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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제작사 열전]EMK컴퍼니, 고속성장 비결은 '대기업과 10년 동맹'③인터파크와 합자회사로 유력IP 확보, 카카오엔터 투자로 공격적 마케팅 '승부수'

이지혜 기자공개 2024-04-23 14:46:35

[편집자주]

2023년 뮤지컬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기를 구가했다. 시장 규모가 4600억원에 이르렀다. 아시아 No.2 뮤지컬 시장으로서 위상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저력을 입증하는 데 힘 쓴 일등공신이 뮤지컬 제작사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을 벗어나기 위해 각 제작사가 어떤 승부수를 던졌는지, 성과는 어땠는지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금이야 업계 1위를 달리는 EMK뮤지컬컴퍼니지만 사실 역사가 긴 편은 아니다. 경쟁사로 꼽히는 주요 뮤지컬 제작사가 20여년의 역사를 갖춘 것과 대조적으로 EMK뮤지컬컴퍼니의 역사는 15년 정도다. 엄홍현 대표이사(사진)의 나이도 젊은 편이다. 경쟁사로 거론되는 다른 제작사 대표들이 50~60년대생인 반면 엄 대표는 76년생이다.

후발주자였던 EMK뮤지컬컴퍼니가 선두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대기업과 협력이 주효했다는 평이다. 인터파크와 협력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한 EMK뮤지컬컴퍼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손을 맞잡았다. 대기업에서 확보한 자금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 인지도와 수익성을 모두 확보하며 작품 제작에 힘 쓴 덕분에 오늘 날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인터파크와 동맹, 성장 밑거름으로

EMK뮤지컬컴퍼니가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건 2018년의 일이다. EMK뮤지컬컴퍼니는 당시 매출 106억원, 영업이익 24억원을 냈다. 설립된 지 약 10년 만에 100억원대 제작사로 성장했다. 당시 뮤지컬 시장 규모가 2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EMK뮤지컬컴퍼니의 설립 직후부터 2017년까지 실적은 현재로선 확인할 수 없다.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작았기에 EMK뮤지컬컴퍼니의 재무제표만으로는 성장 추이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모든 흔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EMK뮤지컬컴퍼니 성장의 열쇠는 인터파크의 재무제표에 담겨 있다.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12월 인터파크는 산하에 서클컨텐츠컴퍼니를 세웠다. 인터파크는 서클컨텐츠컴퍼니를 합자회사로 바꾸고 엄 대표와 지분을 7대 3으로 정리한다. 엄 대표는 EMK뮤지컬컴퍼니의 주요 IP(지식재산권) 공연권을, 인터파크는 제작비 등을 지원하는 쪽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 제작사의 규모가 영세한 편이라서 재무제표 신뢰도가 낮은 만큼 과거에는 대기업이 합작사를 만들어 협력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클컨텐츠컴퍼니의 실적은 돋보인다. 2015년 한 해를 제외하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적자를 낸 적이 없다. 매출 성장세도 눈에 띈다. 2014년 253억원에서 2018년 414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엄 대표의 제작 능력과 인터파크의 전폭적 지원이 더해진 결과였다. 엄 대표와 인터파크는 서클컨텐츠컴퍼니를 통해 2014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모차르트!>와 <엘리자벳> 등을 포함해 17편 정도의 작품을 제작했다.


인터파크는 자회사 인터파크씨어터를 통해 운영하는 뮤지컬 전용 극장 블루스퀘어에서 엄 대표가 제작한 작품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블루스퀘어와 샤롯데씨어터는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선호도가 높다”며 “블루스퀘어는 작품에 따라 장기 공연까지 지원하기에 제작사들이 대형 작품 공연장을 섭외할 때 우선순위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스타 마케팅을 적극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인터파크의 자금력이 뒷받침 된 덕분이다. 스타 마케팅은 제작비 등 투자부담이 커지지만 인지도 낮은 작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러나 인터파크와 엄 대표의 동행은 2019년 깨졌다. 서클컨텐츠컴퍼니를 설립할 때만 해도 인터파크와 엄 대표는 2019년경까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상장 요건 미달로 IPO가 무산됐다.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을 3년 연장할 수도 있었지만 엄 대표 측이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청산 수순을 밟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인터파크의 내부 사정도 좋지 않았다. 당시 인터파크는 극심한 경영위기에 몰려 있었다. 이에 공연사업을 접으면서 서클컨텐츠컴퍼니와 인터파크 측이 보유한 작품 공연권의 상당부분을 EMK뮤지컬컴퍼니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넥스트 파트너' 카카오엔터, 200억대 투자 유치 추정

공교롭게도 서클컨텐츠컴퍼니 해산일로부터 3개월 전인 2019년 2월 EMK뮤지컬컴퍼니와 관련해 새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카카오M(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 EMK뮤지컬컴퍼니와 협력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2018년 EMK뮤지컬컴퍼니가 카카오그룹의 카카오톡, 음악 플랫폼 멜론과 연계해 <웃는 남자> 예매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카카오그룹의 뮤지컬시장 진출 의지를 점치는 시각이 나왔는데 2019년 이런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당시 EMK뮤지컬컴퍼니가 카카오M과 합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여기까지 진전되지는 않았다.

대신 카카오M은 EMK뮤지컬컴퍼니에 투자를 단행했고 이들의 동맹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감사보고서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공동사업 계약에 따라 2019년 2월부터 본계약 종료 시까지 뮤지컬 공연의 유무형 자산에 대한 독점적 이용을 허가하고 그 대가로 선수금을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EMK뮤지컬컴퍼니가 제작해 흥행에 성공한 <레베카>, <베토벤>, <벤허>의 주최사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름을 올린 게 대표적 사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올해 EMK뮤지컬컴퍼니의 라인업인 <마리 앙투아네트>와 <벤자민 버튼>에도 투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EMK뮤지컬컴퍼니에 투자한 돈은 200억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EMK뮤지컬컴퍼니는 공동사업 계약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선수금 반환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있으며 엄 대표가 연대보증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EMK뮤지컬컴퍼니가 담보로 설정한 토지와 건물은 236억원 정도다.

EMK뮤지컬컴퍼니 본사 땅과 건물을 담보로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담보 설정 토지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411, 411-1의 858.6㎡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있는 빌딩숨의 위치와 일치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크레딧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EMK뮤지컬컴퍼니가 둘다 올라 있는 작품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해 EMK뮤지컬컴퍼니와 공동제작한 작품”이라며 “EMK뮤지컬컴퍼니는 안정적으로 자본을 확보해 양질의 공연콘텐츠를 기획, 제작할 수 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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