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08일 07: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주총 때까지 역할을 하고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희망을 붙들고 있던 정영채의 숨은 팬(fan)들은 행간 없이 쓰여진 SNS의 간결함에 힘이 쏙 빠졌다. 지근거리에서 그 성실함과 친절함에 익숙했던, 혹은 멀리서 그의 능력과 카리스마를 지지하던 팬들은 이제서야 끈을 놓았다.
농협이라는 다소 진부한 조직 문화와 자본시장의 첨병 IB 비즈니스라는 이질적인 두 관계의 중심에서 훌륭한 조율자가 돼 줬기에 정영채 팬덤은 신선하고 진했다. '농협문화에서 그 정도면 평타지'가 아니라 그 수준을 뛰어 넘었다.
그러면서 메이저 하우스들과의 경쟁 속에 NH투자증권을 톱 레벨로 올려 놨다. 사실 농협 계열사 중 '이단아'에 가까울 정도의 효율적인 조직문화를 갖췄다. 시스템과 인력도 마찬가지.
팬까지는 아니더라도 응원하는 입장에서 보면 정영채 사장이 노욕을 부리는 걸 바라지는 않았다. 물러날 때를 알고 순리를 받아들인, 마지막까지 정영채 스타일을 지킨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럼에도 끝까지 욕심을 좀 냈으면 하는 건 있다. 유산이라고 하기에는 거창하지만 정영채가 만들고 남긴 것들이 농협이라는 만만치 않은 조직에서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남아 있는 사람을 챙기는 일이다.
그 바람은 풍전등화다. 후임 인선 과정이 그렇다. 누구나 우려하고 있는 대목 '증권업에 문외한인 중앙회에서 CEO를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자자하다. 새로운 중앙회 회장이 뽑히면서 그 측근이 유력 후보로 떠오른 건 순리다. 정영채의 사람들이 내쳐질 위기인 셈이다.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농협중앙회에서 CEO가 오면 다른 경쟁 하우스들만 좋아할 것입니다."
급부상한 아무개 씨에 대한 여의도 사람들의 적나라한 평이다. 그동안 쌓아 놓았던 NH투자증권의 커리어와 경쟁력이 와해될 것을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걱정하는 투다. 그들 역시 매번 은행 임원이 증권사 CEO로 내려와 일을 그르쳤던 경험이 있어서 일테다.
자의든 타의든, NH투자증권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또 있다. 농협중앙회와 다른 스탠스를 보이고 있는 농협금융지주, 그리고 이 논리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듯한 감독당국이다. 자세히 뜯어 보면 금융계열사 CEO 선임 권한은 중앙회가 아니라 지주사에 있다. 그래서 농협지주도, 감독당국도 중앙회의 입김을 최대한 가리려 노력하고 있다.
어찌 됐든 여의도 바닥에서 실력으로 CEO 자리까지 오른 김병철, 정일문 그리고 정영채 사장을 끝으로 황금 세대들이 모두 퇴장한다. 증권사 순익 1조원 시대의 기틀을 만든 그들이다. 또 다른 황금세대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이고 근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만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정 사장이 그동안 쌓아 놓은 NH투자증권의 문화와 시스템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게, 어떤 방식으로라도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 그를 따랐던 후배들을 지켜내길 바란다. 그게 정영채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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