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계에 한동안 뜸했던 개명 바람이 다시 불고 있다. 3년 전 사명에서 일찌감치 건설을 떼어내고 '에코'를 단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와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에 이어 삼성엔지니어링, SGC이테크건설도 최근 이름 바꾸기 행렬에 동참했다. 주주총회에도 해당 안건을 상정해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언뜻 보기에는 똑같은 E&C지만 속뜻은 조금씩 다르다. 포스코이앤씨의 E와 C는 Eco와 Challenge에서 따왔다. Eco에는 친환경 미래사회 건설, Challenge에는 더 높은 곳의 삶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도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다.
최근 이름표를 바꿔 단 SGC E&C의 E는 Engineering의 약자로, 독보적 기술 경쟁력을 뜻한다. C는 Leading EPC의 마지막 알파벳 C에서 따왔다. 지난해 말부터 공격적으로 해외 플랜트 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는 SGC E&C의 행보를 보면 곧바로이해가는 작명이다. 바뀐 사명을 처음 사용한 주주총회에는 대표이사가 직접 등장해 대규모 해외 플랜트 수주를 예고하기도 했다.
삼성 E&A의 E에는 좀 더 다채로운 의미가 담겼다. 엔지니어링(Engineering) 기술에서 에너지(Energy)와 환경(Environment) 비즈니스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비전과 지속가능한 내일을 위한 지구(Earth)와 생태(Eco)를 만들어 갈 조력자(Enabler)가 될 임직원을 모두 뜻한다.
이들이 각종 번거로운 절차를 감수하고도 길게는 30년 넘게 유지해 온 이름을 바꾸는 건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칼바람과도 무관치 않다. 최근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에 따른 훈풍도 건설사들은 쉽게 누릴 수 없었다. 이름에 '건설' 두 글자만 들어가도 곧장 저평가 행이다.
건설사들은 이를 의식한 듯 최근 개최한 주주총회와 IR 행사에서 기존의 주택사업 중심 건설업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언을 거듭 쏟아냈다. 수십 년간 회사를 먹여 살린 건설업과 거리를 두는 이들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도 물론 존재한다. 아직 매출 대부분을 소위 말하는 전통 건설업에서 내면서 이름만 바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지적이다.
이름 따라 산다는 옛말이 기업 생태계에도 유효하다는 건 이미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됐다. 건설업의 경우 아직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가장 먼저 빠르게 이름을 바꿔 단 SK에코플랜트에서 작은 힌트를 얻어볼 수 있다. 사명을 바꾼 2021년 약 15%에 불과했던 환경·에너지 등 신사업 매출 비중은 지난해 약 34%까지 커졌다. 야심차게 건설을 떼어낸 건설사(?!)들이 이름 따라 체질을 바꿔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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