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5월 25일 08시1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의 기술성장기업 특례상장은 여러모로 독특한 제도다. 혁신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상장 요건을 완화한 사례는 해외 거래소에도 여럿 있다. 그러나 '기술성'이라는 질적 지표를 평가하는 경우를 찾아보긴 어렵다. 자본시장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국내 상황에 맞춰 독자적으로 발전한 제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롤모델’이 없었음에도 지금까지 특례상장 제도는 순조롭게 운영되어 왔다. 2005년 도입 이후 18년 차를 맞았으나 최근에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 3년 동안 매해 25개 이상의 기업이 특례상장 제도를 이용해 상장했다. 최근에는 IT,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으로 업종 다변화에도 성공했다.
난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초기엔 상장 사례 자체가 드물었다. 도입 후 1년 동안 크리스탈지노믹스, 바이오니아, 바이로메드(현 헬릭스미스)가 증시에 입성했지만 이후에는 매년 2~4개사에 그쳤다. 기술성평가 이후에도 별도 심사를 거치고 외부 투자유치 실적이 있어야만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정체됐던 특례상장 제도에 변곡점을 찍은 한국거래소다. 거래소는 2015년 기술기업상장부를 신설하고 직접 증권사 IB들을 만나며 혁신 기업 유치에 나섰다. 연내 20개 이상의 상장 사례를 만든다는 목표도 밝혔다. 실제 성과는 12개사였지만 이 역시 전년(2개사)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규모였다. 이후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안착에 성공해 코스닥 시장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올해 기술특례상장은 2015년 못지않은 변화를 맞이했다. 거래소는 최근 평가 프로세스를 대폭 개선한 표준 기술성평가모델을 내놨다. 35개에 달했던 평가 항목은 18개로 정돈하고 통일되어 있지 않던 24개 전문기관의 평가 방식 개선을 위해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혁신 기업의 상장 심사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업종별·기술별 평가지표도 도입했다.
기술특례상장을 둘러싼 비판은 여전히 존재한다. 새로 도입된 표준 모델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다만 제도 개선에 나선 거래소의 행보를 구태여 깎아내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평가 품질을 높이고 제도의 외연을 확대한다는 취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거래소에서는 특례 적용의 문호를 넓히는 것이 ‘대세’이기도 하다.
2019년 개장한 중국 과창판(科創版)은 기술성과 성장성을 상장 심사의 주요 항목으로 삼고 있다. 홍콩증권거래소(HKEX)도 2018년 매출이 없는 바이오기업을 위한 신규 상장 트랙을 만들었다. 올해 3월에는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혁신 기업의 상장 요건을 완화하기도 했다. 어쩌면 이들에겐 한국이 벤치마크 대상은 아닐까. 거래소의 표준 평가모델이 기술특례상장이 발전하는 두 번째 ‘변곡점’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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