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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소프트는 지금]'알집' 신화로 세운 종합 ICT그룹 '경고등 켜졌다'①부도위기서 기사회생…재발한 보안사고, 수익성에 '독'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19 11:08:50

[편집자주]

'알집'으로 성공 신화를 그렸던 이스트소프트가 설립된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알 시리즈'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어느덧 계열사 9개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반복된 보안 사고와 신사업 부진에 경영 전반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업자 김장중 회장이 퇴진 8년 만에 돌아온 이유다. 이스트소프트는 생존 문제를 두고 그만큼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성장 스토리와 부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16:23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트소프트는 1993년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됐다. 당시 한양대 수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김장중 회장은 일찌감치 유망 개발자로 주목을 받아왔다. 친구들과 8개월간 의기투합해 개발한 워드프로세서 '21세기'는 대기업에서 관심을 가질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에 밀렸고 1997년 외환위기가 겹치자 부도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다. 기사회생한 건 우연한 아이디어로 개발했던 '알집' 덕분이다. 이후 '알 시리즈'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갔다. 지금은 어느덧 9개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 ICT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 경영사정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모양새다.

◇'알집·알약' 연타석 홈런, '알'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아

이스트소프트는 벤처 1세대 기업으로 지금까지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지만 창업 초반에는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첫 제품의 흥행 실패로 후속 제품 개발은 더디기만 했다. 군입대를 마치고 돌아온 김장중 회장의 선택은 당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한메소프트와의 합병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작은 희망까지 모조리 삼켜버렸다. 한메소프트의 대주주였던 대농그룹이 부도가 나자 이스트소프트는 다시 분사하는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벼랑 끝까지 밀려난 이스트소프트는 1998년 제2의 창업에 돌입했다. 다름 아닌 '알집'이다. 김 회장은 압축 파일을 푸는데 애를 먹던 여직원의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어 2주 만에 알집을 만들어냈다.

국내 PC 사용자라면 누구나 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소프트웨어다. 그중에서도 1999년 선보인 '알집 1.0'은 알 시리즈 성공 신화의 시작을 알린 제품이다. '개인 소비자들에게는 무료로 배포한다'는 사업 철학이 이때 만들어졌다. 국내 알집 이용자 수가 한 때 30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알약의 성공 뒤 2003년 '알약' 개발에 돌입했다. 2007년 출시된 알약은 출시 반년 만에 1000만명을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목표로 했던 사용자 500만명을 훌쩍 넘기며 안랩의 V3가 장악하던 시장을 양분했다. 그 후로 △알송 △알툴바 등을 잇따라 선보이며 이스트소프트그룹의 대표 브랜드로 '알' 시리즈가 자리잡았다.


◇사업 다각화에 늘어난 지출, 2년 연속 적자에 김장중 회장 경영복귀

알집의 성공으로 김 회장은 공격적인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섰다. 알집 외에 게임 시장에도 진출했다. 2005년 국내에서 첫 출시한 PC 온라인 게임 '카발'은 일본, 유럽에 잇따라 수출에 성공하면서 흥행 가도를 달렸다. 2021년말 기준 글로벌 60개국에서 3200만명의 누적 사용자를 보유한 스테디셀러 게임이다.

신사업의 연이은 성공으로 이스트소프트는 계열사 9개사를 거느린 종합 ICT 그룹으로 성장했다. 소프트웨어와 게임을 비롯해 포털, 커머스, 자산운용,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분야에도 뛰어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데 성공했다.

기업의 규모가 커진 만큼 실적도 빠르게 늘었다. 2007년 연 매출 100억원을 첫 돌파했고 2008년 7월에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이듬해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말 연결기준 이스트소프트의 매출은 925억원으로 1000억원에 근접했다.

다만 사업을 다양하게 벌린 게 수익성에는 독이 됐다.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수익사업은 약한 상황에 지출은 많아진 탓이다. 잊을만하면 재발 보안사고가 위기를 자초했다. 알약을 보유한 보안회사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수차례 발생하면서 알집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기업 이미지가 약화됐다.

201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회장이 약 8년 만에 복귀한 배경이다. 그동안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해 왔지만 그룹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IP 개발이 시급한 이스트게임즈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를 시작으로 경영 보폭을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안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여러 차례 발생해 왔다. 특히 보안기업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는 제품 신뢰도와 이미지에 치명적"이라며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복귀를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위기의식을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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