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한산한' 크레딧 시장, 공사채가 채운다이달 공사채 발행물량 4조 안팎…주금공·인국공 등 줄줄이 발행 채비
백승룡 기자공개 2024-05-09 07:33:28
이 기사는 2024년 05월 08일 0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초 이후 지난달까지 문전성시를 이루던 회사채 시장이 한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4월 총선 전까지 자금조달을 마치려던 움직임이 컸던 탓에 추가적인 발행에 나서려는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가, 이달 중순 분기보고서 공시까지 앞둔 영향이다.발행시장의 빈자리는 공기업들이 속속 채우고 있다. 최근 공사채 스프레드가 저점을 찍고 확대되는 움직임을 보여, 이달 발행물량이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총 1조원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오는 10일 전자입찰에 나선다. 발행 예정일은 이달 14일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이달 17일에도 5000억원 규모 MBS 전자입찰을 진행, 21일까지 발행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추가로 이달 총 4000억원 안팎의 채권을 4번에 걸쳐 분할 발행할 예정이다. 이달에만 2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주택금융공사를 비롯해 공기업·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전체 발행물량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총 15조7077억원으로 전년동기(23조2790억원) 대비 30% 넘게 감소했다. 다만 이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한전의 대규모 채권 발행에 따른 역(逆)기저 효과다. 지난해 1~4월 한전채 발행액은 9조5500억원 수준으로, 이를 제외하면 1년 사이 특수채 발행규모는 오히려 14%가량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달에도 △한국가스공사(4000억원) △한국도로공사(4000억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4000억원) △한국자산관리공사(3000억~4000억원) △국가철도공단(2000억원) △인천국제공항공사(1500억원) △한국수자원공사(1000억~1500억원) 등이 줄줄이 채권 발행을 앞두고 있다. 주택금융공사의 발행물량과 합하면 총 4조원 안팎에 달하는 규모다. 특수채로 분류되지 않는 한전 자회사들도 이달 1000억~3000억원 규모 입찰을 검토 중이다. 이 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올해 정관을 변경해 공사채 발행을 예고한 상태다.
이들 공사채들은 최상위 신용등급인 AAA등급을 보유해 크레딧 시장의 ‘맏형’으로 여겨진다. 공사채 수급 부담이 커져 발행금리가 높아지면 통상 은행채, 회사채 등도 연쇄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지난 2022년 한전의 채권 발행물량이 급증하면서 한전채 발행금리가 4% 수준으로 상승, 시장의 투자수요가 한전채에 쏠리면서 회사채 발행여건이 악화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아직 공사채 발행규모가 예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최근 공사채 스프레드가 반등하고 있어, 공사채 발행물량이 스프레드에 미칠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AAA등급 공사채와 국고채 간 금리 스프레드(3년물 기준)는 올해 초 37.3bp(1bp=0.01%포인트)에서 지난달 22일 지속 16.6bp까지 낮아진 뒤 최근 17bp 수준으로 소폭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크레딧 강세로 가격부담이 커지면서 지난달 하순경부터 공사채와 은행채가 조정 국면에 진입, 스프레드가 확대 기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은 하위 크레딧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미쳐 전체적으로 시차를 둔 스프레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인하 사이클 진입 전망이 유효해 크레딧 스프레드 확대로 가격부담이 해소되고 난 뒤에는 재차 강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사채 발행세와 달리 회사채 시장은 한산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달 공모채 수요예측이 예정된 곳은 롯데카드 신종자본증권을 비롯해 SK리츠, 메리츠금융지주, 삼양홀딩스, 키움에프앤아이, 한화시스템, 동화기업 등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달 30여 곳의 기업이 앞다퉈 수요예측에 나선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일부 공기업의 채권 발행물량이 증가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마친 상태라 수급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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