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Price Index]시장가치 못 찾은 퍼포먼스 작품[서울옥션 4월] 침체된 시장흐름 반영…3월 대비 낙찰총액·낙찰률 하락
서은내 기자공개 2024-04-25 17:03:03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4일 11: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퍼포먼스 작품이 제 값을 찾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았던 걸까. 4월 서울옥션 경매에 올라 눈길을 끌었던 이건용의 퍼포먼스 작업 <달팽이 걸음>이 결국 시장 가격을 찾지 못했다. 해당 작품은 낮은추정가 2억원에 소개됐으나 해당 가격 내에서 수요가 형성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지난 23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된 서울옥션의 4월 오프라인 경매(제 178회 경매)는 침체된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경매의 낙찰총액은 28억원, 낙찰률은 55.7%로 지난 3월 오프라인 경매 결과(낙찰총액 114억원, 낙찰률 67.5%)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낙찰총액을 놓고 보면 지난달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치다.
경매 구성부터 4월 경매는 3월에 비해 가격대가 비교적 낮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출품작이 구성됐다. 출품작 수와 낮은추정가 총액은 지난 3월 각각 85점, 180억원이었으며 4월은 113점, 72억원이었다. 평균가격대가 크게 낮아진만큼 낙찰총액이 하락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였으나 낙찰률도 67.5%에서 54.7%로 떨어지면서 저조한 결과를 보였다.
이번 달 결과만 놓고보면 지난 달 서울옥션 경매의 흥행은 반전된 시장의 분위기를 보여준 것이 아닌, 일시적인 성과였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최근 미술 시장의 상황의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달은 아트바젤 홍콩과 맞물려 글로벌 수요를 대거 유치하며 고가작의 흥행을 끌어냈으나 이번달은 출품작 소싱부터 결과까지 아쉬웠다는 평가다.
◇ 실험미술 대가 이건용 '달팽이 걸음' 유찰
주요 출품작으로 꼽혔던 이건용의 '달팽이 걸음'은 회화와 퍼포먼스가 긴밀히 연결된 작업이다. 작가가 맨발로 쪼그려 앉은 채 분필을 쥔 손을 휘저어 바닥에 선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이를 반복하다보면 분필로 그린 선이 작가의 두 발로 지워져 자국을 남기게 된다.
출품작은 약 8미터 길이의 판지이며 2007년 '한국-터키수교 50주년 기념전'에서 진행된 퍼포먼스의 결과물이다. 판지 위에 작가 퍼포먼스의 흔적 외에도 행사 당일 관람객들이 남긴 메시지가 쓰여져있다.
해당 작품은 이건용 작가가 전시 이후 기획과 연관된 미술평론가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 미술평론가가 다른 이에게 이 작품을 판매했으며 이같은 과정을 거쳐 경매시장에 출품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술 시장에서는 퍼포먼스가 끝난 이후의 결과물에 대해서도 작품가치를 매길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달팽이 걸음>의 경매 출품은 퍼포먼스 작품의 시장가치 수준을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던 셈이다. 해당 작품은 2억원에서 3억원 수준으로 추정가가 제시됐다. 하지만 그 가격대의 수요자는 찾지 못한 것으로 이해된다.
◇ 최초 추정가 하단에서 낙찰 사례도
고가 작품들의 출품취소나 유찰 사례들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4월 경매 최고가 작품으로 출품된 이우환의 대작 <Correspondance> 두 점 중 하나는 출품이 취소됐으며 다른 하나는 유찰됐다. 각각 6억2000만원~9억원, 5억4000만원~9억원으로 거래 추정가가 제시된 작품들이다.
하종현의 작품 두 점 중 <Conjunction 15-164>(3억2000만~6억원)은 출품이 최종 취소됐다. 또다른 그의 작품 <Conjunction 20-25>(1억5000만~2억5000만원)은 현장 경매 당시에는 유찰됐으나 이후 당일 경매 직후 애프터세일 방식으로 1억5000만원에 판매가 성사됐다.
고미술품 중 기대를 모았던 병풍형태의 작품들도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모란도>(4억원~6억원)와 <곽분양행락도>(3억원~5억원)는 출품이 취소됐으며 <요지연도>(4억5000만원~8억원)는 유찰됐다.
또 추정가 밴드로 제시됐던 가격대보다 하단에서 낙찰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았다. 상당수의 작품들이 추정가 밴드보다 아래에서 응찰이 시작됐다. 이는 가격 조율 이후 당초 논의된 가격 이하에서 최종 가격이 결정된 케이스들이다.
아야코 록카쿠 작품 <Untitled>는 당초 5억원에서 8억원 사이 금액대로 추정가가 제시됐으나 경매 전 시작가를 낮게 조정해 4억5000만원에 낙찰이 성사됐다. 경매 초반 경합도가 높은 작품들이 몰려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볼때 출품작들의 평균적인 경합도가 높지는 않았다. 낙찰된 작품들의 경우 시작가 수준에서 낙찰되는 비중이 높았다.
◇ 남관 <해바라기> 낙찰봉 두드린 후에도 이어진 경합
그럼에도 몇몇 인기작들의 경합은 대단했다. 근현대 작품들의 경우 팔릴만한 작품들은 잘 판매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자 추상으로 잘 알려진 남관의 구작 <해바라기>는 경합 끝에 경매사가 낙찰봉을 두드렸으나 다시 경합이 끈질기게 이어져 더 높은 금액인 1700만원에 최종 낙찰되기도 했다. 그만큼 해당 작품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응찰자 간 경합이 치열했다는 의미다.
해외 컬렉터들의 낙찰 사례도 이어졌다. 이배의 <붓질-K14>는 중화권 컬렉터에게 돌아갔다. 전광영의 <Aggregation 21-AU309>도 해외 전화 응찰자와 현장 응찰자간 경합 끝에 해외 응찰자에게 최종 낙찰됐다. 전광영의 <집합 07-D087>도 해외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도 2억원에 해외 응찰자에게 낙찰됐다.
김선우의 작품 두 점 모두 상당한 경합이 이어졌으며 추정가 상단 보다도 높이 낙찰돼 저력을 입증했다. 김선우의 <Aurora Chaser>(1000만원~2000만원)는 2200만원에, <The Flying Orchestra>(3000만원~6000만원)는 650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고미술품 중에서는 <백자철화'차'자문주자>의 경합이 볼만했다. 2500만원에서 5000만원의 추정가가 제시됐으나 해당 가격이 무색하게 9000만원에 낙찰된 케이스다. 백범김구의 <답설>도 상단인 1500만원을 넘어 1550만원에 낙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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