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tech with revenue]돈 못버는 오가노이드? 엠비디 승부수 환자 대상 '튜머로이드'①항암제 검사 서비스 '첫 출시', 사업성 입증 속도…IPO '청신호'
차지현 기자공개 2024-05-22 11:15:54
[편집자주]
신약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바이오 사업은 그간 가시적인 매출 구조를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요건으로 일정 규모의 매출 창출을 제시했다. 이제 기술력을 넘어 명확한 수익 모델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신약개발뿐 아니라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구조를 마련한 기업의 경쟁력과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1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줄기세포를 배양해 인간 장기의 구조나 기능을 재현한 장기유사체 '오가노이드'. 손상된 조직에 이식해 근원적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성장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아직 무르익지 않은 초기 기술인 만큼 우려의 시각도 적잖다.이런 가운데 3차원(3D) 세포배양 플랫폼 기업 엠비디가 최근 환자 대상 폐암 치료 예측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업화 가능성을 입증하면 '머나먼 미래 기술'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익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튜머로이드 기반 폐암치료 예측 서비스, '높은 정확도' 강점
엠비디는 튜머로이드(Tumor·종양+Oid·비슷한) 배양 플랫폼 업체를 표방한다. 튜머로이드란 암 유사체다. 장기 구조나 기능을 재현한 오가노이드 분야에서 암으로만 범위를 좁혀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자체 개발 기술을 활용해 환자로부터 채취한 암 조직을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다.
사실 오가노이드는 높은 성장성만큼이나 리스크 또한 큰 영역으로 꼽혔다. 난이도가 높아 제작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균일한 생산이 쉽지 않아서다. 원하는 대로 세포를 컨트롤해 오가노이드를 제조하는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는 국내엔 사실상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엠비디의 항암제 예측 서비스가 업계의 주목을 받는 배경이 된다. 최근 폐암 환자 대상 맞춤형 항암제 검사 서비스 '온코센시'를 론칭했다. 폐암 환자로부터 채취한 암세포를 튜머로이드로 배양한 뒤 여기에 여러 가지 항암제 조합을 투여해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불가능에 가까웠던 '균일 제조 및 생산' 문제를 자체개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극복했다. 튜머로이드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면 평균 20~30분이 걸리는데 자체 플랫폼을 활용하면 2분 내로 배양 작업이 끝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동일 샘플 연속 측정 시 측정값 편차를 뜻하는 변이계수(CV·Coefficient of variation)의 경우 15~20%에서 5% 이내로 낮췄다.
특히 이번에 내놓은 온코센시의 경우 예측 정확도를 기존 항암제 감수성 검사법 대비 대폭 향상한 점이 특징이다. 다년간 서울성모병원과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의 파트너 저널인 정밀 암학 저널과 실험·임상암 연구 저널에 관련 내용을 발표해 우수성 및 신뢰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가파른 매출 성장세…제품 라인업 확대로 성장 가속화
엠비디의 온코센시 개시는 오가노이드의 사업화 가능성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단순히 각광받는 차세대 기술 정도로만 여겨졌던 것을 넘어 이 기술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데 눈길을 끈다.
회사 입장에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첫 상용화 제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연구기관 등에 진단 장비 등을 납품하는 방식의 기업 간 거래(B2B)향 매출 위주였지만 이번 온코센시 출시로 환자를 고객으로 확보해 사업 저변을 한층 넓혔다.
엠비디는 지난 3년간 가파른 외형 확장세를 보였다. 2021년 8192만원에서 2022년 4억4091만원, 2023년 8억7228만원으로 매년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모두 연구기관 등에 진단 장비나 분석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B2B 사업으로만 거둔 성과다. 이번 환자를 대상으로 한 추가 수익 기반을 마련하면서 성장세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데 따라 기업공개(IPO)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작년 파두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상장 심사 과정에서 사업성 항목을 이전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분위기다. 엠비디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익 기반 마련 행보가 기업이 얼마나 가깝게 미래 추정이익을 달성할 수 있는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당국의 기조와 들어맞는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동물실험 대체라는 세계적인 트렌드와 우리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업계서 오가노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최근 들어 상장을 추진하려는 오가노이드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사업성 입증이 이들 기업 IPO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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