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작사 열전]EMK컴퍼니, 매출 1위에도 영업이익 급감 이유는②대규모 초연작 공연에 스타 캐스팅까지, 공격적 마케팅 행보
이지혜 기자공개 2024-04-22 14:31:57
[편집자주]
2023년 뮤지컬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기를 구가했다. 시장 규모가 4600억원에 이르렀다. 아시아 No.2 뮤지컬 시장으로서 위상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저력을 입증하는 데 힘 쓴 일등공신이 뮤지컬 제작사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타격을 벗어나기 위해 각 제작사가 어떤 승부수를 던졌는지, 성과는 어땠는지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13: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지난해 뮤지컬 시장의 호황에도 웃지 못했다. 매출은 2022년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 업계 1위를 유지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판매비와 관리비를 줄이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매출원가가 치솟고 공연투자금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것으로 분석된다.이는 창작 뮤지컬에 공을 들이는 EMK뮤지컬컴퍼니의 전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해 창작 초연작품을 2편이나 공연했다. 특이점은 초연작을 대극장에서, 몸값 높은 스타를 기용해 공연했다는 점이다. 시즌을 거듭할수록 입소문을 타며 관객이 몰리는 공연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공격적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공연원가 '상승', 판관비 축소에도 영업이익 급감
뮤지컬 제작사의 2023년 실적이 공개된 가운데 EMK뮤지컬컴퍼니가 2년 연속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과 2021년에는 뮤지컬제작자회사 에스앤코를 품은 클립서비스에 밀렸지만 2022년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EMK뮤지컬컴퍼니의 실적이 독보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클립서비스와 매출 격차가 불과 1억원이다. 더욱이 2022년 대비 매출은 제자리걸음했고 영업이익은 절반에도 못 미쳤다. EMK뮤지컬컴퍼니는 2023년 매출 616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0.2%, 영업이익은 55% 감소했다. 순이익도 52.3% 감소한 27억원이다.
2023년 판관비는 43억원으로 전년 95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바짝 줄였지만 매출원가가 늘어나면서 수익성에 타격을 받았다. EMK뮤지컬컴퍼니는 2023년 매출원가가 539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대비 20.6%, 금액 기준으로는 92억원 늘었다.
업계 평균 대비 매출원가율이 높은 편이다. EMK뮤지컬컴퍼니를 비롯해 뮤지컬 제작사 빅5로 꼽히는 클립서비스, 쇼노트, 신시컴퍼니, OD컴퍼니의 2023년 매출원가율 평균은 80%다.
공연매출원가, 즉 제작비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공연매출원가는 2022년 438억원이었지만 지난해 525억원으로 뛰었다. 공연매출이 59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원가율이 88%를 기록했다. 2022년 공연매출원가율 대비 14%p나 상승했다.
이는 EMK뮤지컬컴퍼니의 지난해 라인업에서도 가늠할 수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해 창작 초연작품 2편을 1300석 이상의 대형극장에서 올렸다. 2023년 초부터 <베토벤> 초연과 재연을 예술의전당을 거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고 뮤지컬 콘서트 <베르사유의 장미>는 LG아트센터 시그니처홀에서 열었다.
그리고 EMK뮤지컬컴퍼니는 공격적인 스타 마케팅을 펼쳤다. <베토벤>의 초연과 재연에는 가수 박효신씨와 옥주현씨, <베르사유의 장미>에도 옥주현씨가 주인공으로 분했다.
비단 창작 초연작뿐 아니다. 흥행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다른 작품에도 EMK뮤지컬컴퍼니는 스타를 적극 기용했다. 대표적 사례가 <벤허>다. <벤허>는 당초 인터파크ENT 자회사 뉴컨텐츠컴퍼니가 만들어 초연과 재연을 진행했지만 공연권이 EMK뮤지컬컴퍼니로 넘어가면서 시즌3를 맡았다. 그리고 스타급인 박은태, 신성록, 규현을 캐스팅했다.
업계 관계자는 “뮤지컬은 스타를 캐스팅하면 전체 제작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더욱이 초연이라서 제작비 등 부담이 큰 데다 대극장에서 공연했다는 점에서 지난해 투자비용이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과 차이가 있다. 당시에도 EMK뮤지컬컴퍼니는 <오션스>, <프리다> 등 초연작을 내놓긴 했지만 당시에는 코엑스 아티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등 각각 800석, 300석 규모의 극장에서 공연했다. 스타를 기용하는 기조도 약했다. 상대적으로 공연 투자 부담이 덜했던 이유다.
◇초연작 흥행 위해 수익성 대신 공격적 마케팅, 성과는
EMK뮤지컬컴퍼니의 스타 마케팅과 공격적 공연 투자 기조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MK뮤지컬컴퍼니는 2023년 영업활동 현금흐름 174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공연투자금은 2022년 대비 24억원 증가했다.
특히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의 영향이 컸다. 해당 계정이 140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게 바로 선급비용의 감소 44억원이다. 2022년에는 선급비용이 153억원이나 증가했던 것과 대비된다. 다시 말해 지난해 선급비용으로 지출한 비용이 없었으며 오히려 2022년 냈던 돈이 일부 환입됐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이를 놓고 캐스팅 비용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몸값 높은 스타는 공연을 올리기 1년 전 계약을 끝낸다. 다시 말해 2023년 공연을 앞두고 2022년 캐스팅 비용을 대규모로 지출, 이에 따라 2022년에는 선급비용이 크게 증가한 반면 2023년 선급비용이 오히려 감소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명이 짧은 영화와 달리 뮤지컬 등 공연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초기 제작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구조”라며 “초연에 스타를 기용해 작품의 인지도를 끌어올리면서 시즌2, 시즌3 등 차기 공연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EMK뮤지컬컴퍼니는 수익성을 양보한 대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옥주현씨가 주연을 맡은 <레베카>는 2023년 뮤지컬 티켓판매 매출 상위 2위, <베토벤>은 3위, <벤허>는 10위에 랭크됐다.
EMK뮤지컬컴퍼니는 실적 감소 사유 등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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