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20조 투자 자신감 '엔비디아 선급금' 3~4년 남은 용인·인디애나 팹 가동, 캐파 공백 대안 'M15X'
김도현 기자공개 2024-04-26 08:29:36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5일 15시5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가 달라졌다. 전례 없는 반도체 불황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던 지난날을 뒤로 한 채 수십조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공격적인 움직임 배경에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최강자 엔비디아가 있다. 엔비디아의 끊임없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주문에 SK하이닉스는 투자 버튼을 눌렀다.다만 올해부터 HBM 3파전이 본격화하는 점은 우려 요소다. 경쟁 심화로 인한 중장기 수익성 악화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최근 들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선두주자 TSMC와의 동맹을 강조하는 등 '매력 어필'에 나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1년 반 만에 '청주 투자' 재개 선언, 낸드 아닌 D램 양산
SK하이닉스는 24일 충북 청주에 짓기로 한 신규 팹 'M15X'를 D램 생산기지로 결정하고 5조300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달 말부터 공사를 시작해 2025년 11월 준공 및 양산 개시할 방침이다. 순차적으로 시설투자를 단행해 M15X에 총 20조원 이상을 지출할 계획이다.
당초 SK하이닉스는 2022년 10월부터 M15X를 착공할 예정이었다. 다만 그해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메모리 한파로 감산에 돌입했고 자금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투자가 잠정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HBM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4세대 제품(HBM3) 공급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경쟁사 대비 빠르게 실적을 안정화했다. 올해 들어서도 5세대 HBM(HBM3E)을 선점하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진작에 올해 HBM 물량은 완판됐고 내년 몫 역시 기존 및 신규 고객과의 논의가 막바지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SK하이닉스는 1년6개월이 흐른 시점에 M15X를 재언급하게 됐다. 사실 청주사업장은 낸드 중심 생산라인이었다. HBM 수요 급증으로 원재료격인 D램 생산능력(캐파) 확충이 불가피해지자 D램 공장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천사업장 내 HBM 필수 후공정인 실리콘관통전극(TSV) 라인이 부족해지면서 낸드 공장이었던 청주 M15에 TSV 전용 시설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후 M15와 인접하게 될 M15X에서 10나노미터(nm)급 5세대(1b) D램을 제작해 청주에서도 HBM을 뽑아내도록 구상한 것이다. M15X에는 1b D램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도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M15X 캐파는 월 10만장(12인치 웨이퍼 기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생산량의 20% 내외 수준이다.
적지 않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배경에는 HBM 단수와 일반 D램 수요 반등이 있다. 현재 HBM3E의 경우 8단이 최대인데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부터 12단으로 층수가 높아지고, 2026년 양산 예정인 HBM4는 16단까지 올라가게 된다. 각각 필요한 D램이 8개에서 12개, 16개로 늘어난다는 의미다.
서버용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모듈에 쓰이는 일반 D램도 하반기부터는 판매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재고 정상화 및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른 빅테크의 D램 구매 재개 영향이다.
업황이 나아지면서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냈지만 재무부담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솔리다임(구 인텔 낸드사업부) 잔여 인수금이 남았다. 청주 외에도 중국 우시와 다롄 팹 업그레이드 작업, 2027년 5월 가동할 용인 팹 및 2028년 하반기 가동할 미국 인디애나 팹 등 설립까지 동시 진행해야 한다.
이를 가능케 한 주요인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선급금으로 풀이된다. 폭발적인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요 대응을 위해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밀접하게 교류했고 재무 여건이 좋지 않았던 협력사를 위해 HBM 대금을 선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캐파 증대를 독려하는 돈이 된 셈이다. 여기에 현금흐름까지 개선되면서 SK하이닉스가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중요해진 M15X의 역할, 이례적 TSMC 동맹 강조
애초 M15X는 M15의 확장 팹 정도로 여겨졌으나 핵심 생산기지로 거듭날 가능성이 크다. 용인과 인디애나 팹이 정상 운영되기 전까지 캐파 공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기존 이천은 최신 팹인 M16을 제외하면 공간이 넉넉하지 않고 우시 팹은 EUV 설비 반입이 불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대안으로 나온 게 M15X다. SK하이닉스는 "M15X는 청주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빠른 일정으로 클린룸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M15의 TSV 라인과 인접해 HBM 생산하는데 최적화된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SK하이닉스는 연일 TSMC와의 공조를 내세우고 있다. 이달 19일 TSMC와 HBM4 공동 개발 소식을 전했고 25일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도 TSMC를 수차례 언급했다.
같은 날 자사 뉴스룸을 통해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 'TSMC 2024 테크놀로지 심포지엄'에 참가했다고 알렸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HBM 추격에 속도를 내면서 SK하이닉스의 견제가 시작된 것"이라면서 "엔비디아-SK하이닉스-TSMC로 이어지는 동맹 전선을 앞세워 HBM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메모리 빅3가 연달아 HBM 대규모 투자에 돌입하자 업계에서는 공급 과잉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SK하이닉스는 "2024년 이후에도 HBM 시장은 AI 성능 향상을 위한 매개변수(파라미터) 증가와 모델 확대, 활용 사례(유스 케이스) 확산 등으로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상당수 기존 고객과 잠재 고객들과 함께 2025년을 넘어선 장기 프로젝트까지 논의 중"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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