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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소프트는 지금]'알약 IPO' 특명받은 정진일 대표, 문제는 '기업가치'④외형 성장 vs 적자 순익, 파두사태 찬물·허들 높아진 기술특례심사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24 08:59:33

[편집자주]

'알집'으로 성공 신화를 그렸던 이스트소프트가 설립된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알 시리즈'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어느덧 계열사 9개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반복된 보안 사고와 신사업 부진에 경영 전반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업자 김장중 회장이 퇴진 8년 만에 돌아온 이유다. 이스트소프트는 생존 문제를 두고 그만큼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성장 스토리와 부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2일 16: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07년 첫 제품이 출시된 '알약'은 현재 총 1600만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국내 1등 백신이다. 연간 알약이 탐지하는 악성코드만 1억9000만건에 달한다. 이스트소프트그룹에게 알약은 대표 제품이자 캐시카우였다.

알약 신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해 2017년 지주사 보안 사업부문에서 물적분할해 이스트시큐리티로 새 출발을 한 지도 8년째를 맞았다. 어느덧 투자자들과 약속한 기업공개(IPO)의 시간이 도래했다.

문제는 보안 기업에 대한 투자시장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이다. 상장 후 이어진 실적 악화로 관련 기업 대다수의 주가가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IPO 특명을 받아 이스트시큐리티 사상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오른 정진일 대표의 어깨가 무겁다.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게 그의 최대 미션이다.

◇물적분할 8년째, 신사업 추진에 늘어난 지출

이스트시큐리티는 이스트소프트의 보안 SW사업본부에서 2017년 물적 분할해 설립됐다. 하나의 사업부문이라는 한계를 넘어 통합보안 영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별도 법인으로 분할해 경영 효율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수익성을 키워가겠다는 계획이 깔려 있었다.

회사가 제시한 비전을 신뢰한 NHN엔터테인먼트가 2018년 역대 첫 전략적 투자자로 들어왔다. 당시 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30억원을 투자한 NHN엔터테인먼트는 이스트시큐리티 주식 19만2000주를 취득하며 이스트소프트에 이어 2대 주주가 됐다. NHN엔터테인먼트 클라우드와 이스트시큐리티의 보안 기술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됐다.

이스트시큐리티는 이후 2020년까지만 하더라도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꾸준한 외형성장에도 수익성 개선은 더딘 모습을 보여왔다. 작년 별도기준 매출액 243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1% 수준이다. 이 기간 13억원대 순손실을 내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매출에 버금가는 지출 탓이다. 작년 영업비용은 전년 대비 3.5% 증가한 233억원을 나타냈다. 2022년 정 대표 취임 후 신사업 발굴에 나서며 지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커머스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인력 확보에 나서며 급여가 크게 늘었다. 클라우드 기반 문서중앙화 솔루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전환에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이는 이스트시큐리티 2022년 사상 첫 외부 출신으로 합류한 정 CEO다. 삼성SDS 출신으로 효성인포케이션시스템즈를 거쳐 델테크놀로지스에서 솔루션 세일즈를 총괄했다. 한국넷앱 글로벌에서 삼성 비즈니스 총괄, 메가존클라우드에서 구글 클라우드 사업을 맡았다. 그의 업력에서 보안 업계는 처음이라 일각에서는 관련된 우려도 지속해 나온다. 다만 클라우드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차질없는 IPO 준비에도 보안기업에 대한 차가운 시선

정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는 성공적인 IPO다. 이스트시큐리티는 2022년 KB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4년 예비심사를 청구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랜섬웨어 공격이 정교해지면서 기술력 강화를 비롯해 신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2년 프리 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이스트시큐리티의 기업가치는 약 1100억원 가량으로 인정받았다. 당시 유암코IBK금융그룹PEF, HB인베스트먼트, NH헤지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총 29만3266주를 취득했다.

다만 최근 들어 보안기업 IPO에 상장시장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점이 악재로 꼽힌다. 보안 관련 기업 상장은 작년 10월 '한싹'이다. 특히 대부분의 보안 기업이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밟고 있는 가운데 '파두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기술성 평가의 허들이 그만큼 높아졌다. 상장시장 내 피어그룹이 많아진 점도 기준이 높아진 배경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상장한 보안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거래소나 기관에서 보는 기준이 예전보다 확실히 높아진 분위기"라며 "보안 업종도 확실한 기술이 없이는 단순한 SI 기업으로 보여질 수 있고 애매해질 수 있다. 기관들이 단순한 SI 컨설팅 기업으로 보기 때문에 기술 평가를 받아도 등급이 생각보다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안 기업의 경우 거래소에서도 예비심사 과정에 고객군을 많이 따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탄탄한 고객군을 보유해야 향후 안정적인 매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점에서는 이스트시큐리티의 경우 안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대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국내외 총 1만3000여 개의 고객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트시큐리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존 IPO 계획에서 변동 없이 진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합당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러가지 준비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예심청구 시기에는 약간의 변동이 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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