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조직 모니터]변화 모색하는 카카오, 임원 '외부수혈' 한번 더신종환 전 CJ 재무전략실장 합류…CFO 역할조정 시나리오 대두
박동우 기자공개 2024-05-09 08:18:06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을 보면 회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자금 관리 위주의 '곳간지기'에 역할에 그치는 곳이 있는 반면 조달·전략·기획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곳도 있다. 특히 진행 중인 변화는 회사의 '현재' 고민이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다. 주요 기업 CFO 조직의 위상과 역할, 전략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3일 14:2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재무임원이 잇달아 물러나며 업무 공백을 맞았던 카카오가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외부수혈'을 한번 더 택했다. 신종환 전 CJ 재무전략실장(경영리더)이 합류했는데 크레디트스위스 출신 최혜령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지 5개월여 만이다.새 임원의 합류를 계기로 'CFO 역할 조정' 시나리오가 대두된다. 조달 업무를 최 CFO와 신 전 실장이 함께 수행하거나, 조달담당 임원과 예산 수립과 회계 관리를 책임지는 임원으로 분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사라진 투자총괄 직책이 중장기적으로 부활할 여지도 생겼다.
◇20년간 CJ그룹 재직경력, 자산효율화 공로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는 신종환 전 CJ 재무전략실장을 영입했다. 신 전 실장은 1970년생으로 강원 강릉고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2004년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받았다. 2004년 CJ제일제당 자금파트에 합류하며 CJ그룹과 연을 맺었다.
신 전 실장이 임원으로 승진한 시점은 2013년으로 당시 지주사 CJ 재경실 상무로 부임했다. 2018년 CJ제일제당 재무전략실장으로 발탁된 이래 현금 축적과 순차입금 경감에 주력하는 기조를 채택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서울 강서구 가양동과 구로구 구로동에 자리잡은 부지, 인재원 건물 등을 처분해 1조1328억원이 유입되는 결실을 얻었다.
CJ제일제당에서 실현한 성과를 인정받아 2021년 CJ로 자리를 옮겼다. 2022년부터 CJ 재무전략실장을 맡아 △자금 유치 △리스크 관리 △투자자 소통(IR) 등을 총괄했다. 지난해 CJ CGV 재무구조 개선을 염두에 두고 1조원대 자본확충 계획을 수립했지만 이행이 녹록지 않았다.
법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 주식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며 현물출자 불인가 결정을 내렸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CJ CGV가 확보한 금액은 4153억원으로 당초 구상한 5700억원에 못 미쳤다. 결국 신 전 실장이 2023년 7월 재무전략실장 직책에서 물러나 재무경쟁력강화 태스크포스(TF)로 발령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다만 CJ CGV 자본확충 사안은 카카오가 신 전 실장 영입을 결정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아니었다. 대신 풍부한 실무 경험과 재무지표 관리 역량이 채용의 우호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CJ그룹에서 20년간 자금 조달 업무를 수행한데다 자산효율화, 순차입금 축소 등의 공로도 존재하는 대목이 방증한다.
◇'투자총괄' 부활, 조달업무 공동수행 가능성도 거론
신 전 실장의 카카오 합류와 맞물려 CFO 역할 조정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최혜령 재무성과리더(옛 재무그룹장)와 신 전 실장이 조달업무를 함께 수행하는 시나리오가 대표적이다. 계열사 지원과 인수·합병(M&A) 등 잠재적 자금 수요를 감안하면 유동성 확보에 특화된 인력 보강이 중요하다는 판단과 맞닿아 있다.
조달에 매진하는 임원과 예산 배정, 내부회계 관리에 주력하는 임원으로 분화될 가능성 역시 거론된다. 법인카드 사용 문제로 물러난 김기홍 전 재무그룹장의 소관 사무는 사내 예산 수립·배분과 자금 유출입 내역 관리 등으로 한정적이었다. 올해 최 재무성과리더 부임을 계기로 CFO 업무 범위가 조달까지 넓어졌다.
최 CFO는 조달 역할을 계속 맡는 대신 신 전 실장이 예산·회계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CFO가 2억1220만달러(2929억원) 규모의 미화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특히 자신이 몸담았던 크레디트스위스와 통합한 UBS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탄탄한 투자은행(IB)업계 네트워크를 입증했다.
최고투자책임자(CIO) 직책을 되살리는 시나리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카카오에는 투자총괄 직책이 없다. 배재현 CIO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시세 조종 의혹으로 기소되면서 사임한 이후 카카오는 조직 개편을 단행해 투자총괄을 없앴다.
최 CFO는 영입될 당시부터 카카오의 투자 의사결정을 주도할 적임자로 부각됐다. 크레디트스위스 재직 시절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의 상장 실무와 SK텔레콤 인적분할 사무를 수행한 이력이 존재해서다. 최 CFO가 지분 매입, M&A 등의 실무를 총괄하고 신 전 실장이 기존 재무성과리더 업무를 계승하는 가능성도 대두되는 배경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신종환 전 CJ 재무전략실장이 출근할 예정"이라며 "다만 어떠한 포지션(position)을 가져가게 될지, CFO인 최혜령 재무성과리더와 업무관계 설정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피플 & 보드]'배당 창구' 코스트코코리아, 이사진 전원 '외국 국적'
- [보수위 톺아보기]출범 1주년 맞은 LS일렉트릭 보상위 '빛과 그림자'
- 베일에 가려진 임원 '보상기준'
- [피플 & 보드]10대그룹 총수일가 취임·승진, 미등기 사례가 '75%'
- [이슈 & 보드]카카오 투자·감사준칙 성패 좌우하는 '준법지원인' 면면은
- [Board Keyword]코오롱글로벌 이사진 화두 떠오른 '재무구조 개선'
- [그레이존 이사회 점검]'배당논란' 홈센타홀딩스, 박병준 회장 '혈연' 중심
- [보수위 톺아보기]IS동서 권혁운 회장 '미등기' 7년간 100억 수령
- [2024 이사회 평가]LS에코에너지, 4개 영역 '1점대'…외부등급도 '미흡'
- [2024 이사회 평가]동원시스템즈, 이사진 활동 모니터링 체계 '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