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1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출액이 커지고 이익률 높아져서 임직원 월급 올리고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위에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경영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이 대한민국 1차 제조업 섹터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안에 종사하는 엔지니어 전반의 처우와 인식을 개선하는 것 말입니다."한 젊은 정치인의 '출사표'를 듣는 줄 알았다. 디테일은 풍부했고 이상은 드높았다. 최근 2세 경영인들의 이야기를 담는 기획을 진행하면서 한 회사 대표의 이야기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30대 후반인 이 대표는 10년 전 부친의 부름으로 회사에 입성한 뒤 기술영업, 설치, 유지보수, 재무IR 등 모든 업무를 경험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부채를 몇년 만에 대폭 줄이는 '트러블슈터' 역할도 했다. 웃자란 2세 경영인을 상상하고 간 터라 그가 말한 '뿌리산업, 사명감, 숙명' 같은 단어들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우리 사회가 2세 경영인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일정 부분 편견이 있다. 물론 그 편견에는 부정적 사례들이 개입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와 임직원을 하대하고 비슷한 부류와 이너써클을 만들어 부와 정보를 독점하려는.
모집단이 풍부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힘들지만 스몰미들캡 위주인 코스닥 섹터는 상황이 좀 다르다. 특히 제조업 섹터는 사명감 없이 가업을 물려 받기에는 제도적, 경영적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과세의 준거가 되는 비영업용 유산 분류가 너무 많고 이를 현행 상속세율로 감내하기에는 본인의 재력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취재 때문에 만나 본 많은 2세 경영인들이 "가업상속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매각을 생각해 본적도 있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은 것도 이런 연유다. 한 2세 경영인은 "세금을 내느라 사실상 급여가 없다"고도 토로했다.
가장 높은 허들은 역시 '상속세율'이다. 대주주 할증이 붙으면 한국의 상속세율은 60%까지 치솟는다. 가업상속공제제도가 있지만 고용승계, 상속 지분 변동, 업종변경 등에서 제한사항이 많다. 한 가지라도 5년 이상 지속하지 못하면 할증된 세율이 붙어 그동안 공제된 세금을 다 토해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이 제도를 활용하는 가업승계 기업은 연 70여 곳에 불과하다. 한 2세는 20년 간 상속 지분을 담보로 연부연납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상장사를 물려 받거나 경영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2세 경영인들을 만나보면 기본적으로 '사명감'에 불타고 있다. 소위 구멍가게부터 커온 회사이기 때문에 수업 과정에서 많은 업무를 소화해 냈고 나의 대가 끝일 수 있다는 절박함도 갖고 있다. 아버지(혹은 어머니)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다. 전술한 2세 경영인은 회사를 넘어 '뿌리산업의 중흥'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은 금과옥조다. 하지만 회사, 아니 경영권을 물려 받는 것이 소득인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니더스, 쓰리쎄븐 등의 알짜 회사가 이런 기로에서 매각을 택했다. 자본소득의 매각과 소득에 새금을 매기는 스웨덴식 '자본이득세'가 창업 기술을 지켜가려는 2세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부의 대물림의 프레임을 깰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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