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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분리 이슈 재점검]미완의 KCC 삼분할, 문제는 '지분'⑥복잡하게 얽힌 지분, 장기전으로 접근할 가능성

김위수 기자공개 2024-04-08 09: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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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경영, 사촌경영과 같은 수식어가 붙은 대기업집단은 잠재적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재계의 역사를 살펴보면 경영에 참여하는 친족들이 많을수록 분쟁 가능성이 높고, 분쟁을 사전에 확실하게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분리'였다. 효성그룹 오너가 3세들이 계열분리 준비를 시작하며 다른 대기업들의 분리 가능성에 재계의 시선이 다시 한번 모이고 있다. 더벨이 계열분리 가능성이 있는 그룹들의 현황을 다시 짚어보고 향후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 점검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5일 1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CC그룹의 창업주인 고(故)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자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이다. 살아생전 '왕자의 난'으로 현대그룹이 쪼개지는 일을 직접 목격했다. 이런 이유로 정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KCC그룹의 후계구도를 명확히 했다.

장남인 정몽진 회장은 2000년 KCC의 회장 자리에 올랐다. 3남인 정몽열 회장은 건설 계열사에 일찌감치 자리 잡았다. 차남인 정몽익 회장도 KCC에 근무하기는 했지만 2020년 KCC로부터 유리·인테리어·바닥재 사업부 등을 들고 독립하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하지만 완벽한 분리가 진행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형제 지분, 어떻게 얽혀있나

2020년 KCC글라스의 출범으로 KCC그룹 오너가 삼형제의 후계구도는 완전히 자리잡았다. 이후 4년여가 넘었음에도 완전한 계열분리를 이루지 못한 것은 지분요건을 맞추기 위한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친족간 계열분리를 위해 기업들이 충족해야 하는 요건은 지분보유율·임원 겸임 여부·채무보증 및 자금대차 현황·법위반전력 등 다섯가지다. 이중 가장 기본이 되는 지분보유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기존 그룹과 독립된 그룹 간 상호 지분율이 3% 미만이 돼야 하는데, KCC 및 각 계열사들은 아직 지분관계로 얽혀있는 상황이다.

삼형제 모두 KCC의 지분을 3% 넘게 보유 중이다. KCC 경영을 맡고 있는 정몽진 회장이 KCC의 주식 19.58%를 가진 최대주주다. 정몽익 회장의 지분율은 4.65%, 정몽열 회장의 지분율은 6.31%다.

KCC에서 인적분할돼 설립된 KCC글라스도 삼형제가 모두 주요주주로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KCC글라스 경영을 맡은 정몽익 회장이 회사의 지분 26.0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여기에 정몽진 회장과 정몽열 회장의 KCC글라스 지분율은 각각 8.56%와 2.76%다. KCC도 KCC글라스의 지분 3.58%를 보유한 주주다.

KCC그룹 오너 2세 지분구조.

KCC건설의 경우 삼형제 중 정몽열 회장만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C건설의 전체 주식 중 29.99%가 정몽열 회장의 몫이다. 단 KCC건설에 대한 KCC의 지분율은 36.03%에 달한다.

완벽한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정몽진 회장 일가와 KCC는 KCC글라스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정몽진 회장과 자녀들, KCC가 보유한 KCC글라스 지분은 총 12.62%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 중 최소 9.62%의 KCC글라스 주식이 처분 대상이 된다.

정몽익 회장과 아들 정몽익씨의 KCC 지분 합계는 4.91%다. KCC 지분율을 최소 1.91% 줄여야 한다. KCC건설의 경우 KCC가 보유한 36.03%의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지분율 요건 충족, 매각보다 증여?

삼형제가 이끌고 있는 KCC·KCC글라스·KCC건설의 기업가치에는 큰 차이가 있다. KCC의 시가총액이 약 2조3000억원인데 반해 KCC글라스의 시가총액은 6452억원이다. KCC건설은 964억원에 불과하다.

정몽익 회장과 정몽열 회장이 정몽진 회장과 KCC로부터 계열사의 지분을 가져오기는 쉽다. 정몽익 회장이 보유한 KCC 지분가치는 1056억원으로 계산된다. 반면 정몽익 회장 외 정몽진·정몽열 회장과 KCC가 보유한 KCC글라스 주식의 지분가치 합계는 960억원이다. 정몽익 회장이 보유한 KCC 주식을 모두 활용하면 지분관계를 말끔히 정리할 수 있다.

KCC가 보유한 KCC건설 주식의 지분가치는 약 350억원이다. 정몽열 회장의 KCC 지분을 활용하면 KCC가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입할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지분교환이 이뤄진다면 정몽진 회장이 정몽익·정몽열 회장에게 남은 KCC 지분을 가져오는 일이 마지막 퍼즐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1000억원여의 현금이 필요하다. 남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이 과정에서 일어날 지분 유출을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KCC글라스의 주가가 상승해 정몽진 회장 보유 KCC글라스 지분의 가치가 확대되는 일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이외에도 상속·증여를 활용한 계열분리가 실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정몽진 회장은 2020년 보유 중인 KCC글라스 지분 2.03%를 정몽익 회장의 아들에게 증여하기도 했다.

오너일가의 지분율 하락을 최소화하며 계열분리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주가흐름에 따라 절세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경우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되겠지만 세대교체와 동시에 안정적으로 계열분리를 이룰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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