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트소프트는 지금]사외이사제 취지 무색한 이사회, 독립성 강화 '안 보이네'③사내이사하던 창립멤버 선임 '돌려막기', 법망 피해 특정인 반복 선임 빈번
이상원 기자공개 2024-04-23 09:44:47
[편집자주]
'알집'으로 성공 신화를 그렸던 이스트소프트가 설립된 지 어느덧 30년이 흘렀다. 그동안 '알 시리즈'로 성공 가도를 달리며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어느덧 계열사 9개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반복된 보안 사고와 신사업 부진에 경영 전반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창업자 김장중 회장이 퇴진 8년 만에 돌아온 이유다. 이스트소프트는 생존 문제를 두고 그만큼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스트소프트의 성장 스토리와 부활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등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9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상장사들의 트랜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표이사(CEO)=이사회 의장'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사외이사에게 더욱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곳들이 다수다. 경영 투명성 강화 목적이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사외이사를 비롯해 감사에게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다.이스트소프트도 비슷한 기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변화를 줬다. 김장중 회장과 정상원 대표가 사내이사 자리를 지킨 것은 여전했지만 사외이사의 교체가 이뤄졌다. 감사도 새롭게 선임했다. 다만 변화 양상을 들여다보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는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박우진 전 사외이사, 주식매각 논란 후 자진사임
이스트소프트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다. 3월 정기주총에서 송재화 사외이사, 전형준 감사를 신규 선임했다. 송 이사는 1963년생으로 한양대를 나와 두산건설, 피엔에프, 대광스테버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전 감사는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다.
작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이스트소프트 이사회는 창립 멤버로만 꾸려져 있었다. 정 대표와 김 회장, 2022년 3월 선임된 박우진 전 사외이사는 이스트소프트 공동설립자다. 박 전 이사는 송 사외이사와 교채되기 전까지 회사에서 경영지원 등을 총괄했다. 퇴임 후 개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트소프트는 과거 박 전 이사의 선임 배경으로 "법인 창업 경험과 풍부한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균형 잡힌 시각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 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전 이사는 창립 멤버란 점에서 '사외이사의 독립성'과는 거리가 있었던 인물이다. 과거 한때 등기이사였던 그가 경영 일선으로 복귀도 아닌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업계에 의문스러운 시선도 있었다.
상법 시행령 제34조에 따르면 '해당 상장사의 계열사의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집행임원·감사 및 피용자이거나 최근 3년 이내 계열사 상무에 종사하는 이사·집행임원·감사 및 피용자였던 자'는 사외이사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박 전 이사의 경우 퇴임 시점이 8년 전인 2014년이어서 법률상 문제는 없었다.
다만 자사 출신의 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 자체가 논란을 샀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사례였던데다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 자체에도 맞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인사였다.
사외이사 제도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대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외부 전문가를 이사회에 참여시켜 대주주를 견제하고 기업 경영에 전문지식을 활용하기 위함이다. 자사 임원 출신 인사가 대주주에 적절한 견제를 취할 것으로 보기는 힘들었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탓인지 박 전 이사는 결국 임기 1년을 남겨두고 자진 사임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트소프트는 '무책임경영'과 관련된 문제를 지속해 일으켰다. 올 2월 김 회장 등 임원들의 자사주 매도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회사 주가가 폭락했다.
김 회장은 당시 보유 중이던 주식 4만3551주 가운데 3551주를 처분했다. 처분가는 4만원대다. 임원의 자사주 매도는 통상 '주가가 고점을 찍어 엑시트를 했다'는 인식을 준다는 점에서 악재로 작용한다. 18일 종가 기준 이스트소프트 주가는 2만2800원이다.
◇10년 넘게 재직한 감사, 사외이사 임기 제한에 감사로 이동
박 전 이사를 퇴진시키며 이스트소프트가 이사회를 재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신규 선임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쇄신을 꾀했다고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 신규 선임된 전형준 감사도 이스트소프트와는 깊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전 감사는 1956년생으로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명예교수, 충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다. 그가 이스트소프트 사업보고서에 처음으로 등장한 시기는 2009년이다. 당시에도 감사였다. 유수일 전 감사와 공동으로 직무를 맡았다. 유 전 감사는 2012년 떠났다. 홀로 감사 업무를 맡던 전 감사는 2014년 유덕 전 한국IT벤처투자 사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전 감사는 이후 2017년 사외이사로 이스트소프트에 돌아왔다. 박 전 이사의 사외이사 선임 사례처럼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아울러 2022년 임기 만료로 떠난 전 감사의 뒤를 이어받은 게 바로 박 전 이사다.
어찌 보면 '측근 인사'를 이사회에 묶어두기 위해 꼼수를 쓴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2020년 개정된 상법 시행령에 따르면 사외이사 임기는 6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계열사 포함 최대 9년까지 가능하다. 결국 법망을 피해가며 사외이사와 감사를 '돌려막기' 한 셈이다.
이스트소프트 관계자는 "박진우 전 이사와 전형준 감사는 경영진, 임원 등 내부 추천을 받아 선임했다"며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을 기준으로 추천받아 주주총회 정식 안건으로 부의해 선임 절차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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