하다.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 이호재 가나아트갤러리 회장,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 등 1세대 주역들의 뒤를 이어 후속작 타이틀을 거머쥘 2세 갤러리스트는 누가 될까.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DS이앤이, 스마트 팩토리 첫발… 증축 공사 준공
- 쌍용정보통신, 1분기 매출 679억·영업손실 31억 기록
- [HLB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기]진양곤 회장 "할 도리 다 했다, 남은 건 하늘의 뜻"
- [HLB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기]아바스틴 왕위 잇는 '간암 타깃' 올인, '병용'으로 길 열었다
- 젬백스링크, 포니에이아이로부터 300억 투자유치
- [HLB '리보세라닙' 미국 진출기]K-바이오 모두가 주목한다, 미국 FDA 허가 결정 'D-1'
- [우리투자증권의 부활]'격전지' IB 비즈니스, 우리은행이 '열쇠' 쥐고 있다
- 드림텍, 반도체 모듈 사업 진출…인도서 모듈 양산
- 티에스넥스젠, 뉴로소나 투자로 글로벌 뇌질환 시장 진출
- [Red & Blue]엑스페릭스 품 떠나는 엑스플러스, 신사업 기대감 퍼질까
서은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Art Fair Story]국제갤러리, 하종현 대작부터 장 미셸 오토니엘까지
- [문화 산책]미술계 지금 주목할 전시들
- '아트페어'와 손잡는 금융·산업계
- [People in Art]'축제'가 된 아트오앤오, 세일즈와 만족도 동시에 잡았다
- [한국 3대 화랑 경영분석 리포트]CEO의 시계는 '글로벌'을 중심으로 돈다
- [한국 3대 화랑 경영분석 리포트]가나아트, '한남' 법인 중심 매출 확대 추세
- [한국 3대 화랑 경영분석 리포트]가나아트, 도전정신 물려받은 2세들의 약진
- [한국 3대 화랑 경영분석 리포트]미술산업계 사관학교 '가나아트'
- 미술시장 호황기의 시작점
- [갤러리 비즈니스 2.0]"컬렉터 한 사람의 마음을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