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각은 지금]고난의 행군 끝나나…설립 이후 '첫' 흑자전환 노린다③매출 감소 감수하고 고강도 비용 절감…PB상품 확대로 초록마을 시너지 본격화
유정화 기자공개 2024-05-13 08:42:19
[편집자주]
스타트업 정육각은 대상그룹 계열사 초록마을을 인수하면서 2022년 가장 주목 받은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꽃길이 펼쳐진듯 했지만 급격한 시장 변화에 발목이 잡혔다. 금리 인상 기조 속에 투자 유치가 여의치 않았고, 인수 차입금 부담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초록마을을 다시 되팔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신사업을 정리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정육각의 절치부심에 VC업계가 다시 한번 손을 내밀었다. 힘겹게 유동성 위기를 넘긴 정육각은 이제 설립 이후 첫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기업을 삼킨 스타트업, 정육각은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까.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0일 08: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초록마을 인수 이후 '고난의 행군'을 걷고 있는 정육각이 적자 늪 탈출을 꾀하고 있다. 올해말 기준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육각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 2016년 설립 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한단계 '레벨업' 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정육각은 오는 6월부터 월간 기준 흑자전환, 초록마을은 연내 월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을 목표로 한다. 초록마을은 정육각에 인수되기 이전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적이 있다.정육각은 급격한 금리 변화와 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맞물려 초록마을 인수자금 상당 부분을 단기차입금으로 충당했다. 고난의 시작이다. 생존을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올해부터는 비용 절감을 통해 적자 규모를 줄이는데 그치지 않고 수익구조 개선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정육각 흑자전환 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자체브랜드(PB)다. PB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작과 유통에 참여해 상대적으로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다. PB 노하우를 공유한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올해 공격적으로 상품군을 확대해 수익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김재연 대표, 신사업 정리 후 직원 직접 찾아가 구조조정
정육각의 연결기준 지난해 말 영업손실은 225억원이다. 2022년 352억원에서 127억원(36.1%) 줄었다. 다만 2022년 정육각의 감사보고서엔 초록마을을 인수한 4월 말부터 약 8개월치만 포함돼 있어, 실제 2022년 영업손실은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한 이후로 줄곧 고난의 행군이었다. 대상그룹에 인수금을 납입하기 직전 금리가 치솟기 시작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말랐고 투자 혹한기가 찾아왔다. 결국 투자금은 계획만큼 모이지 않았고, 자금 마련을 위해 브릿지론을 받고 보유한 현금도 소진해야 했다.
비용 감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정육각이 가장 먼저 손을 댄 부문은 광고다. 정육각의 별도기준 광고선전비는 2022년 52억원에서 지난해 말 7762만원으로 99% 감소했다. 마케팅이라곤 온라인 포털에 정육각이 검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유일할 정도였다.
판매촉진비 역시 30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줄었다. 어느 정도 매출 감소를 감수한 선택이었다. 이렇다 보니 별도기준 정육각 매출액은 2021년 401억원에서 2022년 414억원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283억원으로 축소됐다. 주문이 줄어드니 운반비도 39억원에서 21억원으로 줄었다.
공을 들여 준비하던 신사업도 정리했다. 산지직송 농산물 직거래 ‘직샵’은 베타버전을 론칭 했지만, 결국 제대로 된 홍보도 하지 못한 채 접었다. 직샵은 소비자와 생산자간 직접거래(D2C) 형태의 사업으로 현재 정육각과 초록마을이 타깃 하지 않은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었다.
신사업 정리와 함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었다. 2022년 270명까지 늘었던 직원 수는 2022년 12월 구조조정을 진행해 절반인 130명 수준으로 줄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정육각 별도기준 급여는 2022년 75억원에서 지난해 43억원으로 32억원(43%) 감소했다.
김재연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계획안을 공지하기 전에 팀원 개개인을 직접 찾아갔다. 개별면담을 통해 구성원들이 궁금해 하는 부분을 답했고, 이후 타운홀미팅을 열고 공식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정육각의 지난해 별도기준 판매비와관리비(판관비)는 2022년 286억원에서 지난해 143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피인수기업 지난해 초록마을의 별도기준 판관비는 569억원으로 전년(606억원) 대비 37억원(6.1%) 줄어들었다. 매출도 2022년 1909억원에서 지난해 1788억원으로 감소했다. 업황에 따라 점포 수가 줄고 매출이 감소한 데 따라 판관비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정육각 한 관계자는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이 크면서 오프라인 매장 일부가 문을 닫았다”며 “판관비가 줄어든 또 다른 원인은 초록마을의 물류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비용을 효율화하는 작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흑자전환 묘수는 마진율 높은 ‘PB 확대’
정육각의 연결기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지난해 512억원으로 전년(253억원) 보다 259억원 증가했다. 매출총이익률은 19%에서 26%로 7%포인트 개선됐다. 매출총이익률은 매출로부터 얼마만큼의 이익을 얻느냐를 나타내는 재무비율이다.
매출총이익률을 높일수 있었던 배경에는 PB가 있다. PB는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함께 생산, 제조하는 상품이다. 원가 절감이 가능해 마진율이 높다. 또 자체 브랜드이기 때문에 다른 커머스 기업과 가격 출혈경쟁도 필요가 없다.
정육각은 초록마을을 인수하고 PB 운영 역량을 이식받았다. 초록마을은 1999년부터 친환경·유기농 시장의 저변을 넓혀와 매출에서 PB 상품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회사였다. 상품 기획, 개발, 관리 등 영역에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정육각이 초록마을을 인수를 결정한 첫 번째 배경이기도 하다. 기존 정육각은 상품 수를 급격히 늘리기보다 개별 상품의 품질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2016년 ‘초신선’ 돼지고기를 선보인 정육각은 2018년 소고기, 2021년이 돼서야 수산물으로 상품군을 늘렸다.
올해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PB 상품을 추가로 확보해 빠르게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정육각은 정보기술(IT)과 데이터 기반으로 주문부터 생산·배송까지 이르는 모든 단계를 내재화하는 식으로 추가적인 수익 확보를 꾀하고 있다.
정육각은 올해 1월 채소, 과일, 곁들임 가공식품 등으로 신상품 40여종을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오는 6~7월에는 육가공, 가정간편식(HMR), 수입과일 등 2차 상품군 확장이 예정돼 있다. 초록마을은 올해 초안심 먹거리 PB 신상품을 오는 6월까지 약 30종 출시할 예정이다.
정육각 관계자는 "정육각은 PB 중심 D2C 커머스의 높은 수익률로 연매출이 400억원 보다 낮아도 BEP 달성이 가능하다"며 "올해는 제조업자 브랜드(NB) 중심 온라인 유통업이 갖지 못한 차별화 된 경쟁력이 돋보이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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