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해운사 사이클 점검]황금기에는 신중, 불황기에는 과감했던 고려해운③중소형 중심, 8500TEU급까지…아시아 집중 공략, 아프리카로 권역 확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4-05-20 08:20:13
[편집자주]
외부의 파도에 흔들리지 않는 산업이 어디 있겠느냐만 해운업은 특히 파고에 크게 휩쓸리는 업종이다. 호황기와 불황기라는 거대한 사이클 속 유가 흐름과 국제 정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결국 해운사의 명운은 호황기에 얼마나 곳간을 쌓고 불황기를 어떻게 잘 헤쳐나가느냐에 달렸다. 선제 대응은 기초 체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중견 해운사들이 불황기 대응에 더 고심하는 이유다. 해운업 불황기 초입에 들어선 지금 더벨이 중견 해운사들의 현황과 사이클 대응 방안, 앞으로를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해운은 수십년간 적자 없는 탄탄한 실적을 유지해온 선사다. 2010년대 글로벌 대형 선사들도 적자를 면치 못할 때도 고려해운은 굳건히 플러스 실적을 냈다. 해운업계 전반의 불황기에도 살아남았다는 건 타 선사들과는 다른 항로 전략과 선박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의미다.고려해운이 쌓은 특징들은 다시 시작된 격랑을 이겨낼 힘이다. 불황기였던 2010년대 선단을 늘려 확고한 정체성을 구축했다. 소·중형 컨테이너선으로 선단을 구성해 아시아 권역을 공략 중이다.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는 대형 해운사와는 다른 시장을 구축했다. 중견 해운사 중에서는 아프리카·중동·인도까지 운항하는 손에 꼽는 선사이기도 하다.
◇불황기 멈추지 않은 투자, 중소형 중심·8500TEU급까지
고려해운은 2021~2022년 극호황기 벌어들인 현금을 선사 투자에 쏟기보다 비축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현금성자산의 흐름을 보면 투자보다는 비축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 고려해운의 현금성자산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 2020년 약 3950억원에서 2022년 말 3조2460억원으로 약 10배 불어난다. 불황기가 찾아왔지만 보유 현금이 워낙 두둑해 이자수익만으로도 적자를 메울 수 있을 정도다.
유형자산 중 선박 부문을 단순 비교해도 코로나 특수 전후로 선박 자산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 않았다. 2021년 말 선박 자산의 규모는 6489억원에서 2022년 말 6531억원으로 변화했다. 2020년 말 6141억원에서 이듬해에 다소 늘었지만 이 기간 현금 보유량이 훨씬 많이 증가했다.
선박 투입 연혁을 보면 오히려 불황기에 선단 규모를 늘렸다. 2010년대 소중형급·신조선 발주량을 다양하게 늘렸다. 18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급, 여러 척을 들여온 2800TEU과 5000TEU 이상급 선박들이 이 시기 유입됐다.
실적 황금기 보수적인 투자가 가능했다는 건 보유 선사만으로도 현재 항로 운항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고려해운은 50척 이상의 선단을 갖췄다. 선단 구성을 보면 소형·중형 운반선이 주를 이루고 일부 중대형 선박도 운영 중이다. 2022년 해외법인을 통해 배포한 글로벌 브로셔와 지난해 말 감사보고서 등을 참고하면 선단 명부를 엿볼 수 있다.
2010년대부터는 글로벌 해운사들이 1만TEU급 이상의 선박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고려해운은 소~중대형 선단을 갖춘 선사로 볼 수 있다. 주로 중형급 선박들은 자사선(Owned Vessel)으로, 소형 선박들은 용선계약을 맺어 운영 중이다.
전체 TEU 규모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15만1369TEU으로 소개하고 있다. 보유분 중에서는 KMTC PUSAN 등 1000TEU 이하부터 1000TEU급의 컨테이너선이 절반을 차지한다. KMTC 서울 등 7척의 2000TEU급 선박, 4척의 4000TEU급 선박, 2척의 5000TEU급, 6000TEU급 선박도 자사선으로 운영 중이다. 6000TEU급에는 KMTC 두바이와 델리, 콜롬보 등이 포함돼 있다. 리스 선박을 포함해 가장 큰 규모의 배로는 8500TEU급 '하카타 서울'이 기록돼 있다.
◇'압도적인' 아시아, 중동~아프리카로 권역 확대
선사의 선박 구성을 보면 항로 전략이 보인다. 중대형 선박을 일부 보유했지만 절반을 2000TEU급 이하 선박으로 운영 중인 고려해운은 아시아를 주력 시장으로 공략 중이다. 동남아와 한~일, 한·중·일, 한~중, 한~러 등을 대표 노선으로 삼았다. 현지 법인은 중국과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와 태국, 필리핀, 인도 등에 설립했다.
이런 아시아 특화 전략은 고려해운이 불황기에도 흑자를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고려해운은 감사보고서에서 지역별 매출액을 공개하지는 않지만 운항 항로를 보면 아시아가 압도적이다. 동남아 항로에서는 인천과 울산, 부산 등 국내와 호치민, 자카르타, 홍콩 등의 해외 항구를 거점으로 물류를 수송한다. 일본은 가장 많은 곳을 오가 머물지 않는 터미널을 찾기 어렵고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 등을 중심으로 운항 중이다.
아프리카와 중동, 인도 항로는 고려해운의 특장점이다. 주로 아시아를 누비는 중견 해운사 중에서도 고려해운의 서비스 권역이 넓어진 데는 인도 문드라와 파키스탄 카라치 등을 오가는 항로가 주효했다. 해외 선사 5곳과 손을 잡고 케냐 몸바사,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까지 연결한다.
현지 법인도 순항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을 기준으로는 중국 법인이 약 112억원으로 가장 많다. 일본이 65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해외 법인별 성과는 차이가 있지만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고려해운의 해외 계열사 중 마이너스(-) 손익을 기록한 곳은 없다.
고려해운은 고객 유치와 유지를 위해 신기술 도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화주 등은 고려해운의 'e-kmtc' 서비스를 통해 선박 스케줄과 업무 현황, 화물 추적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고려해운이 컨테이너 IoT(사물인터넷)를 상용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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