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총선 이후 정치권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양정철·박영선'이라는 깜짝 카드가 이슈가 되는 듯 했으나 해프닝으로 끝났다. 참패한 여권도, 대승한 야권도 겉으로는 아직 조심스럽다.경제계는 다르다. 특히 자본시장 플레이어들은 발빠르다. 벌써부터 눈치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들이 있다. 바뀐 환경을 적극 활용하려는 곳이다.
이번 정권에서 '덕을 봤다'고 말하기 어려운 대표적인 기업 카카오. 이런 저런 구설로 홍역을 치르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런 카카오가 CEO 교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외화 조달에 나서기로 했다. 흥미로운 건 딜(Deal) 구조다. 아니 그 타이밍이 절묘하다.
카카오는 자기주식을 담보로 해외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로 했다. 묶여 있는 자기주식을 활용해 유동성을 미리 확보해 놓겠다는 복안이다. 이래저래 벌려놓은 해외 비즈니스의 안전장치가 필요했다.
카카오 EB의 포인트는 두가지. 교환대상이 자기주식이라는 점과 외화표시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두 포인트는 총선 전 정부가 내놓은 주요 정책과 '교묘하게' 얽혀 있다.
우선 금융권과 기업들의 최대 화두인 '밸류업 프로그램'.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소각을 통한 투자자 수익률 제고방안이다. 그중 거버넌스 이슈와 더불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게 바로 자기주식이다. 매입 이후 이런 저런 용도로 활용하는 것보다 소각을 기본 전제로 해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카카오는 그동안 자기주식을 잘 활용해 왔다. 과거에도 자기주식 담보 해외 EB를 발행한 적이 있고 또 자기주식을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많았다. 영리한 전략이기는 하지만 이번 정부 정책과 결이 다른 점은 분명하다. 총선 이후 밸류업 프로그램이 김빠지고 있다는 걸 벌써 눈치 챈 것일까.
두번째 EB가 외화라는 점에서 정부의 공매도 금지 조치와 방향성이 다르다. 공매도 금지 조치가 유지되면 공모 외화 EB 발행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에퀴티를 발행할 경우 투자자 대부분은 인수와 동시에 그 물량만큼 현물 시장에서 매도 헤지(hedge)하게 된다. 할인율만큼 차익거래를 노리는 것으로 이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해외 투자자를 모으는 건 쉽지 않다. 어찌 보면 정부의 공매도 금지 정책이 중단될 것을 카카오가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정부의 공매도 금지 기한은 올해 6월말이다. 결국 카카오는 사모 발행을 택했다.
본의 아니게 카카오의 조달전략이 정부 정책보다 앞서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됐다. 물론 총선 이후 자본시장의 첨병 IB들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그동안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을 묵묵히 수용해 왔다면 이제는 그 변화 가능성을 대비하는 눈치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카카오가 그 변화 가능성의 선봉에 섰다. 어찌됐든 '용감한' 카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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