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Story]안혜령 회장의 그림보다 더 그림같은 사진 스물한점"로니 혼(Roni Horn) 파도 사진, 자연 아름다움 가장 잘 표현한 작품"
서은내 기자공개 2024-05-23 08:15:50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08: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에 전시된 이 사진 작품들은 전시를 위한 작품이 아닌, 내가 너무 아름워서 구입한 작품들이다. 나는 개성있거나, 충격적이거나, 나름의 감동을 준 작품을 구입한다. 로니혼의 이 파도 사진은 이번 전시 제목으로 쓸 만큼 아름다운 작품이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 아닐까한다."안혜령 리안갤러리 회장이 미술품 컬렉션 중 사진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리안갤러리는 컬렉터 출신 안혜령 회장이 대구에서 설립한 갤러리다. 리안갤러리 서울관에서는 지난 17일부터 안 회장 컬렉션 중 21점의 사진작품을 골라 소장전을 진행 중이다. 리안갤러리가 이렇게 안 회장의 컬렉션으로 소장전을 기획한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가는 신디 셔먼(Cindy Sherman), 로만 오팔카(Roman Opałka),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mans), 토마스 루프(Thomas Ruff),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슈용(Xu Yong), 권부문(Boo Moon), 고명근(Koh Myung-Keun), AES+F, 오를랑(ORLAN), 빅터 슈레거(Victor Schrager), 로니 혼(Roni Horn), 린더 스털링(Linder Sterling), 이언 월리스(Ian Bryce Wallace) 등 15명이다.
안 회장 전체 컬렉션 중 사진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지만 각 작품이 갖는 의미에 대해 안 회장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작품 21점 외에도 컬렉션 중 사진 작업은 10여점 정도가 더 있다.
우선 이번 전시에서 제목으로 쓰일만큼 안 회장이 아름다움을 강조한 대표 작품은 로니 혼의 파도 풍경 <Untitled(A Brink of Infinity)>이다. 뉴욕에서 태어난 로니 혼은 근교 지역 로크랜드 카운티에서 자랐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 예일대학교에서 차례로 학위를 마치고 아이슬랜드에서 장기간 여행을 하며 그녀의 생과 작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안 회장은 신디 셔먼의 작품 두 점에 대해서도 밀도높은 애정을 표했다. 그 중 하나는 <Untitled(#423)>이다. 안 회장은 "이 작품에 반한 것은 작품 속 인물의 눈빛이 너무 애절했기 때문"이라며 "목 연출이 너무 아름답고 완벽해보였다"고 말했다. 또 "그의 열정이 그대로 담긴 작품은 수십억원 수준으로 그 가격대도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신디 셔먼은 미국 현대미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여성 사진작가 중 한 명이다. 전통적인 사진의 기능에서 탈피해 영화, TV, 잡지, 예술사 등 다양한 매체에서 얻을 수 있는 이미지를 직접 차용하고 무대적 장치로 재구성시켜 왔다. 특히 1970년 중반부터 작가 자신을 직접 모델로 등장시킴으로써 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모더니즘과 가부장적 남성 사회를 비판함으로써 여성의 목소리와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여성의 주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근원이 된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Untitled(#423)>은 광대(Clowns)(2003-2004) 시리즈 중의 하나다. 신디 셔먼은 광대 캐릭터를 통해 사회의 정해진 틀에 맞춰야 하는 슬픈 존재로서의 여성을 표현했다.
안 회장이 끝까지 구입을 망설였다는 작품도 소개됐다. 생 오를랑(Saint Orlan)의 작품이다. 오를랑은 3년간 9차례의 성형수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행위 예술로 유명해진 작가다. 안 회장은 "성형을 너무 많이 해서 얼굴이 흉측해 보인다"라며 "예술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하면 자기 몸을 대상으로 삼아 이같은 작업을 진행했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로만 오팔카의 작품은 국내 컬렉터로는 소장이 드문 것으로 여겨지는 작업이다. 국내에서 희소성 면에서 중요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폴란드 출신 프랑스 작가인 로만 오팔카는 사진 매체를 활용해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작가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은 흑백 톤, 흰 셔츠, 무표정 눈빛 등 동일한 조건을 엄격하게 지키면서 인간 실존의 한계를 표현했다.
로빈 로드의 사진 작업도 공개됐다. 해당 작품은 안 회장에게 첫 만남 때 큰 충격으로 다가온 작업이다. 안 회장은 "이 작품은 구입한 지 17년이 넘었으며 처음 봤을 때 이런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데에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작가 스스로 움직이며 청소하는 과장을 모두 촬영한 작품이다.
AES+F의 작업에 대해선 '사진 한장에 현재 시대상이 모두 표현된 작품'이라고 안 회장은 평가했다. 안 회장은 "이 작가의 베스트 작품을 내가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폭력, 전쟁, 화산폭발 등 지금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작가가 사진 한 장 속에서 모두 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AES+F는 디자인, 건축, 사진 분야에서 활동해온 4인의 러시아 작가그룹이다. 전통 회화의 영웅적 서사를 활용해 기술과 물질이 맞든 가상 세계에 대한 비판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크 회화의 도상에 역사, 윤리의 종말을 폭력적인 놀이처럼 구성해 시각화한 <최후의 반란 Last Riot> 시리즈는 AES+F의 대표작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곽지수 리안갤러리 큐레이터는 "사진과 회화는 긴 미술사에서 계속 대립하며 이어져왔고 결과적으로는 서로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회화는 사진의 사실성의 도움을 받아 표현상의 해방을 맛봤고 사진도 다양한 예술 작업들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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