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시퀀싱 강자 마크로젠 분석]경험서 배운 교훈, '몸BTI' 젠톡…대기업 겁나지 않다②MZ세대 영향력으로 누적방문자 200만, 카카오·롯데 앞선 실적 '선점효과'
최은수 기자공개 2024-04-12 09:07:36
[편집자주]
상장 후 26거래일 연속 상한가. 마크로젠은 2000년 바이오텍 역사상 최장 상한가 역사를 쓰며 화려하게 자본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던 20여년 전 호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B2B 중심 사업구조가 돈버는 바이오텍의 안정감도 줬지만 바이오 특유의 '업사이드'를 가로막기도 했다. 이제는 독보적인 시퀀싱(Sequencing) 역량을 B2C에 접목하며 밸류업을 시도한다. 1세대 바이오텍은 안된다는 편견, 올드한 기업이라는 시선 등을 타파할 '한 방'을 준비하는 마크로젠을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1일 11: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전체 분석(NGS) 역량을 소비자 타깃 DTC 시장에 접목하려는 마크로젠의 도전은 나를 부정하는 변화에서부터 시작됐다. 국내 첫 시도로 이미 수년 전 시작했지만 이 사실을 시장과 소비자는 거의 알지 못한다. 국내 처음으로 자체 DTC 브랜드를 내놓은 후 시장과 규제 상황이 완비되지 않아 연착륙하지 못했다.경험으로 얻은 점은 확실하다. 적어도 DTC 영역에선 기술로만 승부하면 안 되고 적절한 마케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마크로젠이 앞서 론칭한 젠톡이 MZ세대에서 '몸BTI 열풍'을 일으키는 등 '플래그십 마케팅'으로 전략을 새로 수립한 게 대표적이다. 1세대 바이오텍, 그래서 올드한 이미지가 묘하게 오버랩 됐던 마크로젠의 변신이 새롭다.
◇'모래상자' 위에 쌓은 첫 DTC '마이지놈스토리'
마크로젠의 B2C 진출을 위한 첫 움직임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전체분석 기반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 '마이지놈스토리' 브랜드를 출시하면서다. 마이지놈스토리는 마크로젠이 의료기관용 서비스와 DTC를 영역을 구분한 뒤 국내서 처음으로 소비자에 제공한 서비스다.
세부적으로 영양소·피부·탈모·운동·건강관리 등 개인특성 그리고 웰니스 등 국내 최다 분석영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2021년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뱅크샐러드와 공급계약을 맺으며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당시 기준으로 약 20만명의 샘플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대규모 처리 역량을 강조했다.
마이지놈스토리의 마케팅 방향은 '유전체 분석 기술력'이었다. 검사 능력이나 총량 등을 부각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마크로젠의 사업이 기술력만 있으면 입소문으로도 충분히 가능한 B2B 영역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B2C도 비슷한 방식으로 마케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B2B 달리 소비자를 타깃하는 DTC 시장에선 감성을 자극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역량이 필요했다.
마이지놈스토리가 DTC 확장이나 수익 창출에 아쉬운 성적을 나타낸 배경도 이 때문이었다. 시장에 출범한지 올해로 7년이 됐지만 마이지놈스토리를 통한 유의미한 매출 추이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파일럿 테스트'였다는 게 마크로젠 입장이다. 사업의 토대가 혁신기술에 대해 특정 기간 규제를 유예하는 규제샌드박스 위에서 시작된 만큼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팬시함' 내세운 젠톡 'MAU·누적방문자' 안정권 들어서며 DTC 새판짜기 중심
한번의 경험은 교훈을 남겼다. 마크로젠은 DTC 사업을 새롭게 '젠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재도전한다. 마크로젠의 젠톡 출발점은 엄밀하게 보면 B2C가 아닌 B2B였다. 고객건강설문, 병원 EMR 데이터, 유전자 검사를 통해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각종 건강 관련 정보를 주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모바일 앱 '젠톡 마스터'가 원형이다.
마크로젠은 젠톡을 통해 앞서 마이지놈스토리와 달라진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다. 단순 기술력만 앞세우는 게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의 트렌드와 반응을 분석해 그에 걸맞은 캐치프레이즈를 내놨다. MZ세대 중심으로 불어닥친 MBTI 열풍에 맞춰 '몸BTI' 이미지 메이킹을 시작하고 방송가나 광고시장과 접점을 만들었다. 일방적으로 시장이 기술력을 알아봐주길 기다리는 게 아닌 본격적이고도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에 나선 셈이다.
인증과 공유를 중시하는 MZ세대를 겨냥해 비주얼 위주의 유전자 결과 카드를 디자인했다. B2B 중심의 마크로젠의 묵직한 이미지가 아니라 요즘 세대들을 타깃한 가볍고도 귀여운 이미지를 어필했다. 마이지놈스토리에선 보이지 않았던 수익창출 모델 역시 구독과 패키지 형태로 구체화시켰다.
마크로젠이 2023년 초 DTC 브랜드를 마이지놈스토리와 젠톡으로 각각 이원화해 운영했던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작년들어 B2B에서 시작한 젠톡이 DTC로 넘어왔고 이어 '주포' 자리를 마이지놈스토리 대신 차지한 이 흐름은 '플래그십 마케팅'의 전형으로 해석된다.
플래그십 마케팅은 한 회사에서 여러 브랜드를 시장에 출시한 뒤 적자생존한 특정 브랜드를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집중하는 사례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긍정 이미지를 다른 관련 상품으로 빠르게 확대 전파하는 B2C 마케팅의 대표적인 전략이다.
분루를 삼켰던 마이지놈스토리와 달리 젠톡은 무난히 연착륙에 성공한 분위기다. 2023년 6월 DTC 플랫폼 젠톡을 출시한 후 현재 누적 플랫폼 방문자는 200만명을 넘어섰다. 플랫폼의 사업적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월간 활성 이용자 수 역시(MAU) 역시 한때 사업화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10만명을 넘어섰다.
경쟁 플랫폼인 롯데헬스케어의 캐즐, 카카오헬스케어의 파스타와 비교하면 앞선 수치다. 선점이 중요한 플랫폼 시장에서 분야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기업 플랫폼을 앞서 가입자를 모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이 여세를 몰아 마크로젠은 올 초엔 편의점 GS25, 우리동네GS 앱 등에 입점하는 방식으로 유전자 검사 대중화를 위한 새 길을 만들고 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와 관련한 항목을 계속 늘려가고, 현재 서비스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검사, 암·치매 등 질병위험도예측서비스 또한 젠톡과 연계해 나갈 구상을 하고 있다"며 "마크로젠이 153개국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만큼 젠톡의 해외 서비스를 통한 사업 확장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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