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09일 15: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 신경쟁 체제에 불을 당긴 곳은 하나은행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취임 뒤 은행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영업에 정통한 함 회장이 파트너로 삼은 것은 재무와 회계 전문가 이승열 행장이었다.

영업통 회장과 재무에 능통한 행장 콤비는 전국을 무대로 자산성장에 열을 올렸다. 함 회장이 최전방에서 영업 성과를 만들면 관련 여신에 대한 수익성을 재분류하고 건전성관리 등을 맡는 역할은 이 행장이 했다.

올해 함 회장과 이 행장의 팀웍은 한층 강화됐다. 함 회장은 이 행장을 전격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로 앉히며 힘을 실어줬다. 이승열 행장이 전격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로 선임된 만큼 이 행장을 중심으로 하나은행의 영업력 강화가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리딩뱅크 원동력은 영업-재무 콤비의 폭발적 자산성장

하나은행을 리딩뱅크로 올려놓은 원동력은 대출자산 확대다. 하나은행은 2022년 함영주 회장 취임 뒤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장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쟁사들은 적극적인 대출확대 전략을 펼치지 않았지만 하나은행은 달랐다.

함 회장 특유의 현장 영업력 강화 의지가 그대로 은행에 반영됐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 중심으로 대출자산 확대에 사활을 걸었다. 주요 영업반경인 서울·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으로 확장을 시도했다.

실제 최근 5년 대출자산 추이를 살펴보면 하나은행의 성장세가 가장 가파르다. 실질총자산(평잔) 기준 증가율에서 하나은행은 주요 경쟁사인 KB국민·신한·우리은행 대비 우위를 보였다. 특히 2022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가팔랐다. 이를 계기로 수익성을 증대하면서 리딩뱅크로 올라섰다.

2020년 기준 전년 대비 실질총자산 증가율은 하나은행이 7.99%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 11.92%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도 8.64%로 하나은행을 앞섰다. 2021년 기준 전년 대비 실질총자산 증가율도 비슷하다. 신한은행이 8.99%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하나은행이 7.90%를 기록했다.


2022년부터 하나은행의 강세가 본격화됐다. 전년 대비 실질총자산 증가율은 하나은행 12.50%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국민은행 11.36%, 우리은행 10.83%, 신한은행 9.54%였다. 이 시기 하나은행은 경쟁사에 한발 앞서 전국을 누비며 대출자산을 확대에 열을 올렸다.

2023년에는 경쟁사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시장이 얼어붙었지만 하나은행은 전년 대비 실질총자산 증가율 5.67%를 기록했다. 국민은행 3.18% 대비 거의 두배 가깝게 격차를 벌렸다. 신한은행 2.11%대비로는 2.7배, 우리은행 1.65% 대비로는 3.5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성과주의 인사…영업 현장에 강한 동기부여

함영주 회장 주도의 외형 성장 이면에는 이승열 행장이 있다.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역임하며 일찌감치 영업력에서 압도적 퍼포먼스를 보였던 함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1등 은행 경쟁력 확보를 전략적으로 내걸었다.

함 회장이 하나금융그룹 회장임에도 하나은행의 성장을 직접 진두지휘 한 것은 금융지주사 1등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비은행 계열사가 취약한 하나금융이 1등을 할 수 있는 분야는 하나은행이 유일했다.


더불어 그룹사 경영성과 차원에서도 은행의 성장이 중요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불황으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그룹의 비은행 주력 계열사인 하나증권 등의 경영성과가 부진했다. 그룹 전체 실적을 하나은행에서 견인하지 않으면 역성장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함 회장은 2021년 말 이 행장을 전격 발탁했다. 과거 은행장과 CFO로 호흡을 맞췄던 이 행장을 기용해 리딩뱅크에 도전했다. 재무와 회계 등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이 행장을 파트너로 삼은 것은 영업에 치중해 재무적 요소에서 누수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했다.

함 회장이 이 행장을 파트너로 생각한 이유는 그가 외환은행 출신이란 점도 고려됐다. 하나은행에 인수된 뒤 통합 첫 외환은행 출신 은행장의 탄생은 과거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사기가 진작되면서 강한 영업 압박을 이겨내는 힘이 길러졌다.

또 함 회장과 이 행장 체제에서 하나은행은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고수하면서 1970년대 중후반 직원들이 지점장에 오르는 등 파격인사가 단행되며 현장 영업 중심 조직의 틀이 갖춰졌다.

올해 하나은행의 이러한 영업전략은 또 한번 강화됐다. 함 회장은 이 행장을 전격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로 앉히며 힘을 실어줬다. 그만큼 이 행장을 중심으로 하나은행의 영업력 드라이브가 한층 더 힘을 받는 모습이다.

경쟁사에선 하나은행이 리딩뱅크 수성을 위해 배수진을 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과에 대한 상벌을 명확히 하고 지점장과 부지점장, 내부직원들간 경쟁을 시키면서 공격적인
영업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전부터 하나은행 출신 직원들은 공격적인 영업력이 돋보였는데 여기에 외환은행 직원들의 사기까지 충전되면서 하나은행의 영업력 극대화가 이뤄졌다"며 은행장의 지위를 한껏 끌어올리면서 조직에 명확한 시그널을 줬는데 이 또한 직원들을 한층 더 동기부여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