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시퀀싱 강자 마크로젠 분석]인체부터 미생물 유전체까지, 본질은 '프리시전 시대'③정부도 애먹은 인바운드 솔루션 구축, 난치병 극복할 실마리도 NGS로
최은수 기자공개 2024-04-15 09:03:45
[편집자주]
상장 후 26거래일 연속 상한가. 마크로젠은 2000년 바이오텍 역사상 최장 상한가 역사를 쓰며 화려하게 자본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던 20여년 전 호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B2B 중심 사업구조가 돈버는 바이오텍의 안정감도 줬지만 바이오 특유의 '업사이드'를 가로막기도 했다. 이제는 독보적인 시퀀싱(Sequencing) 역량을 B2C에 접목하며 밸류업을 시도한다. 1세대 바이오텍은 안된다는 편견, 올드한 기업이라는 시선 등을 타파할 '한 방'을 준비하는 마크로젠을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2일 08: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상에 없던 내 몸 사용 설명서'가 단돈 100달러"DTC 사업은 유전자와 관련한 인간 흥미 본위의 영역을 건드린다. 그러나 개인 유전체 정보를 염가만 지불하면 누구에게든 알려준다는 건 세일즈 포인트일 뿐 궁극적인 목표일 순 없다.
마크로젠의 유전체 분석 범위는 개인 유전체와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피부에 서식하는 미생물까지 아우른다. 개인을 너머 미생물의 유전자 정보까지, 알면 알수록 처방 중심의 의료 시대가 프리시전(예방의학) 시대로의 변신이 빨라진다. 시대전환이 인류에 주는 가장 큰 효익은 '무병장수'에 대한 기대감 제고다.
◇'스스로 만드는 내 몸 설계서' 퍼스널 헬스케어 첫발
마크로젠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 즉 맞춤형 의학 시대를 열기 위해 '의료 데이터의 탈집단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디지털 헬스케어와 데이터의 집적은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게 정설인 상황에서 역설적이고 도전적이다. 그러나 예방을 전제로 한 프리시전 의학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면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마크로젠이 말하는 의료 데이터의 탈집단화는 데이터를 빠르고 많이 쌓는 걸 너머 '개개인별 의미 있는 데이터'를 얻는 것으로 요약된다. 맞춤형 의학은 유전체 영역을 들여다보면서 시작한다. 개인별 유전 데이터 확보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작업이다. 이는 대규모 임상과 처방을 통해 쌓은 기존 의료 데이터로는 닿을 수 없었던 지점이기도 하다.
마크로젠이 임상과 처방으로 움직이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기성 의료 시장에서 대규모 통계와 유효성에 기반해 쌓은 임상 정보 즉 인종이나 성별에 따라 발병과 예후가 달라진다는 접근법 역시 데이터 사이언스의 영역으로 본다.
하지만 정밀의료 영역에선 이 데이터 범위가 너무 넓고 개인과는 격조해 쓰이기 어렵다. 이에 마크로젠은 의료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환자별 최적의 치료법을 제공하는 '미시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현미경을 쓴다. 시퀀싱 곧 유전체분석이 개개인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는 얘기다.
개개인으로 파편화된 세부 유전 및 의료 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것은 정부도 주안점을 뒀던 영역이다. 그러나 정밀 의료 시대를 앞당겨 의료비 절감과 재정 효율화를 목적으로 진행한 약 10년 간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 유전체 정보는 상당히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정부 등 집단에서 풀어보려 했던 것 자체가 맞지 않았다.
마크로젠이 젠톡을 통해 개인의 흥미로 출발해 스스로 유전 정보를 확인하고 제공토록 이끄는 것은 특수한 의료 시장을 고려해 선택한 전략이다. 그리고 마크로젠은 젠톡으로 유의미한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만들어냈다. 정부조차 손을 내려놓은 난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냈다는 의미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프리시전 즉 정밀의료 사업은 의료비 등 국가 재정 절감 측면에서도 필요하며 개개인의 지놈 정보 기반 질병예측·예방 중심, 맞춤 치료의 가이드로써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너머 미생물까지 분석해 '무병장수' 위한 유전자 지도 밝힌다
마크로젠은 이미 젠톡으로 각기 다른 개인의 유전 정보를 표준화했고 시각화해 전달한다. 물론 이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연구를 통해 인체와 미생물이 놀라운 수준의 협응 관계에 있다는 게 밝혀지는만큼 이 영역까지 분석해야 진정한 프리시전이 가능하다고 본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얼마나 튼실한지가 인간의 컨디션을 너머 질병과도 직결된다는 장뇌축(Gut-Brian Axis) 개념도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우울증부터 알츠하이머병까지 지금까지 인간이 정복하지 못한 난치병의 실마리를 장의 특정 미생물로부터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미생물의 경우 개체가 다양할 뿐 분석을 위한 허들은 한참 낮다. 인류의 유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선 30억개에 달하는 DNA를 해석해야 했지만 미생물은 많아야 수백만개를 읽어내면 끝이기 때문이다.
미생물 NGS는 난도 자체는 높지 않지만 마이크로바이옴 유전체를 분석해 사용하려면 이와 관련한 별도의 특허가 있어야 가능하다. 마크로젠은 2019년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유바이옴으로부터 관련 특허 포트폴리오 246건, 보유 데이터 약 30만 건 및 샘플 등을 705만 달러에 인수한 상태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미생물 분석 영역은 단순히 장이 아니라 피부나 구강 안구에 서식하는 미생물 등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며 "개인별 맞춤형 화장품이나 세정제 치과 치료까지 접목할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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