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크래프트, 성과 부진 블록체인 사업 '전면 재검토' ③백서 발했던 IDC코인 실제 발행 안 해…앞으로도 계획 없다
노윤주 기자공개 2024-05-03 13:03:41
[편집자주]
글로벌 시장에 생성형AI 바람이 거세다. 기류를 제대로 탄 곳은 다름 아닌 엔비디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제프 베조스의 아마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제치고 시총 3위에 올랐다. 그야말로 파란이다. 국내 기업에도 영향을 줄만한 이슈다. 하지만 가려져 있는 곳이 많다. 엔비디아 협력사로 SK하이닉스 정도만 잘 알려져 있다. 눈을 넓히면 엔비디아의 사업과 연결된 국내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과연 어떤 기업들이 있을까. 엔비디아 밸류체인에서 활약하는 국내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지배구조, 성장 전망 등을 내밀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2일 08: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이크래프트는 신사업으로 블록체인을 선택했다. 통신 장비, GPU 등을 수입해 맞춤화(커스터마이징)하던 기존 사업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역이지만 새로운 시장 진출에 의미를 뒀다.블록체인과 더불어 선택한 영역은 광고다. 블록체인 기반 광고플랫폼을 만들어 기업에게는 비용절감과 투명한 성과 추적을 사용자에게는 광고 시청 대가로 가상자산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돈방석'이라는 플랫폼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순탄치 않았다. 기업의 가상자산 발행, 보유에 대한 회계 기준과 규제가 생겨났다. 상장사인 아이크래프트는 직접 코인을 발행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야심차게 시작했던 신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블록체인 광고 플랫폼 구상, 해외 진출 염두
아이크래프트는 2022년 플랫폼 돈방석을 출시했다. 기업 마케팅 비용 절감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광고 대행사 없이 플랫폼을 통해 곧바로 고객에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어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광고 비용 정산에도 블록체인을 활용한다고 홍보했다. 누구나 정보 확인이 가능하고 수정이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광고 집행 내역을 올려 투명성을 제고했다는 것이다. 광고주와 플랫폼 사이 발생할 수 있는 신뢰 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하려 했다.
이런 구조에서는 소비자를 플랫폼에 모으는 게 중요하다. 아이크래프트는 이를 위해 가상자산을 도입했다. 베스트리뷰, 신메뉴 가격 맞추기 등 이벤트를 진행하고 참여한 고객에게 자체 발행 코인 'IDC'를 지급했다. 광고 시청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면 소비자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블록체인을 통한 해외 진출도 꾀했다. 아이크래프트의 주 사업은 엔비디아를 포함한 해외 첨단 IT 장비 제조사의 제품 수입이다. 수출에는 비교적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가상자산은 국경이 없다. 거래소와 상장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탈중앙화거래소(DEX)의 경우 더욱 그렇다. 시장에 일단 코인이 유통되기 시작하면 전세계 투자자 누구나 해당 코인을 거래할 수 있다. 아이크래프트도 DEX를 통해 IDC코인 거래 범위를 확장하고 연이어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블록체인 사업 종료 수순, 담당 임원도 퇴임
돈방석 출시 2년이 지난 시점에 아이크래프트는 블록체인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2022년에는 거래소공개(IEO) 추진, 2023년에는 자체 개발 테스트넷을 출시하려 했지만 계획했던 로드맵은 대부분 이행하지 못했다.
관련 내용은 올해 3월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이크래프트는 보고서에 사업 목적으로 추가했던 '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화폐 및 암호화자산의 발행, 매매, 환전 및 중개업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기재했다.
아이크래프트 관계자는 "블록체인 사업을 추진했으나 사업성이 미진한 것 같아 다른 분야로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 축소 분위기이며 코인 사업은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IDC코인은 백서를 공개했지만 실제로 블록체인을 적용해 발행된 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처음에는 국내외 유수 기업이 선택한 폴리곤 체인을 기반으로 코인을 발행하려 했다.
돈방석 플랫폼에서는 IDC코인이 쓰이고 있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발행되는 게 아닌 일종의 포인트다. 블록체인 거래 검색 페이지(스캐너)에서 코인 또는 거래 검색이 불가능하다. 외부 입출금도 지원하지 않는다.
아이크래프트 관계자는 "코인을 발행한 건 아니고 플랫폼에서 사용되는 IDC 코인은 쿠폰 개념"이라며 "거래소에 상장돼 외부 생태계가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만약 IDC코인을 회수한다면) 방법을 찾아 고객들에게 양해를 구하겠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했던 핵심 인력들은 아이크래프트를 이미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돈방석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서영일 본부장(전무)는 올해 4월 임원 퇴임 내용을 공시했다.
서 전무는 KT에서 블록체인센터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전반적인 블록체인 B2B 기술 개발을 총광했었다. 이후 KT를 떠나 2020년 아이크래프트에 입사했다. 합류 후 지분 0.21%를 취득했었는데 사임에 따라 임원 주식 소유 상황 보고 대상자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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