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정육각은 지금]대기업 삼킨 스타트업, '승자의 저주' 극복할까①초록마을 인수 2년 만에 단기차입금 부담 해소…흑자전환 여전한 과제

유정화 기자공개 2024-05-09 14:20:00

[편집자주]

스타트업 정육각은 대상그룹 계열사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 2022년 가장 주목 받은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꽃길이 펼쳐진듯 했지만 급격한 시장 변화에 발목이 잡혔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았고, 인수 차입금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초록마을을 다시 되팔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신사업을 정리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정육각의 절치부심에 VC업계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힘겹게 유동성 위기를 넘긴 정육각은 이제 설립 이후 첫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을 삼킨 스타트업, 정육각은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M&A에 나선 기업이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탓에 인수전에서 승리했음에도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기업계열사인 초록마을을 인수한 스타트업 정육각에도 승자의 저주 그림자가 드리우는듯 했다.

정육각이 초록마을 인수전에 뛰어들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펼쳐진듯 했다.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2022년 4월 인수금을 납입한 직후 미국이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았고 그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유동성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인수자금을 융통하기로 한 곳에서 발을 뺐고, 정육각은 궁여지책으로 브릿지론(단기차입 대출)을 활용해 인수대금을 충당했다. 영업적자 기업이 단기차입 이자 부담까지 짊어지게 된 셈이다.

인수 이후 시장 여건이 개선되지 않자 업계에선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왔다. 초록마을 인수 2년 만에 정육각은 어두운 터널을 통과했다. 캡스톤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NH투자증권 등 M&A 이후 처음으로 새롭게 투자자를 유치하며 초록마을을 되팔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숨통을 조이던 재무 리스크 부담도 한숨 돌리게 됐다.

안심하고 안주하기엔 이르다. 몸집을 불리기 위한 M&A가 불러온 유동성 파고를 가까스로 넘긴 정육각은 이제 흑자 전환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정육각이 승자의 저주를 극복하고 재도약에 나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인수금 내자 '빅스텝', 2년간 브릿지론 부담

지난 2022년 3월16일 대상홀딩스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초록마을 지분 전량을 정육각에 매각했다. 특수 관계인 임세령 대상홀딩스 부회장, 임상민 대상 전무가 보유한 지분도 팔았다. 정육각이 인수한 초록마을의 지분율은 99.57%로, 약 9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마트에브리데이, 컬리, 바로고 등 인수전에 참여한 기업 자금력이 정육각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이다. 컬리와 이마트에브리데이는 1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된 초록마을을 인수할 여력이 충분했다. 바로고 역시 5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상태였다. 정육각은 인수 의지와 같은 정성적인 부분에서 대상그룹 측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정육각은 세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초록마을 인수를 검토해왔다. 2021년 여름 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초록마을 인수 제안을 받았다. 다만 당시 조건은 재무적투자자(FI) 단독입찰을 제한하는 조건이 있었다. 정육각을 운영하기도 빠듯하다고 판단해 한 차례 결정을 보류했다.




이듬해 정육각은 FI 단독입찰이 가능해지자 인수전에 참여했다. 오프라인 매장 인프라나 자체 브랜드(PB) 개발 역량을 익히면 정육각과의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초록마을은 지난 5년간 영업적자를 기록한 기업이었지만, 유기농 시장에서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회사다.

정육각 관계자는 “초록마을 인수 당시 가장 중점적으로 살핀 부분은 PB 상품 개발 역량이다”며 “초록마을 PB 취급품목수(SKU)가 약 2000개 정도로 많았는데, 오랜 시간 쌓아온 PB 개발 노하우를 익혀 정육각이 성장할 시간을 축소하려는 목적에 인수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M&A의 명암은 확실했다. 우선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정육각의 연결기준 자산총계는 2021년 611억원에서 인수 직후인 2022년 1210억원으로 증가했다. M&A를 통해 단숨에 자산규모가 2배가량 증가했다.

매출도 퀀텀점프했다. 설립 9년차 기업 정육각이 매출 2000억원대 회사가 됐다. 지난해 연결기준 정육각 매출액은 2007억원이다. 인수 이전 2021년(401억원)과 비교하면 5배가량 늘었다. 정육각 매출이 몇백억원대 수준인 데 반해 초록마을이 2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수익을 내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최근 3년간 매출 추이를 보면 정육각은 개별 기준 2021년 401억원, 2022년 414억원, 지난해 283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초록마을은 2002억원에서 1909억원, 1788억원으로 매년 감소했다. 정육각과 초록마을 모두 매출이 소폭 감소했지만, 두 회사의 매출을 합한 연결기준으로는 2000억대를 넘는다.

◇재무 리스크 일부 해소…연내 흑자전환 가능할까

외형확대가 초록마을 인수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라면 재무 부담은 정육각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 상황이 급변하면서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금리가 오르면서 금융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앵커투자자와의 딜이 무산됐고 급하게 돈을 구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유각은 약 900억원의 인수자금 가운데 약 530억원을 시리즈D 투자금(370억원)과 보유 현금으로 충당했다. 이어 100억원을 추가로 유치했지만 기존 목표 금액의 3분의 1 수준인 47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결국 정육각은 신한캐피탈 브릿지론을 통해 모자란 370억원을 대출 받았다.

M&A 이후 정육각의 곳간 사정은 빠듯해졌다. 초록마을 인수 과정에서 보유한 현금을 쏟아 부은 결과다. 지난 2021년만 해도 보유한 현금(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은 별도기준 243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정육각 유동자산은 별도기준 약 12억원, 보유 현금은 580만원에 그쳤다.

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재무 건전성도 훼손됐다. 정육각의 부채비율은 별도기준 지난 2021년 86%를 기록했다. 그러나 초록마을 인수 이후 자본잠식에 빠졌다. 대규모 부채를 떠안았기 때문인데, 별도기준 부채총계는 2021년 328억원에서 908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별도기준 단기차입금은 2021년 30억원에서 지난해 514억원이 됐다.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크게 증가했다. 브릿지론을 비롯한 단기차입 이자 압박에 시달렸으나, 이 문제는 올해 3월 신한캐피탈과 브릿지론을 인수금융으로 전환하면서 다소 해소했다.




정육각은 이제 흑자전환을 통해 성과를 증명해내겠다는 계획이다. 판관비를 줄이면서 초록마을이 보유한 PB 역량을 기반으로 상품군 확대에 나서 정육각은 올해 6월까지, 초록마을은 연내 손익분기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정육각의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225억원이다. 지난 2022년 352억 대비 127억원(36.1%) 손실이 줄었다. 다만 2022년 정육각 연결 감사보고서는 초록마을의 실적이 인수 시점(2022년 4월 29일)부터 12월까지 약 8개월치만 반영돼 있어 절대적인 비교가 어렵다.

별도기준 영업손익을 보면 정육각은 2022년 282억원 손실에서 지난해 67억원 손실로 215억원(76.2%)이나 적자 폭을 줄였다. 반면 초록마을은 2022년 41억원에서 지난해 86억원으로 적자 폭이 2배 이상 커졌다.

정육각 한 관계자는 "손익 성과는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는데 최근 개선 폭이 더욱 두드러진다"며 "지난해 12월 기준 정육각의 영업손실은 초록마을 인수 직후인 2022년 5월과 비교해 90% 감소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