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IFRS17 조기도입 명암]교보생명, 취약한 자본항목 '상품·주식리스크'에 발목②킥스 도입 후 리스크 반영 미루며 적정성 회복…중장기 개선 과제
고설봉 기자공개 2024-04-11 13:01:48
[편집자주]
보험업은 호황기를 맞은 것일까. 최근 저PBR주에 대한 재평가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보험사 주가가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보험사 자본과 순이익 극대화로 주가도 힘을 받고 있다. 그러나 실질 자본이 늘고 수익이 불어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IFRS17 도입에 따른 K-ICS 비율 개선 결과라는 평가다. 오히려 미래 이익은 당겨 쓰고 리스크는 이연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킥스비율 개선과 맞물린 각 보험사별 자본 이슈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8일 15:0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이 경쟁사인 한화생명 등과 비교해 킥스(K-ICS) 비율이 급격히 저조해진 이유는 상품과 투자자산 리스크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보유 주식 등 자산의 평가손실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가용자본이 위축됐다. 요구자본이 커지면서 자본적정성이 저하돼 우려를 샀다.실제 교보생명은 경과조치 신청 당시 신규 보험위험 측정 및 금리·주식위험 측정기준 강화에 의한 요구자본 증가를 이유로 들었다. 자산과 부채 시가평가에 따른 가용자본의 감소에 대한 경과조치는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교보생명은 180%대 킥스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경과조치 도입으로 자본적정성 비율 등을 맞추며 고비를 넘긴 셈이다. 하지만 향후 10년간 점진적으로 요구자본 증가를 인식해야 하는 만큼 여전히 리스크가 그대로 남아 있다. 중장기적으로 상품 및 투자산의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2022년 말 기준 교보생명의 자본총액은 크게 저하됐다. 2021년 말 11조240억원이던 자본총액이1년만에 5조909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당시 교보생명은 다른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항목에선 큰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대규모 손실로 전환되면서 자본총액이 감소했다.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자본총액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다. 교보생명이 인식한 자본의 변동액으로 순이익에 기타포괄손익을 가감해 산출한다.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손익 등이 대표적이다.
자산운용 과정에서 취득한 지분증권 등 금융자산은 매년 평가를 거친다. 이 때 당기 중 인식한 순이익 외에는 모두 기타포괄손익으로 계상해 자본항목에 채운다. 통상 보험사는 국채와 주식 등 상품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상품만큼 매년 누계액이 발생한다.
교보생명은 매도가능금융자산을 최초 인식 후 공정가치로 평가하고 이에 따른 미실현 평가손익은기타포괄손익에 반영한다. 해당 자산이 제거되는 시점에 누적 평가손익을 금융상품처분손익에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회계에 반영되는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손익은 실제 발생하지 않은 회계적인 손실 및 이익이다.
다만 이러한 회계적 매도가능금융자산평가손익은 직접으로 교보생명 자본적정성에 영향을 끼친다. 실제 2022년 교보생명의 대규모 자본적정성 저하의 원인은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손실이다. 이에 따라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자본이 취약해졌다.
2019년 말 2조8833억원이던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손익은 2020년 3조1878억원, 20221년 1조4203억원으로 지속 감소하다 2022년 3조5811억원으로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지난해 킥스제도를 도입하면서 교보증권은 경과조치를 신청했다. 이를 통해 자본적정성을 경쟁사 수준으로 겨우 끌어올릴 수 있었다. 교보생명은 가용자본의 감소에 대한 경과조치는 신청하지 않았다. 반면 요구자본 증가에 대한 경과조치만 신청했다.
요구자본 증가를 위한 경과조치는 측정기준이 강화되는 신규 보험위험과 금리, 주식 등 리스크를 일부 유예하는 개념이다. 교보생명이 관련 항목에 대해 인식해야 하는 리스크에 따른 자본항목 감축을 최대 10년에 나눠 매년 일정 수준만 인식한다. 이에 따라 요구자본의 크기가 실제보다 작다.
반대로 자산과 부채 시가평 효과는 그대로 누리고 있다. 제도가 바뀌면서 자산이 커지고 부채는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가용자본이 커지고 요구자본이 줄어들면서 킥스비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교보생명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의 핵심인 기타포괄손실(공정가치측정금융상품평가손익)은 3조5596억원으로 기록됐다. 킥스제도 도입 이전과 비교해 손실 규모가 조금 줄었다.
반면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보험계약자산(부채)순금융손익이 자본항목의 새로운 요소로 추가됐다. 관련해 교보생명은 4조3835억원의 이익을 인식했다. 여전히 투자자산에 대한 대규모 평가손실에도 불구하고 새 제도의 영향으로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전체적으로 1조6702억원으로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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