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신경쟁 체제]농협은행, 한풀 꺾인 성장세 원인은 기업금융⑨급격한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 못해…소호 중심 기업대출 증대 한계
고설봉 기자공개 2024-05-02 08:03:46
[편집자주]
은행권 신경쟁 체제가 도래했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과 상생금융, ELS 사태 등 여러 이슈를 겪으면서 영업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 이 과정에서 은행간 이슈 대응 전략에도 미묘한 차이가 발생했다. 위기를 기회로 성장세에 올라탄 은행이 있는 반면 수세적으로 시장을 관망하면서 성장성이 저하된 곳도 있다. 그 결과 은행간 순위 경쟁의 판도도 미세하게 바뀌고 있다. 올해 은행권 경쟁은 또 다른 전기를 맞았다. 새로운 경쟁체제가 마련된 은행권의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4: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은행의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코로나19 기간 가계대출 증가세에 올라타 외형 확장과 수익성 극대화를 실현했지만 호재가 종료되면서 성장동력이 둔화되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와 급격한 금리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경쟁사들이 최근 집중하고 있는 기업금융에서 출구를 잘 찾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등 기업금융에서 성장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차선으로 소호(SOHO) 대출에 의존해 기업대출 규모를 키우면서 상대적으로 리스크 위험이 높아져 수익성 저하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코로나19와 함께 일몰된 가계대출 성장전략
농협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1조7783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1조797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대형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등이 꾸준히 이익기반을 넓히며 수익성을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농협은행의 순이익 저하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가계대출 성장이 끝나면서 수익 기반이 좁혀진 결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은 코로나19로 특수를 맞아 외형을 키웠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인상과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리스크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계에 직면했다.
실제 농협은행은 코로나19 기간 꾸준히 성장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대출수요에 맞춰 외형을 확장했다. 2019년 1조5110억원 수준이던 순이익은 2020년 1조3527억원으로 잠시 주춤한 뒤 2021년 1조5583억원, 2022년 1조7972억원으로 성장했다.
순이익 성장세의 비결은 자산성장이었다. 대출자산이 늘어나면서 수입이자가 급증했다. 2019년 300조8712억원이던 실질총자산(평잔)은 2020년 324조898억원, 2021년 359조742억원, 2022년 391조7203억원을 거쳐 2023년 398조417억원까지 불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서면서 영업환경이 급격히 바뀐 것이 문제였다. 고금리와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대출자산 성장세가 둔화됐다. 전년 대비 실질총자산(평잔) 증가율은 2020년 7.72%를 시작으로 2021년 10.79%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2년 9.09%로 낮아진 뒤 2023년에는 1.61%로 확 떨어졌다.
성장성 면에서 경쟁사에 뒤쳐졌다. 주요 경쟁사인 기업은행은 2019년 실질총자산이 농협은행에 뒤쳐졌었지만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지난해 역전에 성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꾸준히 순이익에서도 농협은행을 앞섰다.
2019년 기준 기업은행의 실질총자산은 281조24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농협은행은 300조8712억원으로 농협은행이 19조8471억원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2023년 기업은행이 농협은행을 보다 3조7891억원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 '기업금융'에서 뒤쳐진 경쟁력
농협은행이 기업은행에 비해 자산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은 새로운 영업환경 때문인 것으로 평가된다. 가계대출 규제가 확산하면서 은행들은 기업금융으로 빠르게 눈을 돌렸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들에 비해 농협은행은 기업금융 확대 전략이 정교하지 못했다.
농협은행의 경우 이전까지 리테일 기반의 영업전략을 추진해왔다. 기업금융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외형성장 속도가 둔화도리 수밖에 없었다. 반면 기업은행은 탄탄한 중소·중견기업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시중은행 4곳과 특수은행 2곳 등 6개 대형 은행의 2023년 말 기준 원화대출금 중 기업자금 규모에서 농협은행은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총 136조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242조268억원, 국민은행 167조7565억원, 하나은행 157조9006억원, 신한은행 155조6393억원, 우리은행 142조5456억원 등 순이었다.
또 기업금융의 범위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기업은행 등 주요 경쟁사들은 제조업 등 법인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치며 외형을 확장했다. 주로 전국의 국가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이 타깃이다.
반면 농협은행은 소상공인 등 비법인 고객과의 거래를 늘리며 기업금융 규모를 키웠다. 일부 중소·중견기업과 대기업 등 거래 규모가 늘었지만 규모 자체는 경쟁사 대비 크지 않았다. 그만큼 농협은행의 거래선이 탄탄하지 않다는 반증이다.
2019년 대비 2023년 개인사업자 대출 증대율에서 농협은행은 54.61%로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업은행 44.73%, 신한은행 40.50%, 하나은행 32.12%, 국민은행 28.62%, 우리은행 18.0% 등을 각각 기록했다.
중소기업 대출자산 증가율에선 농협은행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2019년 대비 2023년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농협은행이 31.2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76.12%, 우리은행 71.89%, 신한은행 43.0%, 국민은행 40.72%를 각각 기록했다.
또 농협은행의 경우 전국 단위농협을 상대로한 농협중앙회 차원의 내부거래 대출도 기업금융으로 계수하는 등 기업금융 인프라와 영업채널 등 내실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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